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복숭아를 사놓고 며칠 지나지 않아 복숭아가 쉽게 멍이 들거나 물러져서 아쉬워했던 경험들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복숭아는 부드러운 육질과 달콤한 육즙은 물론 숙취해소, 니코틴 제거, 피부미용 등에 효과가 있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여름철 과일이다.

그러나 수확 후 물러짐과 동시에 부패가 진행되면서 품질이 빠르게 나빠지는 과일 역시 복숭아이다. 복숭아는 추천되고 있는 5-8 ℃의 보관 온도에서도 부패가 진행되기 때문에 장기 저장과 유통에 어려움이 있어 왔다.

농촌진흥청(청장 박현출)은 복숭아가 빨리 부패되는 것을 방지해 복숭아의 단단함을 유지하고 부패과 발생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을 발견했다. 그것은 복숭아 수확 후 저장, 유통 시 ‘에틸렌 흡착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복숭아 물러지는 속도를 늦춰 유통에 유리
복숭아가 물러지는 이유는 수확한 후 복숭아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성숙 및 노화호르몬인 에틸렌의 작용 때문이다.

현재에는 복숭아 내부에서 에틸렌이 생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사과 등에 허용돼 있는 에틸렌 억제제인 1-MCP(1-metylycyclopropene)를 사용했으나, 백도나 황도 등에 적용 시에는 고농도 처리가 필요하며 낮은 농도에서는 효과가 미미한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농촌진흥청 과수과에서는 복숭아 주변의 에틸렌 농도를 줄이기 위해 에틸렌의 이중결합을 깨뜨려 산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과망간산칼륨(KMnO4)과 내부에 수많은 통로 및 구멍을 가지고 있는 규산염 광물로 강력한 흡수 흡착 능력이 있어 유해가스를 제거하는 작용을 하는 제올라이트를 혼합해 만든 ‘에틸렌 흡착제’를 이용해 실험을 했다.

수확한 복숭아 5 kg을 2 % 유공 폴리에틸렌 0.03 mm 필름으로 내부 패키징하고 그 내부에 에틸렌 흡착제를 5 g씩 2곳에 넣은 다음 저장했다.

‘천중도 백도’를 20℃에 저장했을 때, 저장 6일째 복숭아의 단단함(경도)은 무처리 복숭아에 비해 약 1.7배 정도 높았고, 저장 12일째 부패율은 무처리 복숭아에서 45 %, ‘에틸렌 흡착제’를 넣은 복숭아에서는 31 %로 14 %가 줄었다.

‘장호원 황도’를 5℃에 저장했을 때에도 에틸렌 흡착제를 넣은 복숭아의 경도는 저장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높았고, 저장 28일째 부패율(에틸렌 흡착제 처리 23 %, 무처리 40 %)은 17 %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에틸렌 흡착제’는 복숭아의 물러지는 속도를 늦춰 단단함을 보다 오래 유지시키고 부패과 발생률을 낮추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에틸렌 흡착제’는 저장 또는 유통 시 저장 상자나 패키징 박스 내부에 쉽게 넣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어 복숭아의 저장과 유통 시 사용한다면 그 유통 수명을 늘릴 수 있다.

농촌진흥청 과수과 조미애 연구사는 “복숭아의 수출국 확대를 위해 장거리 운송이 필수적인데, 이 기술을 적용하면 선박운송, 수출국 현지 유통 기간 동안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유리 기자 onlylemon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