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이 떨어져도 젖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얼음에 떨어진 금속 공처럼 물을 튕겨내는 표면이 개발되었다.

개발자들이 ‘거의 완벽한 소수성 계면(nearly perfect hydrophobic interface)’이라고 이름 붙인 이 표면은 평평한 플라스틱에 거미의 몸체에서 자라는 미세한 털의 모양을 모방해서 만들었다.

연구를 진행한 플로리다대학교(University of Florida) 재료공학과의 Wolfgang Sigmund 교수는 거미는 다양한 길이와 많은 변화가 있는 털을 가지고 있는데, 연구팀은 바로 그 점을 모방했다고 밝혔다. 찬 물이나 뜨거운 물 모두에 소수성을 나타내는 이 표면에 대한 연구결과는 Langmuir지 3월호에 게재되었다.

이들의 초발수성 표면(ultra-water-repellent surface)은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고 한다. 물방울이 움직이면서 표면의 먼지를 제거하기 때문에 자정(self-cleaning) 기능을 가진 표면을 만들 수도 있다. 이를 이용하면 항상 깨끗해야 하는 식품 포장, 창문, 태양 전지 등에 응용할 수 있고, 선박의 표면 코팅에 사용하면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거미는 발수성 털을 이용해 마른 상태를 유지하거나 물에 떠있으며, 물거미(water spider)는 이를 이용해 공기 방울을 물속으로 가지고 다니면서 호흡하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은 최소 100년 전부터 생물학자들에 의해 알려졌었다.

Sigmund 교수가 약 5년 전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당연히 모든 섬유를 같은 크기와 일정한 배열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거미의 털은 길고 짧은 것이 같이 있으며 여러 가지 곡선과 직선 형태로 일정하지 않은 표면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그는 평균 길이는 600 마이크론이지만 다양한 길이를 가지는 플라스틱 털을 이용해서 거미의 일정치 않은 표면 구조를 모방하기로 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Sigmund 교수는 이 분야 연구자들이 대부분 완벽한 구조에 대하여 발표하는데 비해, 이들은 완벽하지 않은 구조가 더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 주었다고 한다. 그는 이 결과가 실험에 의한 것이며, 이론적으로 찾아낸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발수성 표면이나 발수성을 가지도록 표면을 처리하는 방법은 이미 흔하다. 신발용 왁스에서 자동차 유리창 처리제까지 많은 분야에 사용되고 있으며, 연꽃잎의 모방 등 자연계를 모방하여 만든 발수성 표면도 이미 존재한다. 하지만 플로리다 연구팀이 개발한 표면은 소수성이 거의 완벽한 것이 특징이다.

그들이 개발한 동전크기의 발수성 플라스틱 표면 위에 놓인 물방울의 사진을 보면 물방울은 움직이거나 정지해 있거나 동그란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표면에서는 대게 물방울이 주저앉아서 움직일 때 꼬리를 달고 흘러간다. Sigmund 교수는 그들이 개발한 표면은 꼬리를 남기지 않고 흘러가는 최초의 표면이라고 하였다.

플로리다 연구팀의 표면은 또한 조성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표면의 형태와 패턴만을 이용했다는 특징이 있다. 즉, 화학이 아니라 물리학을 이용해 발수성을 가지도록 한 것으로, 이론적으로는 물을 흡수하는 물질이라도 발수성을 가지도록 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렇게 되면 위험한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발수성 표면을 만들 수 있다.

아직 결과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Sigmund 교수는 발유성(oil-repelling) 표면을 만드는 방법도 최초로 개발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구멍이 있는 멤브레인을 고분자에 붙여 가열한 후 떼어내는 방법으로 발수성 또는 발유성 표면을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열에 의해 부드러워진 고분자가 구멍을 통해 흘러나와 필요한 형태의 가늘고 불규칙한 길이의 섬유를 만든다는 것이다.

Sigmund 교수는 이 방법이 저렴하기는 하지만 일정한 성능의 표면을 만들기가 어렵다며, 상업적 적용을 위해서는 다른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표면을 단단하고 손상에 견딜 수 있도록 만드는 연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플로리다 연구팀의 특허는 이미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Sigmund 교수는 자신들의 연구가 초기 단계지만, 표면 구조만으로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에 대한 발수성 및 발유성까지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하였다.

조나리 기자/olivelina@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