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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과 문화] 포장이란 무엇인가? (2) |
| 포장의 문화사적 고찰 |
사고자 하는 상품의 실체는 볼 수 없지만 포장상품 표면에 기록되어 있는 다양한 정보를 믿고 거금을 지불하고 구입한다. 이것은 모두 포장의 힘이다.
포장은 소비자에게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 알리는 대화를 해야 하고 그 가운데 소비자로 하여금 구매충동을 일으키게 유도해야 하는 중대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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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을 짧은 문장으로 설명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유럽형 봉건주의 사상으로 피폐(疲弊)한 유럽 농노(農奴)들은 견디다 못해 17세 중반부터 이 구렁에서 헤어나기 위하여 이른바 시민운동이 태동되고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서 제임스 와트(James Watt)의 증기기관과 연이은 동력 방적기의 발명으로 활기를 띤 맨체스터의 방직공업은 산업혁명을 한층 가속시켰다.
시험 삼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찾아본즉 산업혁명에 대하여 매우 간결하고 알기 쉽게 풀이하고 있음은 매우 인상적이다. 참고로 원문을 그래도 옮겨보면 이렇다.
“the change that transforms a people with peasant occupations and local markets into industrial society with world-wide connections"
서투른 솜씨지만 우리말로 번역해면 “약소 상공인, 농민들로 하여금 세계적인 유대를 가진 산업사회로 이끌려 나오는 변혁” 정도로 짐작된다. 이와 같은 새로운 사회에 있어서는 많은 부분이 기계화되고 대량수요에 대응하고자 대량생산을 하도록 짜여져 있었다.
1700년 말기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삽시간에 전유럽과 북미대륙으로 번져나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반도까지 전해오는 데는 다시 200년이라는 긴 시간이 더 필요하였기에 여기서는 유럽과 북미대륙을 중심으로 이 산업혁명을 요약해보면 대개 이렇다.
・시골에 거주하는 농민이 도시로 나와서 생산에 종사하였다.
・대량생산으로 말미암아 값싸게 만들어진 상품은 새로 탄생한 대량소비 대중에게 값싸게 공급되었다.
・지금까지 자급자족에 의존하던 소비재와 식량이 대량으로 도시근로자에게 유입되었다.
・많은 상점과 매장은 새로이 등장한 노동 대중에게 상품을 판매코자 개점되었다.
・형편에 따라 어떠한 공장은 농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세워져서 커가는 인근 도시에 소비재와 식량이 반입되기를 원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목재 큰 통, 작은 통, 상자, 바구니, 자루 같은 담을 그릇이 충분치 못하면 대량의 소비재와 식량을 도시로 반입할 수가 없게 된다. 이것은 곧 포장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담고, 보호하고, 운반하기 위해서 다량의 포장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량소비는 다량의 생산을 강요하고 다량의 생산은 대량의 포장을 낳게 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대량의 포장 수요에 대하여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사람의 힘에만 의존할 문제가 아니며 조만간 기계화로 나갈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특별히 식품을 장기간 보관하거나 장거리 운반을 해야 할 때 포장 측면에서 물리적 화학적으로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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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적 측면에서 고대 인류는 대부분 삼삼오오 시골에서 모여 살았으며, 모든 생활필수품을 자급자족하는 삶이였다고 알려져 있다. 생산품은 모두 비포장이였으며 부득이할 때 중세시대 유럽에서는 가운데 배가 나온 나무로 만든 통 이른바 바렐(barrel)이 대표적인 포장용 용기였다.
밀가루, 사과, 비스킷, 당밀, 분말화약, 위스키, 못, 고래 기름 등의 수송은 전량 바렐 포장으로 이루어졌었다. 이러한 모든 포장은 말할 것도 없이 용기에 담아서 한갓지게 정리한다는 기능과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한다는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아 도시가 커질 때 까지는 작은 분량의 낱개포장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새로이 등장한 도시 공장 근로자들에게 농산물이 분야별로 공급되었으며 여타 공산품도 시장기능을 통하여 종류별로 구매할 수 있었다.
도시근로자들은 농촌에서 보는 바와 같은 양곡 저장시설이 없기 때문에 소량씩 담은 낱개 포장의 양곡을 수시로 구입할 수 있기를 갈망하였다.
양곡 뿐만아니라 식료품 전반에 걸친 소포장 사업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큰일이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완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초기의 양곡과 식료품 등은 포장 없이 덜어서 파는 이른바 소분판매 방식을 취하였다.
예를 들어 상점주인은 도매상으로부터 바렐에 담겨져 있는 사과나 비스킷 혹은 큼직한 치즈 덩어리 또는 유리용기에 담겨져 있는 물약 등을 매입하여 필요에 따라 조금씩 멀어서 팔면 구입자는 부득이 이것을 담을 용기나 자루 또는 보자기 같은 것을 가지고 와야 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작금 백화점이나 시장에서 환경보호 차원에서 장바구니 지참을 강요하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를 연상케 한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의약품, 화장품, 녹차, 술 같은 고가 물품은 소분포장 상태로 판매되었다.
