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분야는 크게 미시경제(micro economy)와 거시경제(macro econiomy)로 나누어 진다고 한다. 경제학도도 아닌 주제에 첫머리부터 경제분야를 거론하는 이유는 우리 포장분야가 경제분야와 비슷하게 미시포장(micro packaging)과 거시포장(macro packaging)으로 구분된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Micro packaging은 포장의 본질인 제품의 보호성을 최우선으로 하여 이에 필요한 제반 기술과 적정 설계방법 그리고 소요비용의 적정화 등과 관련된 분야라고 본다면, macro packaging은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 전체를 일관하는 큰 틀을 고려하여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포장의 기능과 역할 선정에 관련된 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단순화하자면, micro packaging은 포장과 내용물의 관계를 다루고 macro packaging은 포장과 외부 유통환경간의 관계를 다루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논리를 인정한다면, 여태까지 포장의 정통성은 micro packaging에 있다고 할 수 있고 실제로 대부분의 국내 포장 전문가가 이 분야에 몰려 있다.
포장은 오로지 제품을 위한 것이므로 외부 유통 환경에 관련된 문제는 이 분야와 관련된 물류 전문가들이 풀어야 할, 포장 영역 밖의 문제라는 인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macro packaging 분야는 전문가가 극히 적고 사실상 거의 도외시되어 왔다.
하지만 근래 국가간의 경제전쟁이 점차 치열한 양상을 띠고 있고 국제 유통분야가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변화를 보이면서, 포장도 전통적인 개념에만 안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 몰리고 있다.
즉, 보호성, 편의성, 판촉성이라는 전통적인 포장의 기능을 고수할 수 없을 만큼 macro packaging 영역이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것이 micro packaging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포장개념 정립의 대두로 이어진다.
기존 개념 이외에도, 포장은 유통분야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성을 고려하여야 하고 환경문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환경친화성도 필요로 한다.
또한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홈쇼핑과 주문판매 등에 대응하기 위하여 포장은 정보 전달성과 식별성을 아울러 갖추어야 한다. 한마디로 현대의 포장은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기능을 필요로 한다. 근래 포장을 「패키징」이라는 용어로 바꾸자는 움직임도 포장의 역할증대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러한 역할증대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부분 macro packaging 분야의 변화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는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개념이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어려움을 맞게 될 수도 있다. 우리 포장산업이 현재 그러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이러한 흐름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 들이며 우리 포장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짚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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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선진국을 중심으로, 물류분야의 발전속도는 눈 부실 정도로 빠르다. 물자의 유통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경이라는 개념이 별로 의미가 없을 만큼 지구촌은 바빠지고 있다.
국제표준의 선점이 국가간 기술전쟁의 핵심내용이 된지는 벌써 여러 해 전이다. 포장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물류분야도 근래 파렛트와 1,2차원 기호 및 RFID 등의 물류정보 관련 국제표준 규격의 설정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전개되고 있다. 포장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이러한 움직임에 정작 우리 포장 산업계는 둔감한 듯 하다.
내용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포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지만 현대 포장은 더 이상의 기능을 필요로 하고 있다. 5 ～ 6년 전만 하여도, 물류의 발전은 포장의 규격화 및 집단화를 촉발시켜 결과적으로 포장비의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이 성립되었고 실제로도 현장에서 증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러한 원론적인 접근방법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자상거래의 발전과 이와 관련된 택배포장의 확대, 환경보존과 물류비 절감을 위한 회수용기(returnable container)사용 확산, 2차원심볼(two dimensional symbol)과 무선주파수 인식(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기술의 국제표준 설정 등이 포장에 대한 기존 개념을 수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포장은 내용물의 보호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항상 최소(minimum)를 지향하여야 한다는 이론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흐름에 대응하려면 포장은 더욱 견고하고 많은 기능을 갖게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포장비가 상당히 증가할 수도 있다는 개념의 전환도 생각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포장이 변할 수 있는 것인지 각 사안별로 생각해 보자.
전자상거래의 발전에 의한 영향
컴퓨터, 전화, Fax., 우편 등을 통한 상품의 구매가 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자상거래(e-commerce)가 부분적으로 50%를 넘어서고 있으며 이 추세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자상거래는 주문자인 소비자가 물건을 직접 확인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주문을 하기 때문에 신뢰성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건이 된다. 즉, 공급자인 제조업자는 양질의 물건을 보내고, 운송을 담당하는 유통업자혹은 택배업자는 양질의 물건을 안전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하며, 소비자는 제대로 된 상품을 전달받은 이상 정직하게 사용한다는 믿음이 모든 주체들에게 각인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소비자가 인수한 상품을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반품하게 된다면 이러한 하자가 공급업자, 유통업자, 소비자 중에서 누구의 잘못으로 일어나게 되었는가가 중요한 이슈가 된다. 귀책사유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는다면 상호 신뢰감 상실로 전자상거래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포장은 신뢰성 확보를 위한 결정적인 역할을 하므로서 전자상거래 발전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 즉, 위와 같은 사례에 있어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명확하게 밝혀줄 수 있는 기능을 갖게 됨으로서 신뢰성을 향상시키게 된다. 변조방지 포장이나 도난방지 포장 그리고 temperature indicator나 tilt indicator 등의 포장 표면 부착 등이 전자상거래 시대에 확산되고 있는 택배포장의 주요 역할로 부각되고 있다.
