당신이 지금 손에 쥐고 있는 따뜻한 테이크아웃 커피 하나에도 여러 가지 유용한 디자인이 담겨 있다.

청결하고 위생적인 개인용 종이컵인 ‘딕시 종이컵(Dixie Paper Cups, 1908)’에 커피가 새거나 식는 걸 막아주는 ‘솔로 트래블러 커피 컵 뚜껑(Solo Traveler Coffee-Cup Lid, 1986)’을 덮고, 뜨거운 커피를 쉽게 들 수 있도록 ‘자바재킷 커피 컵 슬리브(Java Jacket Coffee-Cup Sleeve, 1993)’를 끼워야 테이크아웃 커피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처럼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 속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의 세계를 ‘Humble Masterpieces-디자인, 일상의 경이’ 전시회에서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12월 31일까지 뉴욕현대미술관 MoMA와 예술의전당이 주최로 열리는 이 전시회는 볼펜과 구슬, 면봉, 연필 등 우리가 늘 사용하는 물건들 속에 숨어 있는 ‘겸손한 걸작(Humble Masterpieces)’의 세계로 안내한다.

아이들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막대를 꽂은 사탕 ‘츄파춥스(Chupa Chups Lollipop, 1958)’는 사탕 제조업자 엔릭 베르나트의 부탁으로 그의 친구인 살바도르 달리가 로고를 디자인 해줬다.

1969년에 츄파춥스의 데이지 무늬 포장지가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인 것이다.

탄산을 견디는 ‘왕관형 병마개’, 빨간 캡이 인상적인 ‘기코만 간장병’, 공기를 담은 완충 포장재 ‘버블 랩 에어쿠션’, 혼자서 설 수 있는 ‘바닥이 평평한 종이봉지’ 등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걸작을 통해 생활 속 디자인의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MoMA의 건축디자인 부문 수석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Paola Antonelli)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품들의 디자인적 의미를 보여주고, 좋은 디자인이란 곧 일상의 친숙함과 아름다움을 전하는 경이와도 같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추상적인 전략과 복잡하고 세부적인 실제 세계 사이의 간격을 메워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라고 진정한 디자인의 의미를 강조했다.

조나리 기자/olivelina@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