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포장용 필름 및 플라스틱 용기의 원료로 사용되는 합성수지 고밀도폴리에틸렌(HDPE)과 폴리프로필렌(PP)의 가격을 담합한 석유화학기업들에게 과징금 1,051억원(일부 조정예정)과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권오승)는 10개 합성수지 제조판매회사들이 가격 담합행위를 하였다며 시정명령 및 과징금 1,051억원을 부과하기로 하였으며, 담합행위에 직접 가담한 5개사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2월 20일 밝혔다.

이번에 담합행위로 지적된 합성수지 업체는 호남석유화학(주), SK(주), (주)효성, 대한유화공업(주), 삼성종합화학(주), GS칼텍스(주), 삼성토탈(주), (주)엘지화학, 대림산업(주), (주)씨텍 등이다.

합성수지 10개사가 카르텔 행위기간 중 관련매출액은 10조4천억원으로 이 중 소비자피해 추산액은 약 1조 5,600억원에 이른다. 이들 합성수지 업체에서 가격담합을 한 대상 품목은 폴리프로필렌(PP)과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이다.

폴리프로필렌(PP)은 프로필렌을 촉매로 중합한 것으로 내열강도, 전기절연성 등이 우수하고 무독성이며 주로 식품포장용 필름, 성형용기 및 제품, 섬유, 어망, 로프, 각종용기 제작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폴리프로필렌의 2004년 국내매출액은 1조 2,336억원이었다.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은 에틸렌을 주원료로 하여 제조한 것으로 고강도, 저투명성, 변형성이 우수한 특성이 있어 쇼핑비닐백, 맥주상자, 우유용기, 수도․가스관 등의 제작원료로 사용된다. 고밀도폴리에틸렌의 2004년 국내매출액은 7,037억원이었다.

공정위에서는 이들 합성수지 10개사가 지난 94년 4월부터 2005년 4월까지 사장단회의, 영업임원․팀장회의 등을 통해 가격결정을 합의. 실행함으로써 가격담합을 하여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였다고 밝혔다.

이번 카르텔에 참여한 10개사들 대부분이 카르텔 이전인 1991~1993년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1994년 카르텔 이후에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과 1998년을 제외하고 영업흑자를 이뤘다고 공정위에서는 밝혔다. 이 기간 10개사의 관련 매출액은 10조4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10개 합성수지 제조회사들은 1994년 4월경 사장단회의에서 판매가격의 기준이 되는 기준가격을 매월 합의하고, 합의한 기준가격을 기초로 각 사별로 품목별 판매가격을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후 이들 제조회사는 전월에 합의한 판매 기준가격에 대한 실행·점검을 위해 매월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실제 판매마감가격을 합의하는 등 가격 공동결정행위를 11년간 지속했다.

특히 1995년~2002년 6월까지 이들 제조회사는 매월 내수영업본부장 및 영업팀장 회의 등을 개최해 용도별로 판매기준가격을 합의하고, 매월말에 마감가격을 다시 협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적발에 대해 산업원자재 시장에서 11년간 지속된 관행을 밝히고 시정조치를 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들 10개 합성수지 제조회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SK(주)가 238억원으로 가장 크며, 대한유화공업(주) 212억원, 엘지화학 131억원, 대림산업 117억원, (주)효성 101억원, 삼성종합화학 99억원, GS칼텍스 91억원, 삼성토탈 33억원 (주)씨텍 29억원 등이다.

과징금 뿐만 아니라 5개사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도 진행된다. 고발 대상 회사는 SK(주), (주)엘지화학, 대한유화공업(주), 대림산업(주), (주)효성 등이다.

이번 담합조사에서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적극 활용한 호남석유화학(주)과 삼성토탈(주), 삼성종합화학(주) 등 3개사와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3년) 이전에 행위를 중단한 GS칼텍스(주)와 (주)씨텍 등 2개사는 고발이 면제됐다.

한편, 합성수지 10개사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업체간 담합의 원인이 정부의 행정지도 등에도 있는 만큼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다소 지나치다는 의견을 업체에서는 내보이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의 담합행위는 지난 1990년대 초 정부가 충남 서산에 대산석유화학단지(현대석유화학, 삼성종합화학)를 조성하면서 국내 수급불균형 악화가 단초를 제공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수급불균형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에서 감산 및 판매량 배분 등의 행정지도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업계에서는 이번 감사원의 조치에 대해 세계 석유화학 경기 하락과 수출산업으로 그동안 국가 경제발전에 많은 기여한 점 등을 들어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홍순우 기자/ kip@pack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