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부장 LEEPACK/포장기술사

포장산업은 GNP의 약 2%를 차지하는 거대한 산업군으로 국가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포장은 물건의 보호, 편리한 취급, 정보의 제공 및 경제성 등의 기본 역할은 물론 환경보호와 국제화 등 우리 미래의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포장산업에 있어서의 포장기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포장산업을 구성하는 모든 분야의 완성은 포장기계를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포장산업 각 분야의 기술이 일구어낸 재료와 기법을 활용하여, 포장기계를 거쳐 비로소 상품이 탄생되기 때문이다.

포장기계의 현주소

포장기계와 관련된 세계시장의 규모는 지난세기 말에 이미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 중 미국이 약 3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 뒤를 독일, 일본, 이탈리아, 중국이 따르는 것으로 통계에 나타난다.

포장기계와 관련된 기술의 발달은 독일을 위시한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국가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일본이 만만치 않은 시장규모와 발달된 전자기술을 앞세워 또 하나의 세력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표준화와 부품의 공동화를 통하여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하여 품질관리 및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기술력의 평가로는 기계 기구의 구성은 독일을 가장 경쟁력이 있는 국가로 꼽을 수 있고, 소프트웨어의 구성은 일본이 강점을 갖고 있다.

구미 제국은 낱 포장에서 포장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이르는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데, 동남아 제국과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 및 남미 국가들과 중국 등이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틈새를 노리고 있다.

우리나라 포장기계의 시장규모는 국내생산과 수입제품을 합하여 약3,000억원 규모를 이루고 있는데, 그 중 2,000억원을 상회하는 규모를 식품관련 포장기계가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 다음이 의약품, 화장품의 순서이다.

우리나라 포장기계의 기술동향

국내에서 포장기계의 제작은 50년 역사를 갖고 있다. 1950년대 중반에 맨 처음 제작을 시작한 포장기계 업체는 3면 및 4면 포장기의 국산화를 이루어 국내 포장기계의 역사를 시작하였다. 이후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서 선진국에서 도입된 밀가루, 설탕 등 생활필수품 포장기와 껌, 담배 및 제과용 포장기는 국내 포장기계의 발전 모델과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감당하였다.

국내 포장기계는 80년대들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하여, 90년대에 와서야 수출이 이루어 진다.

1970년대에 개발이 시작된 반자동 포장기는 국내 포장기계의 저변을 다지면서 도약을 위한 준비단계로서 평가할 수 있는데, 1980년대 국내 식품산업에 크게 영향을 끼친 진공포장기가 1970년대 후반에 국산화 되어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것은 기술선진국에서 제작된 진공포장기의 수입을 대체하여 국내 산업에 공헌한 것은 물론이고, 국산 포장기계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한 쾌거였다.

1970년대에 개발이 시작된 분말, 과립, 액상 충전기는 진화를 거듭하면서, 198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국내 제작이 시작된 자동포장기와 접목되고, 이 때부터 시작된 자동포장기의 제작은 1990년대에 들어서서 해외 수출이 가능한 정도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그렇지만 2000년도에 들어설 무렵에서야 내수 80%, 수출 20%의 구성을 갖게 된 국내 포장기계의 사정은, 포장기계 제작업체들 간의 생존을 위한 내수 시장에서의 과다한 경쟁을 필연적으로 불러왔으며, 거의 동남아 시장에 국한된 수출 시장에서의 사정도, 기술 수준은 일본이나 독일에 비하여 떨어지고, 가격은 대만, 이탈리아 등에 비하여 경쟁력이 떨어지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포장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분야 중에서 가장 낙후된 분야에 포장기계가 포함된다는 시각이 우세한데, 국내 포장기계의 기술수준은 선진국 대비 약 78% 수준으로 조사된 바 있다.

