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분야에 입문한지 10여년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나의 직업에 대하여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말로 표현할 수 있음에 아직도 말하기가 망설여 진다.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포장개발을 한다고 주위 분에게 이야기 하였더니 식품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도로 포장을 하느냐, 선물세트 포장하느냐, 포장 이사를 개발하는 것이냐는 등 정확한 이해보다는 주위에서 흔히 듣는 직업 중에서 포장으로 연관되는 직업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포장이 무슨 일을 하는 것이고 포장의 가치는 상품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하면 고개는 끄떡이지만 그래도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만약 내가 구조디자인, 재료디자인을 한다고 하면 멋있는 일을 한다고 주위에서 나의 직업에 대하여 우러러 보는 분위기가 만들어 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물론 이러한 표현이 전혀 틀린 내용이 아니지만 디자인이라는 말이 시각디자인, 편집디자인 하는 포장의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분야에 선점되었기 때문에 포장 설계하는 것을 디자인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엔지니어라고 표현하기에도 기계, 건축 등 공학을 하는 사람들로 생각되어지는 것 같아 포장 일에 썩 잘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다. 요즘 포장을 대신하여 패키징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리워지고 있는데 나는 이 이름에 개인적으로 찬성한다.

마케팅과 속성 유사한 패키징

영어로 포장이 표현될 때 포장된 목적물을 나타내는 PACKAGE와 포장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 단어로 PACKAGING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패키징을 포장을 대신할 수 있는 이름으로 생각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로는 패키지에 비하여 패키징은 행위를 포함한 단어로서 포장의 가치를 높이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모든 행위를 나타내는 것, 즉 재료연구 및 선정, 포장 기계의 적합성 추구, 새로운 포장기법의 도입, 포장규격의 설계 등 패키지를 잘 만들기 위한 모든 활동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시장에서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기 위한 모든 행위를 나타내는 마케팅과 그 속성이 유사하다는 데서 패키징 단어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마케팅이 기존에는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나 MBA를 한 사람들이 하는 브랜드 매니저로서 전문 활동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요즘은 모든 분야에서 마케팅을 잘 아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게 되었다.

연구소에 근무하는 사람도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하여 마케팅을 알아야 하고, 품질관리를 하는 기술팀 사람도 6시그마(고객의 불만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고객만족 품질경영 기법)를 잘 하기 위하여 소비자를 잘 이해하는 마음 즉 마케팅을 알아야 한다.

인사, 총무, 관리를 하는 사람들도 사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마케팅을 알아야 하니, 포장하는 사람들도 마케팅을 이해하고 연관 관계를 정립하여 실천하는 것이 포장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주위의 선배들이 많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패키징이 토탈적인 활동성과 함께 소비자를 만족하는 포장을 만들어 히트 상품을 만들겠다는 마케팅적 마인드와 목표를 가지고 있고, 포장의 기반 기술을 핵심기술로 발전시켜 부가가치를 최적하기 위한 실천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이 들므로 현대의 추세에 비추어 포장의 새로운 직업명으로 가꾸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품과 패키징의 연관성

이러한 의미에서 마케팅을 패키징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하여 마케팅 이론을 대표하는 4P(PRODUCT(상품), PRICE(가격), PLASE(유통), PROMOTION(판촉과 광고)에 대한 패키징의 연관성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첫째 4P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상품(PRODUCT)의 패키징 연관성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내용물에 패키지를 더한 것을 상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 동일한 내용물을 포장하더라도 패키징의 적합성과 창조성에 의하여 두가지 상품이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를 패키지소프트기능이라고 한다.

패키지소프트기능은 패키징이 마케팅의 핵심인 상품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껌포장을 보면 기존의 껌은 은박지에 일일이 싼 포장이 대표적인 껌이었지만 최근에는 껌을 일일이 개별 포장하지 않고 약통에 포장함으로서 소비자에게 편리를 주고 가격적인 경쟁력도 만든 사례를 보면서 포장의 차이가 상품의 차이가 될 수 있다는 패키지소프트기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은 진정한 창의성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 외국의 것을 모방한 경우나 진입장벽이 낮은 경우에는 누구나 쉽게 따라하여 그 가치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마케팅 관점에서 기술적인 패키징 차별화는 창의적인 발상에서 출발하여 실용신안이나 특허, 기술적인 베리어를 가지고 최소한 1년 이상의 차별화를 유지할 때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현대 사회에서는 무수히 많은 신제품이 출시되어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는데 어떠한 분야에서도 기존과 동일한 패키지을 가지고는 히트 상품을 만들기가 어렵다. 소비자를 이해하고 소비자의 조그마한 어려움도 기꺼이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 감동의 마음으로 포장이 접근할 때 조그만 변화와 개선에도 소비자는 그것을 기꺼이 구매해 주는 것이다.

