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훈 소장 한국포장시스템연구소

금년 12월 초에 일주일간 중국 북경에서 열린 ISO 회의에 참가하고 돌아왔다. ISO TC 122로 호칭되는 Packaging 기술위원회 주도로 2002년 말경 미국 조지아주 아틀랜타 시에서 시작된 포장관련 RFID 국제표준 규격화가 2년간의 논의로 어느 정도 실체를 갖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2002년 말 회의에 대표단을 보낸 이후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한국으로서는 포장과 관련된 RFID 국제표준 규격이 어떤 방향으로 성안되고 있는지 지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2002년 말 회의에 참석하였던 필자도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정부의 지원이 없어도 사비를 털어서라도 참가하고자 하였는데 다행히도 표준협회의 지원을 얻게 되었다.

모든 산업분야 RFID에 관심

현재 국내에서는 거의 모든 산업분야가 RFID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RFID는 기본적으로 IT의 영역에 속한다. 이런 연유로 ISO TC 122/104 Joint Working Group의 참여 멤버 대부분이 물류정보 분야의 전문가들이라는 것은 그리 놀랄만한 사실이 아니다.

다만 RFID tagging이 조만간 운반용 겉포장 용기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고 몇 년 이내에 소비자 제품포장에도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 포장인 들도 반드시 이에 대해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할 것이다.

비단 유통포장 분야 종사자 뿐 만 아니라 식품포장 관련인 들도 피해 갈 수 없는 문제이다.

그리하여 앞에 언급하였던 ISO TC 122/104 JWG 회의에 참가함으로서 그동안 국내에서 각종 의견이 분분하던 포장분야의 RFID 적용 논란을 일거에 잠재우겠다는 호언을 남기고 북경으로 기운차게 떠났는데, 결과적으로는 의기소침한 가운데 돌아오게 되었다.

회의에 참가해서 부딪친 가장 충격적인 일은, 국내 포장분야에서는 그래도 이 분야에 선두에 서있다는 자만감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어리석은 생각이었는가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포장분야에서 개최된 수차례의 RFID 관련 세미나에 참여하고 나름대로 글도 발표한 바 있었는데 도대체가 세계적인 흐름에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더구나 그동안 피상적으로 배우고 습득한 RFID 관련 지식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가를 이번 ISO회의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포장재 표면에 tag 부착위치 등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들은 이미 오래 전에 검토가 끝났고 ISO 제정단계에 있으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은 supply chain의 각 단계별로 구체적인 적용구분과 보안성 등을 어떻게 관련지어야 하는 가인데 기본부터 캄캄하니 회의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포장분야 RFID의 체계적 지식 필요

영어를 공부할 때 알파벳부터 배우듯이, 유비쿼터스(ubiquitous) 환경하에서 인간의 모든 행동양식이 IT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포장분야에서도 RFID의 기본개념으로부터 시작하여 supply chain상의 각 단계별 적용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지식을 쌓아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ISO 회의 참가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ISO TC 122/104 JWG는 현재 ISO 17363(Freight containers), 17364(Returnable Transport Items), 17365(Transport Units), 17366(Preoduct Packaging), 17367(Product Tagging) 등 “Supply Chain Applications of RFID"라는 공통주제에 대해 각 단계별 규격표준화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현재의 작업반 초안(Working Draft)가 각국의 검토와 투표를 거쳐 위원회안(Committee Draft)단계로 넘어갈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전자봉함(e-seal)이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다. RFID의 적용요건(Application Requirements)는 ISO 17358에 설명되어 있다.

RFID 연구회 조직 구성 있어야

포장관련 RFID에 관한 ISO 규격들은 앞에 언급된 것들 이외에도 상당히 많다. 비록 아무리 많은 양이라고 하더라도 관련 ISO 규격들은 반드시 이해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느 한 두명의 포장전문가에 의해 다루어질 수 없는 성질인 만큼 이 분야에 관심 있는 포장인들로 구성된 연구회 조직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참여인사들이 각각 담당분야를 세분하여 ISO규격을 번역하고 관련 자료를 정리하여 서로의 자료와 지식을 공유하여야만 이 분야의 빠른 흐름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학계나 산업계가 영역을 구분하지 말고 힘을 합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포장 쪽의 목소리도 반영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2005년은 RFID가 포장분야에서 있어서 본격적으로 연구되는 해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