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팩피아 대표/포장기술사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알게 모르게 포장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옛날에 어느 광고에 “사랑 없이 살수 있어?” 하는 카피가 있었지만, 내가 포장에 관계된 일을 해서 그런지 가끔 ‘포장 없이 살수 있나?’ 하는 물음을 자주 생각하게 된다.

요즘 우리나라 포장업계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눈부신 발전을 하여 어느 선진국 못지 않은 위용을 갖추고 있고, 그 위용도 만만치 않게 성장하였다.

그러나 포장컨설팅을 하고 있는 요즈음 이것도 세일즈라고 업계 관계자를 만나보면 아직도 포장에 대한 생각은 크게 나아진 것은 없는 것 같다.

포장컨설팅을 받지 않더라도, 또 사내에 포장전문가가 없다고 하더라도 포장이 안된 적이 없으며, 판매를 못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런지, 아니면 말 그대로 알맹이가 아니라 껍데기여서 그런지 커다란 관심을 보이는 곳을 찾기가 그리 여의치는 않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여진다.

우선 알맹이부터 잘 만들고 껍데기는 남이 하는 대로 따라하면 될 것이고, 시간이 남으면 천천히 생각해보면 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또, 포장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였고, 컨버터의 우수한 영업사원들이 포장설계도 그럴듯하게 해주므로 크게 어려움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도 안되면 좋은 포장기계 사다가 자동으로 포장하면 될 일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생각지 못한 큰 착오가 있다.

흔히 포장산업의 범주를 지류, 플라스틱, 금속, 유리 등의 포장자재와 포장기계산업까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포장은 그 기본이 되는 포장재료산업만 발전한다고 해결될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포장은 기업 내부의 고객, 즉 생산현장, 물류관련, 영업관련, 거기에 더해 내용물의 보호 등 산업의 전반적인 이해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이해 없이는 합리화된 포장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즉, 포장은 각 분야를 두루 이해하고 있는 토털코디네이터가 내용물의 보
호·보존, 취급의 편리성, 대외적인 경쟁력, 게다가 경제성을 겸비하여 부가가치를 더하기 위한 종합적인 판단의 소산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하지만 국내 산업현장에서 적용되는 포장은 쉽게만 이루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굴뚝산업을 하고 있는 대다수의 회사에 가보면 직원중 1/3은 영업이나 물류관계 업무를 하고 있으며, 1/2은 현장에서 생산관계 업무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1/2중에서 대다수의 직원들이 포장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

포장은 단순히 제품을 싸는 것이 아니다. 포장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반 가까운 인력들의 행동양식이 바뀌어진다. 포장의 합리화 여부에 따라 직원들이 편하고 능률 있게 움직일 수도 있고, 반대로 몸은 몸대로 고달프면서도 다른 회사보다 포장이 그리 나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게된다.

또한 포장의 여하에 따라 물류관련 종사자들의 행동이 바뀌고, 영업전략이 바뀌게 된다. 또, 시장에 한번 나가보면, 거기에는 내가만든 상품만 진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포장을 통하지 않고서는 나의 상품이 경쟁 상품보다 우수하다고 하는 설득력을 갖추지 못할 것이다. 1위 브랜드라면 업계의 리더로서 포장 또한 꼭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며, 1위가 아니라면 1위와 다른 장점이 있다는 것을 고객에게 알려야 하는데 알릴 수 있는 무기가 바로 광고 및 브랜드 이미지를 포함한 마케팅 활동과, 고객과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포장이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러한 포장이 포장으로써 합리화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포장관련 토털코디네이터 즉, 포장전문인이 많이 배출되어 각 업체에서 활약을 펼쳐야 한다. 포장전문인의 배출에서 크게 차지하는 부분이 포장관련 국가기술자격제도일 것이다. 포장기술사, 포장기사, 포장산업기사 등의 국가기술자격은 포장전문인을 배출하는 창구로써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포장분야 국가자격제도를 폐지하려 한다는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몇몇 대학에 설립된 포장관련학과를 통한 포장의 저변확대와, 외국의 제품과 정보를 접하는 기회가 많아져 우리의 포장과 견주어보는 소비자가 늘어나 조금씩 포장의 중요성을 인정받기 시작하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금 국내 포장산업에 어려움을 가져다 주게 될 것이다.

정부 모 부처의 포장관련 국가기술자격을 폐지한다는 어이없는 발상에 대하여 그 정부 관련자에게 물어보고 싶다.

“댁은 포장 없이 살 수 있수?”
“나 댁이 그렇게 하잘 것 없게 생각하는 포장 생각하느라 20년 가까이 허송세월 했는데도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오”
“게 맛을 모르면 함부로 게 맛을 평가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