3년전 식용유의 포장을 따르기 쉽고 흐르지 않으며, 겉포장을 없애 쓰레기를 줄여준 투명 식용유를 시장에 출시되었을 때 소비자가 내용물이 전혀 바뀌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내용물이 더 고소하고 깨끗해졌다고 느끼는 것을 보고 패키징의 차별화와 개선이 상품의 중요한 핵심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

가격과 패키징의 연관성

두번째로 가격(PRICE)의 패키징 연관성을 살펴보면, 상품의 소비자 가격은 제조원가(내용물+포장+제조비용)와 이익, 영업비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의 상품 제조원가를 살려보면 내용물의 가격과 품질이 핵심요소였지만, 현대에서는 포장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기존의 포장재원가 개념은 가장 싼 포장재가 좋은 포장재로 인정받았고, 기업에서 포장개발의 역할은 포장재 원가절감이 이익의 근원이라는 생각으로 이 부분에 치중하였다.

요즘의 포장재 가격에 대한 개념은 토탈코스트 측면이 강조되고 있으며 포장재의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물류, 유통 효율과 생산효율, 소비자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으면 그것이 더 우수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포장재를 비싼 것을 사용하면 소비자에게 상품가격을 더 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고, 포장재 가격을 무조건 낮추면 품질을 지키지 못하여 이미지를 실추할 수도 있다. 포장재가 가지는 개념이 비용의 개념에서 투자의 개념으로 바뀜으로서 그 가치의 축이 달라지고 있다.

현재 소비자 상품을 다루는 업체에서는 포장이 줄 수 있는 부가가치를 기초로 하는 가격, 즉 인지가격(Perceived Price)이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게 되었다. 인지가격이란 소비자의 이미지 속에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으로 다른 제품보다 더 받을 수 있는 가격을 말한다.

예를 들어 대형 만두 제품에 지퍼를 달아주는데 20원이 더 들어간다고 가정 할 때 소비자에게 지퍼를 달아주면 상품 가격이 얼마나 올라가는 것을 더 인정하여 주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약 50원 이상의 인지가격의 향상이 있으면 이 포장은 당장 도입하는 것이 옳을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채용하지 않는 것이 옳을 것이다.

기존의 패키징 개발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개념으로 패키지를 개발하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마케팅의 기본 개념에 철저하지는 않았다고 생각이 든다.

이러한 패키징 부가가치에 의한 가격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패키징이 낼 수 있는 가치를 수치화하여 개발/개선의 가치를 측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패키징을 상품개발과 동등한 위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유통가 패키징의 연관성

세번째로는 유통(PLACE)과 패키징의 관련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상품을 판매하는 장소를 살펴보면 미니슈퍼, 대형종합슈퍼, 백화점, 할인매장, CVS등이 있다. 미니슈퍼의 경우에는 거리가 가까워 가기 쉽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대형종합슈퍼나 백화점의 경우는 구색이 풍부하여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고 환경이 쾌적하여 쇼핑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요즘 확대 일변도에 있는 할인점은 대형종합슈퍼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가격이 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CVS점은 가까이 있다는 미니슈퍼의 장점과 더불어 항상 열려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미니슈퍼를 대체해 나가고 있다. 보통 신상품의 개발시 어디에서 팔 것인가를 포장의 판매 컨셉을 정하는 중요한 팩터이다.

할인매장을 대상으로 개발되는 패키징의 특징은 대형화와 번들화를 기본 개념으로 가지고 있다. 동일한 상품을 다른 상품보다 싸게 판다는 것은 제조원가를 줄일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할인점 상품의 일차적인 개발 포인트이고, 일주일에 한번씩 시장을 보는 사람을 위하여 적정단량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이차적인 고민이다.

또한 할인점의 한 형태인 오픈형 매장(예 코스트코)의 경우에는 박스 자체가 진열의 단위이고 판매의 단위가 되어야 하므로 수송용의 박스포장이 상품포장으로서 개발되는 추세를 보이기도 한다.

CVS점용은 보통 1～2등 상품만이 팔리는 매장으로서 소비자의 편리를 고민하여야 하는 점에서 다른 매장과 비교하여 패키징 컨셉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할인점과 반대로 소형화해야하며, 다른 경쟁 상품과 비교하여 먹기 쉬운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차별적인 우위를 가져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삼각김밥이 출시되어 그 사용 편리성과 적합한 단량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이 CVS점의 특성을 잘 살린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든다. 진열에 있어서도 걸고리진열과 스탠딩진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패키징 개발시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슈퍼마켓에서 한 상품에 소비자의 눈이 머무는 시간은 0.2초이고 소비자가 처음 눈에 들어온 상품을 구매할 확률은 50%이상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유통에 있어서 패키징의 차별성을 설명하여 주고 있으며, 유통에 따른 진열성과 스패이스 경쟁은 패키징이 유통과 관련되어 가장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부분이다.