Micro packaging에만 포장의 개념이 머물고 있는 한 이러한 흐름에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Returnable container 채택 확대에 의한 영향
기업이 발전을 이어 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환경과 물류를 들 수 있다. 환경은 지구촌 전체의 주민들이 지킴이로 나서야 할 만큼 중요한 문제이며, OECD 국가들과 같이 생산성의 극대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국가에서는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건이 물류분야의 원가절감을 들 수 있다.
환경과 물류의 두가지 추세를 절묘하게 만족시키는 것이 바로 포장용기의 회수 사용 확대이다. 겉포장상자를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용기를 임대하는 것이 20 ～ 30%의 원가절감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모든 1회용 제품에 대한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추세로 볼 때 향후 직접구매와 임대사용의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분야는 향후 비약적인 성장을 계속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선진국의 몇몇 대규모 포장재 생산업체들은 이미 포장용기 임대사업을 겸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현재 pallet와 용기 임대사업을 전세계적으로 펼치고 있는 다국적기업들만 해도 10여개에 이르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pallet 분야의 KPP를 비롯하여 컨테이너 분야의 KCP, KPN, KALS 등 4개 업체가 모두 비약적인 신장을 하고 있는데 시장 성장 잠재력으로 볼 때 아직 진입단계에 머물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러한 추세에 재빨리 대응하려면 겉포장용기의 설계에 있어서 새로운 사고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즉, 포장재질과 포장강도보다는 겉포장용기의 치수표준화가 더욱 중요하며 파렛트, 컨테이너, 트럭, 화차 등의 유통용기 규격과 보관창고 규격, 적재.하역기기와의 정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물류표준화를 위한 포장표준화의 필요성을 회수용기의 사용에 까지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2차원 심볼 및 RFID 기술발전에 의한 영향
바코드가 포장용기 표면에 인쇄되어 사용된지도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다. 우리나라는 EAN 코드체계를 사용하며 880이라는 국가식별 번호를 부여받아 사용하여 왔다.
바코드가 물류체계의 혁신 뿐만 아니라 POS상의 여러가지 장점으로 인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지만, 함유하는 정보의 한계와 자체적인 호응능력이 없는 passive 체계라는 단점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따라서 x,y축으로 코드가 구성되어 1000개의 글자까지 저장이 가능한 2차원심볼(two dimensional symbol)이 2002년도 국제표준(international standard)으로 4종류가 제안된 바 있다.
금년도에는 물류분야에 RFID 적용을 위한 ISO 초안이 마련되었는데 IT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빠른 속도로 전파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3세대에 해당하는 RFID로 인해 2세대격인 2차원심볼은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RFID는 포장용기에 초소형의 전자칩을 내장한 태그가 부착되는 방식으로 적용될 예정인데, 현재 태그의 가격이 개당 600원 ～ 700원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적용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단가가 내려가 결국 30원 ～ 40원대 까지 내려갈 전망이므로 포장에 전면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여진다.
올 8월에 KPP의 표준파렛트에 부착하여 시범운용하는 노력이 이미 전개된 바 있는데, 빠르면 내년 하반기쯤에 일부 외국계열 대형 유통업체에서 물건값 계산에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카트에 담은 물건들을 계산대에서 일일이 꺼내지 않아도 신속하게 총액이 합산되어 나타나므로 소비자들로서는 매우 편리해지는 셈이다.
이 체계를 적용하면 제품의 재고파악이 실시간으로 간편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며 유통기간의 효율적 관리 및 재고보충, 도난방지 등 상품의 효율적인 유통과 관리가 가능해진다.
이 시스템이 포장과 연계되기 위해서는 기존 포장설계와는 개념을 달리해야 한다. 포장용기에 부착시 포장재질 및 강도의 적정성 파악 등은 물론이고 포장용기와 파렛트, 창고, 물류 운송기기 등과의 연계성 등을 별도로 연구, 검토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부착되는 tag에 어떠한 포장정보 등을 담을 것인가도 구상하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포장 전문가의 몫이므로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많은 정보수집과 공부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급변하는 국제 유통환경과 기술의 진보는 우리 포장분야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포장분야의 발전을 주도하는 포장전문가들은 macro packaging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여 균형감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Micro적인 사고에 집착하고 몇가지 오래된 포장지식으로 무장하는 데에 안주한다면 개인적인 퇴보는 물론 포장분야 전체로도 결코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명훈 소장
한국포장시스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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