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 포장´ 오명을 쓴 오리온의 ´착한 포장´이 해태 허니버터칩에 이어 또 한 번 제과업계에 긍정적인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오리온은 지난해 11월 시작한 1차 포장재 개선을 완료한 데 이어 필름 포장재에 들어가는 잉크 사용량을 줄임으로써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2차 포장재 개선작업´을 진행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번 개선은 예감, 고래밥, 오뜨, 참붕어빵 등 22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디자인을 단순화시켜 인쇄 도수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낱개 포장 제품의 경우 기존 7~8도에서 3도 이하로 인쇄 도수를 낮추고, 246종에 달하던 잉크 종류도 178종으로 줄이는 등 연간 약 88톤의 잉크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필름 재질과 골판지박스 규격 개선을 통해 쓰레기 발생량도 줄일 계획이다.

오리온은 이미 작년 11월 23개 제품의 포장을 개선하는 1차 포장재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한 상자에 7개 들어 있던 마켓오 리얼브라우니는 1개를 추가했고, 썬·눈을감자 등은 내용물을 5% 늘렸다. 포카칩, 참붕어빵 등 16종은 35%인 포장 내 빈 공간을 25% 이하로 줄였다.

그로부터 3개월 뒤, 우려 속에 출발한 ‘착한 포장’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고 있다. 과대 포장을 개선하고 용량을 늘린 23종의 최근 3개월(12~2월) 매출이 개선 전 3개월(9~11월)보다 15% 증가했다.

특히 질소 충전재 함량을 대폭 줄인 스낵류의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썬 매출은 59억원에서 75억원으로 3개월 만에 27% 높아졌다. 대표 제품인 포카칩은 338억원에서 385억원으로, 오!감자는 98억원에서 118억원으로 늘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외부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스낵 판매가 감소하는 게 게 일반적이지만 착한 포장 프로젝트에 대한 호응 덕분에 소비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오리온의 경쟁사인 업체들은 이미 대대적인 포장재 개선 작업을 진행한 후라 새로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과대 포장에 대한 지적이 제기돼 몇 년 전부터 기준에 맞춰 포장을 대대적으로 교체했다"며 "과대 포장 문제가 불거지기 전부터 포장을 전면 리뉴얼해서 과대 포장과 관련해서 재작년부터 법적으로 한 건도 걸린 적이 없으며 현재 포장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논의는 없다"고 말했다.

해태의 관계자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이미 스낵과 과자류 포장을 개선이 완료돼 법적으로 정해진 포장비율에 맞춰 적합하게 생산하고, 이렇게 출시된 제품은 검사 기관에 의뢰해 규격, 포장 비율 등 검사를 거쳐 시중에 판매가 되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식품, 화장품 등의 종합 제품은 포장횟수 2차 이내, 포장공간 비율 25% 이내의 포장 방법을 준수해야 한다. 상자 포장형 선물세트의 경우, 개별 제품을 담는 1차 상자포장 외의 추가 포장은 1번까지 가능하며, 포장상자 내 제품 비중은 75% 이상 이어야 한다.

미흡한 법안에 제과업체들이 틈새를 파고들고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 민간단체 자원순환연대 측은 "사실상 과대포장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는 업체들이 많다"며 "법에서 제과류는 2회 이내로 포장횟수가 정해져 있는데 ‘부서지기 쉬운 과자’에 들어가는 완충제 역할의 트레이는 포장의 횟수로 세지 않는다. 더욱 세부적인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포장과 내용물의 비율 및 방법에 관한 규제는 환경부가, 정량에 대한 일반 규제는 산업부가 맡고 있다"며 "기타 식품 안전 및 세부 규칙은 식약처, 농림부 등 관련 부처에서 담당하는데 지난해 11월부터 과대포장 관련 법규 포장 재질이나 방법 등을 개선하는 법규 준비를 위해 조사 진행 중이며 먼저 설 선물 과대포장 위반 업체를 4월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