소비자가 가장 보기 쉽고 잡기 쉬운 매대의 범위를 골드라인이라고 하는 데 이는 고객이 수평적인 시선(눈높이)보다 약간 아래쪽 방향을 나타내며 평균적인 여자 신장을 기준해 볼 때 바닥으로부터 70～130cm전후 즉 허리부터 어깨높이까지의 범위에 해당된다.

업태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으나 상품이 어느 위치에 놓일 것인가를 고려하여 패키징을 개발해야만 소비자의 시선을 뺏어 팔릴 수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 상품이 가로로 몇 개를 나란히 진열해 놓는가를 페이스수라고 하는데, 페이스수를 증대시키면 매출이 증대하게 되지만 일정 페이스수를 초과하여 진열하게 되면 점차 그 효과가 감소하게 되는데 신상품 개발시 어디에 어느 정도의 물량을 진열시켜 판매할 것을 미리 설계함으로서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유통과 패키징에 대한 공동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어 이 부분의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판촉 및 광고와 패키징의 연관성

마지막으로 판촉과 광고(promotion)와 패키징의 관련성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소비자의 상품의 구매 패턴을 AIDMA의 원칙에 의하면

- ATTENTION : 주목하는 단계
- INTEREST : 흥미를 가지고 상세하게 아는 단계
- DESIRE : 갖고자하는 요구를 가진 단계
- MEMORY : 자사 상품을 좋은 인상을 가지고 기억하는 단계
- ACTION : 구매하는 단계로 설명 될 수 있겠습니다.

판촉과 광고라는 것이 소비자의 기억 속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어 구매하게 하는 것이라면 패키징도 같은 개념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광고와 판촉을 많이 하는 상품에서의 패키징의 역할은 소비자의 주목과 흥미를 끄는 측면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판매 현장에서 여사원이 상품의 특성 중에 패키징의 편의와 가치를 설명하고, 잡지광고에서 패키징의 기술적인 우위를 설명하고, TV광고에서 직접적인 편의를 강조할 수도 있고, 패키징이 주는 이미지를 담을 수도 있다.

판촉과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 상품의 경우는 패키징이 PROMOTION을 대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소비자는 매장에서 동일한 특성을 가진 여러 상품들 중에서 본인이 마음에 드는 한가지 제품을 구매한다.

이때 패키징이 소비자의 주위와 흥미를 끌고, 갖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게 하고, 좋은 인상을 남겨 다음에도 반복적으로 살 수 있게 한다면, 말없는 세일즈맨이라는 패키징의 판촉 기능이 상품에 있어서 핵심기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의 변화 속도를 잡는 것이 중요

위에서 마케팅의 4P이론과 패키징의 연관성을 고민하고 적어 보았지만 아직은 무리한 연결과 정립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에 비하여 소비자의 생각이 크게 변화하였고 그 변화 속도도 무척 빠르기 때문에 기존의 상품 개념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관습, 경험에 사로잡혀 변하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이 든다.

패키징에 있어서도 국내 타사와의 경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변화의 속도를 잡는 것이 중요하고,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변화를 읽고 실행하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케팅의 기본 이론 중에 타켓 마케팅이라는 말은 패키징에 있어서도 모든 사람을 만족하는 패키징을 개발하기보다는 특정소비자를 타케트로 하여 소중, 분중이 만족하는 패키징을 개발하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고, 요즘 많이 사용되고 있는 감성마케팅이라는 말은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는 가치 기준이 이성에서 감성으로 옮아가, 상품의 질이 우수하다 나쁘다 보다는 소비자입장에서 좋다, 나쁘다는 입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도 패키징은 소비자의 오감을 자극하여 호감을 얻을 수 있는 측면으로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21세기의 새로운 가치는 다양성과 시간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소비자의 개성의 강화와 돈보다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실용적인 성향이 강화되었기 때문인데, 이 부분도 패키징에서 소비자 편의와 다품종소량생산 적합성에 대하여 철저한 연구와 창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패키징과 마케팅을 떨어트려 생각할 수 없다. 우리가 하는 패키징이 마케팅이요, 소비자에서 진정으로 좋은 상품을 만들어 주겠다는 신념의 표현이기에 우리 패키징의 미래가 밝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