주로 기계기구에 의하여 작동하는, 계량기를 비롯한 포장기의 제작이 1970년대에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Relay sequence 회로에 의하여 동작하는 포장기가 1970년 후반에 제작되기 시작하여 1980년대 국산 포장기계의 주류를 이루어 왔다.

전술한 국산 진공포장기의 제작도 이 Relay sequence 회로에 의하여 제작되었는데, 이 무렵부터 국내 포장기의 제조에서도 기계기술과 제어기술이 접목된 Mechatronics의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 중, 후반을 지나면서 자동계량기를 시작으로 도입된 마이크로컴퓨터에 의한 제어는 일본의 영향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PLC 제어기술은 1990년대의 포장기 제어의 큰 줄기를 형성하게 된다.

PLC 제어가 자리를 굳힌 1990년대에 Servo control 기술의 적용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1990년대 후반 이후 포장기계 기술은 Robot system의 적용으로 커다란 도약을 꿈꾸고 있다.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단축이 포장기계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과제와 전망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까지의 포장기계의 가치는 생산능력으로 평가되었다. 포장기계의 투입으로 인하여 생산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가가 포장기계 선정의 포인트이었다.

그러나 사회 환경의 변화로 인한 인건비의 상승은 1980년대 말 이후 가치 평가의 기준을 인력대체 효과로 빠르게 이동시켰고, 이러한 현상은 1990년대 전반에 걸쳐 나타난 대표적인 현상이었다. 그 효과는 1990년대 중반까지 식품업체를 중심으로 나타났는데, 대규모 식품공장의 경우 불과 십수 년 사이에 전체 근무인원이 10분의 1 가까이 감축되는 극단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1990년대 이후 현저한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단축은 포장기계에 있어서 또 하나의 과제이다. 이것은 새로운 시장의 등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주문 제작이 특징인 포장기계에 있어서는 커다란 과제이기도 하다.

포장기계의 특성상 현장적응에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하게 되는데, 라이프사이클의 단축은 이러한 사정에 대한 배려를 허락할 수 없도록 바뀌고 있어, 보다 안정성이 있는 기술력의 확보를 포장기계 제작업체에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소량 다품종 생산으로 대변되기도 한다. 소비자의 니즈에 맞추어 변화해야하는 상품 생산 공정의 유연성은 당연히 포장기계의 유연성도 요구하게 되는데, 산업선진국에서는 이미 중요한 테마로 등장하여 하나의 컨셉트로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 국내 포장 환경은 많은 변화를 맞았다. 대형 할인 매장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쇼핑패턴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에 따른 낱 포장 단위의 대형화 및 묶음 포장의 일반화는 포장기계의 대응을 요구하였고, 근래 들어 활성화되고 있는 통신판매와 전자 상거래는 포장기계의 변화를 필요로 할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제품의 안전도를 높이기 위한 위조 및 변조방지를 비롯하여 CRP, Barrier free, Universal packaging 등의 개념 도입과 PL 및 지구환경 보존에 대한 대비 등은 포장기계에 또 다른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BRICs로 불리는 몇몇 나라의 성장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변화는 국내 포장기계에게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의 성장은 거의 국내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포장기계 제조업체들의 해외 진출 기회를 늘려주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포장기계에게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는 위기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포장기계의 수출규모가 아직은 미약하다고 하지만 1990년대에는 연평균 35%의 성장을 이룬 바 있다. 이것은 국산 포장기계의 가능성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이기도 하며, 국내 포장기계 업체가 앞으로 지향해야할 방향의 제시이기도 하다.

전술한 바와 같이, 국내 포장기계의 수준은 아직은 기술 선진국에 비하여 품질 경쟁력이 떨어지고, 후발 개도국에 비하여 가격 경쟁력이 도전받는 입장에 있다.

그러나 포장기계 중의 몇몇 아이템에서 선진국 제품과 비교하여 품질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들이 상당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향후 우리나라의 포장기계가 이들처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국제 시장으로 진출하는 일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