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더위가 느껴지던 지난 4월 11일, (주)효성의 충북 광혜원 공장으로 패키징 관계자들이 모여들었다. 효성 광혜원 공장은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음료제품을 위한 어셉틱 라인이 설치되어 본격 가동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효성에서 기존 PET 보틀 공급업체를 넘어 음료 제품을 생산하는 필러(filler)로써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공급하는 새롭게 토탈 패키징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다.

이날 국내 패키징 관계자들이 효성 광혜원 공장에 모인 목적은 패키징 산업을 서비스 산업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에 대해 그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현장을 살펴보고 보다 나은 방향을 서로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패키징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간담회’라는 명칭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참석자들은 패키징 서비스업에 대한 의미와 국내 패키징 산업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폭 넓게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패키징 서비스업 발전 방향 논의

본격적인 간담회가 진행되기 전 (주)효성 오이용 사장의 안내로 진행된 효성의 무균충전라인(Aseptic line)을 견학하는 과정에서 참석자들은 시간당 2만여 개의 음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의 설비와 제품의 안전성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식경제부 주관으로 (주)효성 광혜원 공장에서 ´패키징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특히, 첨단 설비를 통해 음료 제품이 안전하게 가공되고 PET 보틀에 담기는 과정을 보면서 패키징 산업이 첨단산업의 면모를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효성 광혜원 공장에는 연간 3억2천만 본 규모의 무균 PET 보틀 음료를 생산할 수 있는 무균충전 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효성에서는 광혜원 공장에서 생산되는 무균 PET 보틀 음료 제품에 OEM제품으로는 처음으로 ‘아셉시스(Asepsys)’라는 브랜드를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OEM 제품에 브랜드를 도입한 것은 무균 충전 설비 시스템을 통해 생산된 PET 보틀 음료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안전함을 널리 인식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효성에서는 지난해 광혜원 공장에 무균 충전 라인을 도입하는데 약 400억원을 투자하였으며 앞으로도 2009년까지 증설을 통해 연산 6억3천만 본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효성 무균 충전 설비를 둘러본 본격적인 간담회가 시작되면서 참석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의견에는 어려운 업계의 현실에서부터 서로 협력하지 못하는 패키징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 등에 문제 제기도 있었다.

패키징 산업의 지향점 서비스 산업

지식경제부 디자인브랜드과 변영만 과장(위). 간담회 참석자들이 효성 어셉틱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아래)

이번 간담회를 주최한 지식경제부 브랜드디자인과의 변영만 과장은 인사말을 통해 “패키징 서비스 산업은 패키징 산업 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 미만으로 아직 크지 않지만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패키징 산업이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예산은 충분하지 않다. 이번 자리는 패키징 서비스 관련 산업의 육성을 위해 다양한 의견에 대해 들어볼 필요가 있어 마련하였다”고 밝혔다.

한국포장기계협회 김영순 부회장은 “패키징산업은 국민 총생산의 2%이 16조원에 이르는 커다란 규모를 갖추고 있지만 관련된 통계 자료가 없다”며 “패키징산업의 전반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며, 포장기술지원센터에서 이러한 업무를 진행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김영순 부회장은 덧붙여 포장기계의 수출입 통계도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패키징 산업이 더욱 힘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 디자인브랜드과에 패키징 담당 사무관이 1명 있는 체계를 벗어나 지식경제부에 패키징과를 별도의 부서로 독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CJ 제일제당 포장개발센터 차규환 센터장은 “세계적으로도 토탈 상품력의 개발은 출발 단계로 정부에서 패키징 부분의 지적재산에 대한 특허 등록이나 패키징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키워주는데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견에 포장기술종합지원센터의 조계민 소장은 “아이디어가 상품화가 되도록 지원인력, 시스템, 장비 등에 대한 지원체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앞으로 이 부분은 시스템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패키징 분야 지적재산권 보호장치 필요