그리고 취급이 어려운 바늘이나 핀 종류는 두꺼운 종이에 하나하나 일정하게 꽂아서 고객의 필요에 따라 종이를 찢어서 판매하였다. 그 당시로서는 이 방법이 매우 독특하고 편리한 포장 방법으로 평가 받았으며 후일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이 방법이 요긴하게 쓰였다는 것은 놀랄 일이다.
그 당시 유럽 사람들은 이것을 통칭 “a paper of pin(종이 핀)” 또는 “a paper of needle(종이 바늘)”이라고 일컬었다. 그 시기에 종이 말고는 달리 적당한 포장재가 없었기 때문에 거의 전량의 상품이 종이로 포장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옛날 거리의 엿장수가 엿을 신문지 혹은 잡지 조각으로 싸주는 전통은 따지고 보면 그 원조가 서구(西歐)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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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초기의 상품명은 종류나 부대설명이 없이 보통명사로만 표기하였다. 예를 들어 치즈면 치즈, 비누면 비누, 우리나라 같으면 떡이면 무슨 떡이라는 설명 없이 그냥 떡으로 표기하였다.
나무상자에 담겨져 있다고 가정하면 상자 외부에 철인을 볼에 빨갛게 달구어서 낙인을 찍거나 아니면 두꺼운 종이에 상품명을 쓰고 글자 부분을 오려낸 것을 상자표면에 놓고 솔에 물감을 묻혀서 인쇄하는 이른바 스텐실(stencil) 방식을 사용하였다.
오늘날 수출용 상품의 포장상자 표면에 이 스텐실 방식으로 행선지, 내용설명, 기타 필요한 사항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서 상품명, 생산자의 이름이 소비자의 머리에 박혀서 상품의 특징과 좋고 나쁜 것까지 인식하게 되면서부터 유사상품의 출현이 시작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등록상표제도가 실시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흐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20세기 초 화장품으로는 박가분(朴家粉), 화장용 크림으로는 “동동크림”, 고무신으로는 삼천리표 고무신, 만월표 고무신, 의약품으로는 활명수, 됴고약(趙膏藥), 천일령신환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동동크림에 대하여 약간 부연하면 이렇다.
어느 화장품 업체(업체명을 기억 할 수 없다)에서 화장용 크림을 개발해서 판매대에 올려놓는 대신 자전거 혹은 손수레에 싣고 직접 가두판매에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는 빈 크림 용기를 가지고 와서 돈을 지불하고 일정량의 크림을 구입하는 말하자면 우리나라 최초의 리필(Refill) 판매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크림장수는 북을 동동 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방법을 취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동동크림이다.
1800년대의 포장된 상품은 대부분 값비싼 것들이었다. 전량 포장재가 종이였기 때문에 비교적 손쉽게 문자, 상표, 그림 등을 보기 좋게 인쇄하여 상품을 고급스럽게 품위를 높이는 일에 주력하였다. 개중에는 간혹 좁은 공간에 너무 여러 가지 사항을 콩이야 팥이야 하고 작은 글씨로 빼곡히 나열하여 상품을 과대 선전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예나 지금이나 신용을 얻은 사람이 믿을만한 상품을 만들어서 그에 상응하는 선전을 펼치는 것을 가지고 나무랄 사람이야 없겠지만 그렇게 하지를 못하고 과대포장 혹은 과대선전을 쏟아 부어 세인을 현혹시킨다고 가정하면 예나 지금이나 시장질서는 무너지게 마련이다. 산업혁명 초기에는 이런 일이 빈번하였으며 특히 유사상표 유사상품은 많은 지탄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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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들어서기 까지도 통조림용 금속관의 표면에 직접 인쇄하는 기술이 없어서 종이에 인쇄하고 그 종이 라벨을 금속관의 허리에 허리띠처럼 접착제로 부착시키는 방식이 쓰였다.
쇠고기 통조림인 경우에는 목장에서 풀을 뜯는 소의 그림이 인쇄되어 있었고, 과일 통조림이면 과일이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식욕을 돋우도록 아트지에 다색도 인쇄로 생산자는 있는 정성을 라벨 제작에 다 쏟았다.
