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훈 한국포장시스템연구소 소장

전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성숙기 혹은 적어도 성장기 정도는 되어야 할 터인데 우리의 현실을 감안해보면 어느 단계라고 판단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세계는 바야흐로 IT, 물류, 환경, 전자상거래 등의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어 이와 깊은 관련이 있는 포장산업의 중요성이 광범위하게 인식되어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사회에서는 포장이 단순하게 물건을 싸는 기능 이외에 유통비 절감의 핵심수단, 환경보존의 주요수단,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전자상거래의 기본수단이라는 포장의 본질을 이미 꿰뚫어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산업발전이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는 중국, 인도, 태국 등도 포장산업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아 체계적인 발전에 힘쓴 결과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선진국 수준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중국은 일찍이 등소평의 지시에 의해 포장 과학화에 힘써, 현재 100여개 대학에 포장학과가 설립되어 있으며, 태국은 20여년 전에 명문 카사테트 대학에서 포장학과를 설립한 이래 많은 대학에서 석·박사의 고급 인력까지 배출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30여년 전에 인도포장협회(India Institute of Packaging)를 중심으로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포장 전문인력 양성에 힘쓴 결과, 현재 국제 포장전문인력 양성 코스까지 개설하여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포장은 이제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서도 주요 산업으로 대접받고 있으며 응용과학의 한 분야로 체계적인 발전에 힘쓰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 산업분야의 발전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분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조차도 미미한 실정이다.

심지어는 이 분야를 대표하는 국가기관(구 한국디자인포장센터)마저 1997년도에 없애버렸으며 작년도에는 국가 기술자격제도인 포장기술사, 포장기사, 포장산업기사가 폐지될 것으로 입법 예고되고 있어 더욱 참담한 상황이다.

말로는 GDP의 2% 이상을 점유하여 단일산업으로서는 결코 작지 않은 분야라고 떠들고 있으며 정책당국자의 무관심에 불만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책당국자가 국가적인 지원을 위하여 오랫동안 창구단일화를 종용해왔는데도 불구하고 통합단체 하나 이루어내지 못하고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기술자격제도 역시 몇 년 전부터 직업능력개발원에서 분류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책임 있게 대처할 수 있는 단체가 없어서 오늘날 이러한 결과를 보이게 된 것이므로 근본적인 책임은 우리 포장인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포장산업은 앞에 언급한 바와 같이, 물류, 환경, 전자상거래 등 깊이 관련된 산업들의 약진으로 인해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적인 지원 미흡과 통합단체가 없으며 이 분야를 올바르게 이끌어 나갈 지도적인 인물 부재 등 몇가지 부정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 국내 포장산업의 앞길이 결코 밝지 않을 것으로 보여 혹자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상황을 반전시키는 작은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의미에서 포장기술편람이 출간되었다. 50여명의 전문가들이 집필과 편집으로 참여하여 포장분야 전반에 걸친 최신 기술내용이 수록되었기 때문에 비록 한권의 종합 기술서적이지만 포장기술편람의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외적으로는 국내 포장기술 수준을 공식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최소한 중국, 태국, 인도 등의 국가보다 앞서 나가게 되었으며 포장기술의 과학화를 위한 초석을 다지게 되었다.

내적으로는 정책당국자의 관심을 고조시켰으며 실무자에게는 업무에 도움을 주고 학생에게는 포장의 중요성 인식과 자긍심 고취의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에 발간된 포장기술편람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3번째 출간된 것으로서 1987년도에 한국디자인포장센터에서 2판이 발간된 이래 16년 만에 발간되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엄청나게 빠른 포장기술 발전 속도로 인해 거의 모든 내용이 완전하게 바뀌고 분량도 500여 쪽이 늘어나, 2판과는 이름만 같을 뿐 새로운 서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내용의 편집은 기업에서 포장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업무 수행에 필요한 다방면의 포장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최우선적인 목표를 두었다.

또한 재료, 기법, 기계, 시험, 물류, 환경, 법규 등 각 분야별로 기초 이론 부분도 충실하게 설명함으로서 응용과학의 한 분야로서 포장과학의 체계화를 이루기 위한 기본 틀을 제시하였다.

대부분의 내용은 각 분야별 전문가인 집필자들의 책임하에 작성되었지만 「일본포장기술편람」,「식품.의약품핸드북」,「Packaging Encyclopedia Handbook」등 미국, 일본의 종합 포장서적을 참고로 하였다.

또한 내용 중에서 포장재료, 포장기법, 최근의 포장기술 잡지에 발표된 내용을 상당수 참고하였으며 포장환경, 포장법규 등은 최근 국내외 동향과 향후 전망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만 포장관련 환경법인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2003년 초에 개정되어 이 부분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쉽다. 개정판에는 이 부분이 확실하게 다루어질 것이다.

재삼 바라는 바는, 포장기술편람 발간을 계기로 하여 국내 포장기술 발전에 일조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아울러 국내 포장산업이 성숙기에 들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