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은 이달 초 네이버 모바일 메신저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패키지(포장용기)에 넣은 ‘2080 재스민향 치약’을 출시했다. 브라운·샐리·레너드 등 총 9종의 캐릭터가 그려진 이 제품은 당초 6만개 한정수량으로 생산됐다. 하지만 주문이 폭주해 현재 6만개를 추가 생산하고 있다.

그간 애경은 마릴린 먼로와 오드리 헵번 사진을 활용한 선물세트를 선보이는 등 패키지에 공을 들여왔다. 치약이나 샴푸, 세제 등 생활용품은 브랜드별 품질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디자인에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디자인이 경쟁력인 시대다. 소비자들이 미적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디자인이 매출 증대와 브랜드 이미지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제품을 구입할 때 꼼꼼히 따지기보다 습관이나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소모품의 경우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식음료업계가 잇따라 용기 포장을 새 단장하는 것도 단순히 보기 좋은 디자인 때문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이나 제품 특성을 강조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9월 냉장주스 ‘델몬트 콜드 비타민플러스’ 패키지를 개선했다. 오렌지·포도 이미지를 전면에 배치하고, 유럽산 멀티비타민을 첨가한 프리미엄 주스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인증 로고를 새롭게 삽입했다. 웅진식품도 쌀음료 ‘아침햇살’ 패키지에 출근이나 등교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추가하고, ‘아침을 먹자’는 문구를 넣어 아침 대용식으로의 기능을 강조했다.

KGC인삼공사는 면세점 전용제품인 ‘홍삼정로얄 투어에디션’ 패키지에 설악산과 제주 성산일출봉, 안동 하회마을 등 한국의 관광명소 8곳을 그려 넣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을 알리자는 취지에서다.

하이트진로음료는 탄산수 ‘디아망’ 패키지를 리뉴얼하면서 용기를 다이아몬드 물방울 모양으로 형상화하고, 상표에도 다이아몬드 이미지를 넣었다. 디아망은 프랑스어로 다이아몬드라는 뜻으로, 깨끗한 탄산수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디자인 경영은 캐릭터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정유회사 에쓰오일은 2012년 개발한 캐릭터 ‘구도일’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구도일은 ‘좋은(Good) 기름(Oil)’을 연음되는 대로 발음한 것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구도일은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면서 소비자 발길을 자연스럽게 돌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탄생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도 자체 캐릭터 ‘탱키 패밀리’를 개발했다. 이 캐릭터는 탱키(한국), 싱가(싱가포르), 핀(괌), 니코(일본), 쿵(중국), 쿠니(태국), 키키(인도네시아) 등 롯데면세점 진출 국가를 상징하는 7개와 외계에서 온 듀리까지 총 8개로 구성돼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를 활용해 고객 사은품과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품과 품질만 가지고 승부를 하던 때는 지났다”며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줘 친밀하게 다가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