그러나 때로는 내용물이 라벨이 전하는 문구에 비하여 지나치게 빈약하여 실망하는 경우가 왕왕 생겨나기도 했다. 어쩌다 상품의 품평회(Contest)같은 모임에서 일등상을 타고 금메달을 획득하였을 때 이것을 요란스럽게 라벨에 반영시켜 수다를 떠는 것을 가지고 책망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때로는 수상종목 이외의 생산종목까지도 금메달 라벨을 부착하여 고객을 현혹시키곤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꼭 산업혁명 때문이라고 탓할 수는 없지만 산업혁명의 여파로 발생한 치열한 경쟁의 탓인 것만은 확실하다. 실제로 합성수지가 포장에 등장한 것은 1856년 섬유소(纖維素 cellulose)가 발명된 이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초기의 섬유소가 포장에 쓰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그 후 1907년 석탄산수지(phenol formaldehyde resin) 통칭 베크라이트(Bakelite)가 개발된 이후 포장업계에서 병마개감으로 이것이 요긴하게 쓰이기 시작하였다.
4년 후 1911년에 이르러 섬유소의 연속필름이 듀폰사의 기술진에 의해 가능하게 되었으며 1927년에 본격적으로 양산체제에 돌입하여 섬유소 필름의 상품명을 셀로판(cellophane)이라고 명명하고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이 나오기까지 투명필름 업체를 명실공히 석권한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 여러 가지 플라스틱 투명필름이 시판되고 있지만 투명도에 있어서는 아직도 셀로판에 따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960년경 새로이 개발된 질이 좋은 다양한 열가소성 합성수지의 출현은 베크라이트의 자리를 크게 잠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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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조차도 20세기 중반 경까지 런던거리 상가에 진열된 공산품의 가두 판촉에 생산기술진이 직접 나와서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의 우수성과 조작방법 등을 침이 마르도록 열변을 토했으나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서 판매담당자가 그 상품에 대한 예비지식이 전무하여도 상품이름과 포장표면에 기록된 설명만 가지고도 잘 팔고 있다.
이것은 포장물이 발산하는 이른바 커뮤니케이션이 이 모든 것을 대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은 우선 이중삼중으로 포장된 다양한 상품에 시선을 돌리게 된다. 사고자 하는 상품의 실체는 볼 수 없지만 포장상품 표면에 기록되어 있는 다양한 정보를 믿고 거금을 지불하고 구입한다. 옛날 같으면 대단한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모두 포장의 힘이다. 그러므로 포장은
・소비자에게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 알리는 대화를 해야 하고 그 가운데
・소비자로 하여금 구매충동을 일으키게 유도해야 하는 중대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
포장 상품에 허위사실이 기재되어 있을 때에는 무자비한 보복을 가하는 고객들이지만 아름다운 장미꽃 한 송이 혹은 위험선상까지 대담하게 벗은 미녀의 그림에는 힘없이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고 포장디자이너들은 믿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산업혁명의 거센 바람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비포장은 포장으로, 재래식 시장 좌판은 현대식 슈퍼마켓으로 일변해 놓고 말았다.
이러한 움직임도 제2차 세계대전과 1950년에 발발한 한국동란에 기인하는 물자부족으로 말미암아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같은 맥락에서 같은 시기에 영아출산율도 저조를 면치 못하다가 전쟁의 종료와 함께 많은 병사들이 집으로 되돌아감으로써 이른바 베이비붐(baby boom)을 맞이하여 세계 곳곳에서 어린이 울음소리로 지구촌은 활기를 찾게 되었다고 인구통계학자는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영아의 증가는 소비재 생산의 종류와 분포상황을 변화시키고 동시에 이에 수반되는 포장의 종류와 디자인의 자료로 쓰이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 예로 1950년대 서구 여러 나라에서 성황을 이룬 패스트푸드(Fast food)는 삽시간에 전세계로 번져나간 것도 따지고 보면 베이비붐에 기인한다. 패스트푸드에 국한하지 않고 어린이가 필요로 하는 수많은 의류와 소비재에 따르는 각종 포장의 뒷받침 또한 방대함을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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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끼니를 때우는데 긴 시간을 할당할 수는 없다. 그래서 새롭게 등장한 햄버거가 안성맞춤으로 환영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 자동차로 미국을 여행하다보면 도처에서 햄버거 간판을 발견하게 된다.
대개가 이른바 드라이브인(drive-in)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차에서 내릴 것 없이 고속도로 통행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돈과 햄버거를 맞바꾸는 방식이다. 먹으면서 운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방식임에는 틀림없지만 차에서 내려서 식탁에 자리 잡고 햄버거를 먹을 바에는 우리나라 라면만은 못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여하한 경우에도 햄버거를 포장하는 포장재는 환경친화를 고려해서 종이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에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
60년대 중반까지 만해도 집에서 아침밥을 먹으면 직장으로 또는 학교로 나갈 때 으래 점심때 먹을 도시락을 싸가지고 집을 나서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있었다. 그러던 것이 무엇 때문이라고 꼭 집어서 단정할 수는 없으나 하나둘씩 이탈하여 지금은 그 흔적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직장에서 학교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잡담과 도시락 반찬의 교역에는 훈훈한 인정이 서려 있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다이어트를 위해 점심을 굶는다는 말이 아니다. 점심때만 되면 수십만의 인파가 점심끼니를 찾아서 민족의 대이동이 이루어지면 거대한 이른바 외식시장이 형성된다.
