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섭 교수

앞으로 지구상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첨단무기로 싸우는 고전적 전투가 아닌 기술 및 지적재산권 등 무형의 가치재 선점을 위한『표준화의 전쟁』이 될 것으로 미래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최근 전기, 전자, 통신분야는 물론, 포장 및 환경 분야에 이르기까지 각국이 국제 표준화(ISO) 규격관련 회의에서 자국의 규격을 국제 규격 채택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을 살펴볼 때 가히 세계 제3차 대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포장 및 포장폐기물 분야에 있어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유럽연합 소속의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친환경포장위원회 (EUROPEN, 줄여서 EN이라고 함)는 2003년에 소위 포장 및 포장폐기물관련 친환경포장 규약 (Requirements)인『EN13427~EN13432』를 선포하고 이것을 ISO에 제안하여 국제 규격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간파한 일본이 2004년부터 2006년에 걸쳐 EN규격의 내용에 대해 철저히 해부하고 분석하여 나름대로의 대응안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친환경 포장 가이드라인(Green Packaging Guideline)』이다.

자국의 현실에 맞게 손질한 일본판과 아시아권 나라의 형편에 맞게 제정한 아시아판이 있으며, 2006년말 한국, 중국 및 태국에 아시아판 친환경 표준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ISO 표준규격 제안을 논의하자는 건의가 있었다. 우선 다음에서 2007년초에 작성된 일본안의 구성과 내용의 일부를 살펴보자.

일본안의 내용은 유럽의 EN규약과는 달리 강제성 및 구속력이 약한 안내 및 지침서(Guideline) 형태로 되어 있으며, EN규약과 같이 전부 6개의 표준규격이 주 골격으로 되어 있으나 그 내용은 다소 다르다.

EN을 살펴보면, EN13427(포장 및 포장폐기물 분야에 있어서 유럽 표준 규격 이용), EN13428(원천감량에 의한 방지), EN13429(재사용), EN13430(재료 재활용에 의한 회수), EN13431(에너지 형태로의 회수), EN13432(퇴비화 및 생분해에 의한 회수) 및 기타 관련 매뉴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일본안은 TS X XXX0(포장-포장 및 포장폐기물의 분야에 있어서 환경배려포장 표준사양서의 사용에 관한 지침), TS X XXX1(포장-Reduce), TS X XXX2(포장-Reuse), TS X XXX3(포장-Material Recycle), TS X XXX4(포장-Energy Recovery), TS X XXX5(포장-Chemical Recovery), 유해물지침 1 및 2 등으로 되어 있다.

EN규약의 <퇴비화 및 생분해>관련 내용대신 보다 현실적인 <화학적 회수>를 제정, 삽입한 것이 구조상 큰 차이로 볼 수 있다.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양 규격 모두 포장재 생산단계, 더 나아가서는 재료의 선정단계에서부터 폐기물 및 유해물질의 함량이 적게 들어가도록 권장 및 유도하고 있으며, 어쩔수 없이 들어가더라도 가능한한 최소로 포함되도록 하고 재이용 및 재회수단계에서도 최대한 회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각각의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그 내용들을 표시하고 환경에 주는 영향을 자세히 언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내용중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4종의 중금속(납, 수은, 카드뮴 및 6가 크롬) 총 함유량을 100ppm이하로 하는 유해물질 최소화 규정이다.

일본안 및 관련 규격 등에 이들의 측정법과 표시항목, 표시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해 놓았으며,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내용에 맞춰 관련 기업에서 자율적인 적용을 유도하고 있다.

일본안은 전체적으로 EN규약보다는 소프트하면서도 우리나라 실정에 우호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보다 우리의 상황에 맞는 친환경 표준규격을 우리 손으로 개발하여 그 논의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동향을 파악한 환경부가 2006년 3월에 앞에서 언급한 4종의 중금속과 유해물질 최소화에 관한 지침을 제정하여 권고하였으나, 포장업계를 비롯한 관련업계의 현실은 훨씬 더 열악한 상태이어서 이 법령의 준수는 백골난망이라고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즉 정책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업계의 사정은 이를 지킬만한 여건에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향후 "친환경포장 국제 표준의 제정"은 미국과 유럽지역에의 수출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생산, 판매활동은 물론 수출 등 마케팅 영역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바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기술개발이 절실하다.

끝으로,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포장정책 및 기술의 주도권을 잡고 나아가서는 포장에 관한 국제표준 전쟁에서 승리 하기위해 관련인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협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