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가면, 골판지 상자에 담긴 배추·무가 있다. 올 1월부터 배추·무 포장유통이 시행된 것이다.

얼마 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농산물을 등급 및 포장 규격에 맞게 시장에 내놓을 경우 품목에 따라 포장재 비용이나 공동선별비의 일정 비율(10~90%)을 정부가 지원하는 ‘2007년 농산물 표준규격 공동출하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459억 원의 국고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해서 배추·무 포장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새로운 수요 창출과 더불어 지난 5년간 계속된 구조조정, 빠른 재고량 감소와 가격 인상이 예상됨에 따라 10년만의 최대 호황기가 예상된다는 뉴스가 속속 나오고 있다. 밝은 미래가 점쳐지는 골판지 포장 업계에 대해 한국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의 오진수 신임 이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오진수 이사장

국내 포장산업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골판지 산업을 대표하는 한국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의 이사장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저에게 중책을 맡겨주신 것은 최근 제지를 소유한 일관 골판지포장기업의 골판지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시장질서 재편 문제를 포함한 구조조정기라는 파고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골판지포장기업의 균형 발전과 지속성장 가능한 산업이 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려 달라는 엄명으로 알고 있습니다.

준비도 없이 맡게 된 중책이라 아직 조합과 골판지포장업계를 어떻게 견인해야할지 정리하지 못했지만, 조합원에게 끊임없이 봉사하고 골판지포장산업의 공동발전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조합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연구중심 조합으로서 산학협력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와 중소기업의 발전에 기여함으로서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할 각오입니다.

골판지 업종의 경우, 최근 증권 애널리스트나 경제지 보도에 의하면 대형사 중심의 시장 재편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배추·무 포장 의무화 등으로 10년만의 최대 호황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대성판지를 경영하고 계신 골판지 포장 업체 경영자로서 이러한 예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골판지 포장 기업에는 골판지 원지를 직접 제조하여 골판지 및 골판지상자를 생산하는 일관기업과 골판지 원지를 구입하여 골판지 및 골판지상자를 제조하는 전문기업과 골판지를 구입하여 골판지상자를 생산하는 지함기업이 있습니다. 골판지포장조합의 회원사는 골판지를 생산하는 일관기업과 전문기업으로, 골판지상자의 제조를 주된 업종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관기업의 경우, 언론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구조조정이나 원지 가격 상승으로 흑자로 돌아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기업의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업체의 경우,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골판지포장 기업을 경영한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봤습니다.

100여개 전문기업 중 2007년 들어 흑자를 본 기업이 한군데도 없다고 합니다. 일관기업은 2개사, 전문기업은 123개사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골판지포장 업계의 상황은 최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대책으로는 무엇을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지금의 어려움은 과잉 설비에서 비롯된 것으로 봅니다. 골판지포장의 최대 수요처인 제조사가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하면서 국내 골판지포장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수요는 줄어들고, 설비는 남아돌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가격 경쟁으로 이어져, 품질향상 및 기술혁신을 실현할 투자여력을 상실시키고, 궁극에는 저임 구조 고착으로 종사원들의 근로의욕 저하 및 인력양성 미흡이라는 결과를 낳게 함으로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첫째, 배추·무 농산물의 골판지포장화 및 농산물포장의 소포장화, F골 등 Microflute 골판지 사용의 확대로 타포장재시장의 대체 등 신규수요 창출로 해결하고, 둘째, 부가가치가 높은 고기능골판지 개발을 통한 품질, 기술 경쟁 체제를 정착하고, 셋째, 노후설비의 폐기 처리 및 해외이전을 통한 생산 능력 조절 문제가 동원되어야 할 것입니다.

골판지 분야에서 앞으로 가능성을 많이 두고 있는 분야가 농산물 분야인 것 같습니다. 특히, 도매시장의 배추·무 포장 의무화에 거는 기대가 큰 듯합니다. 아직도 그물망 포장재에 비해 골판지 상자의 적용이 많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이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생각하고 계신 부분이 있으신지요.

"위생적인 취급과 물류시스템의 체계화를 위해서는 배추·무의 골판지 포장이 최적입니다."

정부가 배추·무 포장을 의무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매시장 내 환경개선과 농산물 물류시스템의 구축입니다. 식품의 안전·안심에 대한 관심이 큰 오늘날, 식품 재료의 위생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배추·무 포장의 의무화는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도매시장 내의 물류시스템 체계화 또한 필요불가결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위생적인 취급과 물류시스템의 체계화를 위해서는 배추·무의 골판지 포장이 최적입니다.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그물망은 보존성이 떨어지고, 결정적으로 물류시스템에 사용되는 지게차 이용이 어렵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컨테이너의 경우, 비용도 높고, 회수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골판지상자가 배추·무 포장의 9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류 시스템이 체계화되면, 골판지 포장으로의 대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으로 봅니다.

조합에서는 5월 둘째주를 ‘골판지포장 배추·무 소비의 날’로 재정하고, 골판지로 포장한 배추·무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홍보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4년이라는 임기동안 어떠한 일들을 추진해나갈 계획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사장의 소임을 맡게 된 저는 앞서 말씀드린 과제의 해결 방책으로 조합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여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업계 간 협력을 강화하여 상생의 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골판지원지, 지함업계와의 협력 체제를 공고히 하여 갈등요소를 사전에 조정하고, 골판지포장기업 최고경영자회의를 상시 개최하여 신뢰와 협력을 다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골판지포장산업 정책조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합성수지제 배추포장재의 국고지원은 정부의 환경정책과 배치된다는 점을 지적하여 골판지배추사용 확대 전략을 수립하고, 2008년도부터는 골판지포장업계에서 사용하는 옥수수전분 전량을 수입쿼터물량으로 확보하도록 역량을 발휘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조합의 연구 기능을 보다 강화하여 신기술 개발 등을 국책과제로 발굴, 고부가가치화 추세를 선도하는 조합이 되겠습니다.

농협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판매사업을 강화하여 조합원들의 판로확대에 기여하고, 공동구매사업을 수행하는 공동 물류센터의 설립과 시제품제작 지원 및 검사성적서 발급 업무를 하는 골판지포장시험원의 설립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조나리 기자/olivelina@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