작금 미국도 우리와 사정이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들은 이것을 가리켜 “HRI market"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Hospital의 H를 따고, Restaurant의 R, Institutional의 I를 따서 만든 호칭이다.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하여 방황하지 말고 직장이나 학교에서 간편하게 끼니를 때우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 사업에는 무엇보다도 합리적이고 환경친화적인 포장이 필수 불가결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HRI 시장에서 편안하게 밥상머리에 앉아서 전통방식으로 한 끼니를 때우기에는 그 인원이 너무 방대함으로써 여기에 특단의 조치가 요구된다. 영양이 고르게 갖추어져 있고 먹음직한 음식을 개발하여서 되도록 간편하고 먹고 난 뒤의 포장폐기물 처리가 어렵지 않은 도시락형 포장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노력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3분 카레, 3분 어묵 혹은 컵라면 같은 것을 포장물 통째로 더운물에 넣어 데우거나 또는 더운 물을 부어서 조리하는 이른바 보일 인 백(Boil-in-bag) 방식을 꼽을 수가 있다.
이것 말고도 작금 서구 사람들이 즐겨 쓰는 신조어 텔레비전도시락(TV dinner)을 꼽을 수가 있다.
이 낱말의 어원을 조금 부연하면 이렇다. TV를 보다가 시장기가 들면 TV 옆에 있는 냉장고에서 이미 조리되고 포장까지 끝낸 음식을 꺼내서 그 옆에 있는 마이크로웨이브렌지 통칭 전자렌지에 넣어서 원터치 스위치(One touch switch) 조작으로 삽시간에 뜨끈뜨끈하게 데워서 먹고, 남으면 냉장고에 도로 넣고, 다 먹었으면 포장폐기물을 휴지통에 버려서 흔적도 남기지 않는 식사방식을 말한다.
옛날 같으면 꿈같은 이야기지만 여기에는 포장의 공로가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여기에 쓰이는 포장재는 마이크로웨이브 분위기 속에서도 능히 견디어 내는 포장재질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 있다.
앞에서 언급한바 있는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어린이들의 거대한 물결은 1960년대에 이르러 모두가 활기 넘치는 십대(10代)로 성장하였다. 그 당시 이들이 필요로 하는 입을 것, 먹을 것, 볼 것, 어느 것 하나 넉넉하게 준비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 막대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하여 허겁지겁 준비한 것이 패스트푸드(fast food)와 청바지(blue jean)라고 주장하는 식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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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이르러 사회적인 기강이 다소 해이해진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우선 거리의 여성들의 성적(性的)인 표현도 느슨해져서 스커트의 길이와 블라우스의 네크라인(neck line)이 위험선상까지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이 무렵 서구 사람들은 드러내 놓은 다리와 가슴을 치즈케익(cheese cake 치즈떡)이라고 불렀다. 이 여성 세력에 맞대응해서 남성들도 밀리지 않으려고 육체를 마구 드러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을 가지고 서구사람들은 비프케익(beef cake 쇠고기떡)이라는 호칭을 붙였으나 그것은 이름뿐이었고 실제로 얼마간의 효과를 본 것은 1980년대 이후부터 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생각해 보건데 이것 한가지 만 가지고 보더라도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항상 한 템포씩 뒤지고 있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포장디자이너가 어느 한 상품의 포장을 설계할 때 전면에 무슨 그림을 넣을 것이냐 말 것이냐, 치즈케익이냐 비프케익이냐 또 다른 것이냐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 확실하다.
내 한마디 충고하건데 이것저것 결론이 나지 않으면 무궁화 꽃 한 송이로 아름답게 장식하기를 권한다. 무슨무슨 케익 종류로는 미동도 하지 않는 세력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지나간 20세기 후반은 변화무쌍한 시대였다. 노령사회로 접어들었고 사회의 규범도 많이 바뀌었다. 단위가정의 가족 수는 적어지고 홀로 살아가는 사람 수는 늘어났다. 신혼부부는 제각기 더 좋은 직업 더 많은 수입을 찾아서 동분서주할 뿐 집안 살림은 부차적으로 비치는 세상이다.
주방에서 밥솥 뚜껑이나 조종하는 주부는 처량한 감마저 든다. 이러한 환경에서 도시 생활자는 모든 것이 더 빠르게 덜 불편하게를 외치면 눈을 두리번거린다. 이와 같은 상황 아래서 포장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굳이 물어볼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이종각 회장 / LEEPACK
포장이란 무엇인가? (1)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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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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