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요리를 못하는 사람이라도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식품이다. 라면은 쉬운 조리법과 저렴한 가격,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맛 등의 장점들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해왔다. 특히, 경기가 어려울수록 라면은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라면의 장점은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점을 발전시켜 ‘라면은 끓여 먹는 것’이라는 상식을 깨고 등장한 용기면은 40년 간 다양한 변신을 거듭하며 라면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용기면, 시대에 맞게 변신 거듭해
세계 최초의 용기면은 1971년 일본 닛신식품에서 출시한 ‘컵누들’이다. 국내에서는 1972년 삼양식품이 닛신식품의 기술을 도입해 출시한 ‘삼양컵라면’이 최초의 용기면이다.

처음에 ‘삼양컵라면’은 생소한 이미지에 봉지면보다 4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에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국민소득이 증대되고 전기온수기의 보급률이 늘어남에 따라 간편식 위주의 취식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용기면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나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용기면의 편리성은 현대화에 접어들수록 더욱 각광을 받았다.

용기면의 인기가 높아지자 업체들은 용기면의 편리성을 더욱 강조하는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용기면은 초기에는 좁은 컵이나 사발의 형태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도시락, 냄비 등 다양한 모양으로 진화했다.

1984년에는 한국야쿠르트(현재 팔도)에서 출시한 ‘도시락’이 인기를 끌었다. 용기를 네모난 직육면체의 도시락 모양으로 만들고, 그 모양의 특성이 반영된 제품명을 사용한 ‘도시락’은 기성세대들의 도시락 향수를 자극하는 데 성공하며 용기면 전쟁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리고 현재에는 국내보다 러시아에서 용기면시장의 60%를 점유하며 연간 약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용기면을 식사대용으로 여기기 시작한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에는 대용량으로 승부하는 용기면이 잇따라 출시되었다. 대용량 용기면으로는 농심의 ‘큰사발 시리즈’와 팔도의 ‘왕뚜껑’과 ‘빅3’, 삼양식품의 ‘큰냄비’가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는 편의점 진출이 가속화 되면서 작은 크기의 용기면들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 히트하면서 삼각김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소용량 제품에 대한 니즈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다이어트 열풍까지 가세하면서 용기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식품들이 용량을 줄이고 작은 용기에 담겨지게 되었다. 농심의 ‘신라면컵’, 오뚜기 ‘진라면컵’, 팔도의 ‘미니왕뚜껑’이 소용량 용기면의 대표적인 예다.

2000년대에는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반영해 차별화 콘셉트를 가지는 다양한 용기면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120여종 이상의 컵라면 브랜드가 차별화된 콘셉트로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다양한 요인 고려하여 여전히 진화 중
용기면은 지난해 6,000억 원의 수익을 넘어서며 라면 시장 전체 30%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전년 동기대비 19.2% 증가한 790억 원에 이르렀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앞으로 용기면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라면업체들은 단순히 용기의 모양과 디자인만이 아니라 내용물, 용량, 조리시간 등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한 용기면을 개발하며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팔도에서 출시한 ‘왕뚜껑S’는 ‘가장 짧은 조리시간’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보통 용기면의 조리시간이 3-4분이라면, ‘왕뚜껑S’는 평균 조리시간의 절반 이하인 90초 만에 조리가 완료되는 것이 특징이다. 조리시간을 단축시킨 또 다른 용기면으로는 조리시간이 2분인 오뚜기 ‘스낵컵면’으로, ‘왕뚜껑S’에 이어 두 번째로 조리시간이 짧다.

웰빙과 다이어트를 고려한 용기면도 빼놓을 수 없다. 오뚜기의 ‘컵누들’과 농심의 ‘녹두국수 봄비’는 칼로리를 낮췄으며, 농심은 건면으로 된 ‘건면김치’와 같은 제품을 개발했다. 또한 농심은 최근 출시한 ’블랙신컵‘을 통해 월간 약 2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40주년을 맞은 용기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컵라면의 최대 판매처인 편의점에서는 자체 PB상품을 개발하고 유명음식점과 제휴하거나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는 용기면들을 내놓기도 했다.

40년의 역사 동안, 여러 라면업체들에 의해 그 시대의 트렌드에 맞춰 다양하게 변화한 용기면. 1인 가구와 편의점이 늘어나는 요즘 추세로 볼 때, 용기면은 각각의 소비자의 개성적인 취향을 반영해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유리 기자 onlylemon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