기업에서 창의적으로 개발된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효성의 오이용 사장은 “기업에서 상당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기술을 개발해 놓아도 등록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의 범위가 의장등록 정도로 디자인을 조금만 변경해도 사용이 가능하다”며, “기업의 개발 결과물에 대한 실질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패키징 서비스 분야의 확대를 위해서는 패키지 디자인과 패키징 엔지니어링 파트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애경디자인세터의 구규우 상무이사는 디자인에 엔지니어링이 결합하면서 패키지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디자인에 엔지니어링 측면의 기능적이고, 분석적인 부분을 접목하면서 패키지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게 되었다”며 “새로운 기능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여주었다. 패키지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 판다는 점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한국패키지디자인협회 김득주 회장은 패키지 디자인 작업에서 엔지니어링 측면의 공정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김득주 회장은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디자인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디자이너에게 패키지의 소재나, 생산 라인, 물류의 흐름 등을 살펴 볼 수 있도록 하는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득주 회장은 덧붙여 “포장관련 단체가 서로 만나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의 구성이 필요하다”며 “협의체 운영을 위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광운대학교 화학공학과 나재식 교수는 “포장은 재료, 설비 등의 각각의 산업이 달라 이를 하나로 연결하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며 “밑그림을 그려 일할 수 있는 기관으로 포장기술종합지원센터가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힘을 키웠으면 한다”고 전했다.

국내 패키징 기업 여건 힘든 상태

한편, 국내 패키징 산업의 영세성과 어려운 여건에 대한 의견들도 제기되었다. 이생테크노팩의 김기범 이사는 포장 제조 기업들은 대부분 소규모로 핵심적인 기술의 습득이 어렵고, 기업 홍보를 못하고 있는 등 어려운 여건이라고 이야기 했다.

(주)블리스팩의 안종원 사장은 포장제품을 개발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며 국내의 영세한 포장기업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각각의 기업에서 잘할 수 있는 부분들을 살려 이를 서로 연결한 풀 패키지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 규모의 기업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각각의 중소기업을 연결해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지적이다.

서광기계의 안웅권 사장은 포장기계 업계의 어려움을 이야기 하였다. 대부분 영세기업인 포장기계 업계는 고급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체계가 안되어 있다며, 포장기계 업계의 개발력과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업계의 의견에 산업연구원 김홍석 연구위원은 “포장산업의 상황이 재료별 경쟁이 크고 각 업계간 문제를 아직도 해결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포장산업은 주도하는 산업이 아닌 끼어 있는 산업으로 패키징 서비스를 위한 역량이나 기획, 개발 등의 여건 마련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패키징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패키징 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

패키징 서비스업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이야기 되었다. 한솔그룹의 박홍식 부사장은 패키징 서비스업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 3가지를 지적하였다.

우선 패키징 서비스업의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원 역할이 필요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나아갈 방향을 잡아주는 조정자의 역할과 종합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네비게이터의 역할에 대하여 제시하였다. 또한, 패키징 서비스업을 내수시장으로 국한하지 말고 해외 진출의 필요성과 이에 대한 지원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다양한 의견에 대해 지식경제부 디자인브랜드과 변영만 과장은 “패키징 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듣게 되었다”며 “디자인에 비해 패키징에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가 주기적으로 개최되고, 내실 있는 토론회가 진행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식경제부 디자인브랜드과에서는 패키징산업의 발전 방향을 기존의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산업으로의 전환으로 보고 패키징 서비스 전문업체의 성장을 위한 환경 조성, 첨단 설비 연구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 업계 상생협력 모델 확산 및 영세 컨버팅 업체와 디자인 물류 등 관련 업체의 협업 유도 등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향을 세우고 있다.

또한, 패키징서비스 산업의 주요 형태로 계약 기반을 통한 포장을 전문으로 대행해주는 포장 및 충전업으로 보고 향후 패키징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통해 아시아 패키징 허브로의 발전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다.

홍순우 기자/ kip@pack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