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포장재 업계가 성수기 원지 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 최근 발생한 국내 최대 골판지 원지업체 신대양제지 화재 여파가 현실화된 것. 휴가 기간 조업 중단, 원지 수출 자제 등 원지 재고 확보를 위한 자구책이 마련됐지만 이마저도 안정적인 수급책은 아니어서 골판지 포장재 업계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9일 발생한 신대양제지 시화공장 화재로 월 약 3만4000톤의 원지 공급이 중단, 골판지 포장재 업체들이 원지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수급 균형에 균열이 생기며 원자재 파동 조짐까지 나타나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농산물 수확과 추석 연휴를 앞둔 7~9월이 골판지 업계 성수기인데, 전체 물량의 9%를 차지하는 신대양제지 화재 여파로 원지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며 "원지 업체들이 수출을 내수로 돌리는 등 상생을 위해 노력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원지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업계에서는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골판지 포장재 업체 모임인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은 비상회의와 이사회 등을 잇달아 열고 있다.

최근 긴급이사회를 거쳐 조합이 작성, 업체들에 배포한 호소문에는
△원지 수출 자제 △자사 계열사 위주가 아닌 전문 골판지 업체로의 균등한 원지 배분 △원지 사재기 자제를 통한 가수요 유발 방지 등 내용이 담겼다.

조합 관계자는 "신대양제지 화재로 원지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조합에서 회원사들을 상대로 협조 호소문을 배포했다"며 "골판지 포장재 업체들이 하계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시점인 8월 10일 이후 상황을 지켜본 후 후속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골판지 포장재 업체들이 8월 초순 하계휴가에 들어가면서 원지 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 재고가 쌓이는 만큼 당장 수급 불균형에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돌발 변수에 대비해 원지 수입 등 업계 차원에서 다각도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실제로 이같은 상황을 초래한 신대양제지는 최근 대만 등에서 원지를 수입, 포장재 업체들에 공급하고 있다.

신대양제지 관계자는 "원지를 공급하지 못하면 우리뿐 아니라 거래처 경영이 악화되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원지를 수입해 공급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골판지 원지 가격은 톤당 40만원에 거래된다. 하지만 대만 등 수입 원지는 운송비를 포함해 43만~44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대양제지는 톤당 3~4만원의 손해를 감수하고 국내 가격과 동일한 수준으로 포장재 업체들에 수입산 원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한편, 이 같은 원지 부족 현상은 이르면 신대양제지 시화공장이 복구, 정상 가동되는 연말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신대양제지 관계자는 "현재 설비 설계 발주를 넣은 상황으로 시운전 등 가동 정상화까지는 화재 시점으로부터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공장 복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