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이나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의약품 중 유난히 포장을 뜯기 어려워 신경질이 나는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PTP( Press Through Pack) 포장으로 불리는 알약 포장의 경우 어떤 제품은 가볍게 힘만 줘도 ‘탁’ 소리와 함께 약이 튀어나오는 반면 힘을 잔뜩 줘야만 포장이 밀려 나오거나 뒷면을 먼저 벗겨야만 약을 꺼낼 수 있는 제품도 많다.

병 제품도 일반 플라스틱병과는 달리 힘을 줘 누른 다음 돌려야만 뚜껑을 딸 수 있는 제품도 많다. 이는 어린이가 위험한 약을 쉽게 꺼낼 수 없게 만든 안전장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린이들이 유해성이 큰 약물을 함부로 꺼내서 복용,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특정 의약품에 한해 개봉이 어렵게 만든 안전용기 제작을 의무화하고 있다. 안전용기는 5세 미만의 어린이가 5분 내에 개봉하기 어렵게 설계·고안된 용기나 포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안전용기의 특수포장은 마개 위 또는 옆을 눌러서 여는 형태의 포장(push and turn cap), 뒷면 포장을 벗긴 후 앞면을 눌러서 여는 형태의 포장(peel and push), 뒷면 포장을 벗겨서 여는 형태의 포장(peel open), 일정 이상의 힘으로 강하게 눌러서 여는 형태의 포장(hard push), 특정방향으로 찢어 개봉하는 형태의 포장(tear open) 등이 있다.

반드시 안전용기로 포장해야 하는 의약품도 지정돼있다.
△1회 복용량에 30㎎ 이상의 철 성분을 함유한 의약품 △아스피린 성분을 함유한 의약품 △개별포장당 1g 초과한 아세트아미노펜 함유한 의약품 △개별포장당 1g을 초과한 이부프로펜 함유 의약품 △소아용의약품 중 내용액제 등은 의무적으로 안전용기로 포장돼 있어야 한다.

△개별포장당 0.045㎎ 초과한 로페라마이드 성분 의약품 △개별포장당 나프록센 성분이 250㎎ 초과한 나프록센 △개별포장당 케토프로펜 50㎎을 초과한 케토프로펜 등도 포장이 쉽게 열리면 안된다.

다만 의사의 처방에 따라 조제되는 의약품은 안전용기 대상에서 제외된다.
해열진통제 타이레놀, 게보린, 펜잘 등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제품 포장이 쉽게 안 열리는 이유다. 대부분의 타이레놀과 게보린은 10개 들이 포장으로 판매 되는데 낱알 한 개에 함유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0.1g을 초과하면 무조건 안전용기로 포장돼야 한다는 얘기다.

포장 뜯기 힘들다고 짜증내서는 안되는 이유다. 반대로 안전용기로 제작돼야 하는 의약품인데도 안전용기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어린이가 쉽게 뜯을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제작됐다면 보건당국에 신고할 필요가 있다. 이때 해당 제품은 제조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