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산업의 발전을 위해 제조시설기준 규제 등을 대폭 정비하고 신규사업자 진입을 촉진해 주류산업 경쟁이 활성화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정부 보고서가 발간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월 19일 경쟁정책 보고서 ‘주류산업과 경쟁정책’ 보고서를 발간하고, 주류산업의 규제개선 방향과 과제를 제시했다.

공정위는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주류산업은 주로 세수확보, 국민건강 및 청소년 보호 등을 중심으로 규제해온 결과, 원료조달, 제조, 수입, 유통 등 산업 전 과정에 걸쳐 정부규제가 과도한 상황으로, 주류분야도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제고, 수요자의 선택폭 확대 등의 관점에서 규제를 대폭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주류 제조보다 소매유통부문 규제해야
최근 주세가 전체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폭 감소(1960년대 약 10% → 2009년 약 1.7%)함에 따라 세수확보를 위한 주류산업 규제의 당위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따라서 주류제조, 수입, 도매유통과정에서의 진입규제, 가격 및 사업활동에 관한 제한 규제를 완화해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촉진하고, 경쟁이 활성화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의 막걸리 붐은 탁주의 신규제조면허 허용, 공급구역제한제도 폐지 등 규제완화의 효과로 볼 수 있다. 외국에서도 규제완화로 주류산업의 경쟁력이 제고되어 세계 20대 식품기업 가운데 주류기업이 6개사를 차지하였다.

다만, 국민건강 및 청소년 보호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소매유통분야의 규제는 유지 또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주류산업의 규제는 주류 제조보다는 주류 오남용 방지 및 청소년 음주 예방을 위해 주류 판매장소와 시간을 제한하는 등 소매유통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09년 주류시장규모 7조 7,687억 달해
2009년 전체 주류시장규모는 7조 7,687억 원이며, 맥주, 소주, 주정, 위스키 등 4대 주종(7조 1,090억 원)을 약 92%가 차지했다. 이는 2008년 7조 7,160억 원에 비해 0.7% 증가한 수준이다.

맥주는 주류산업 중 가장 큰 시장으로, 현재 하이트맥주(주)(58.2%)와 OB맥주(주)(41.8%) 2개사의 복점구조이다. 소주는 10개 제조사 중에서 (주)진로(51%)를 비롯한 상위 6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 지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탁주는 서울탁주(53%)와 (주)국순당(13%)이 전체 시장의 66% 내외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업체는 지역을 기반으로 영세한 규모이다.

전국의 막걸리 제조면허 보유업체는 770여개(실제로 09년 533개 업체가 생산)이고, 2010년 4월 현재 막걸리 내수량(2만8,830 ㎘)은 전체 주류 내수량(28만5,749 ㎘)의 10.1% 수준으로 전년도의 4.5% 수준에서 크게 증가했다.

주류 제조업 제조시설기준을 완화
과거 주류제조업 면허를 받기 위해서는 주종별로 일정한 제조시설을 갖추도록 제한했다. 또한, 제조시설 기준이 과도하게 높게 설정되어 신규진입을 저해했다. 특히 대중주(맥주, 소주)의 제조시설요건이 과도해 중소업체의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다양한 주류의 생산이 곤란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주류 제조시설 용량기준(발효조)을 대폭 완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미 지난 2009년 9월 제17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주류 제조시설 용량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방침을 결정한 바 있다.

주류납세병마개 제조자 지정을 확대
주류납세병마개는 국세청장이 납세병마개 제조자를 지정하고, 해당 업체만 병마개를 제조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삼화왕관(1972년)과 세왕금속공업(1985년)이 납세병마개 제조자로 지정되어 2개 업체가 38년 동안 안정적인 독점이윤을 향유하고 있다. 양사가 장기간 시장을 장악하여 고객확보경쟁이 전혀 없고, 초과이윤을 R&D나 기술개발 등에 투자하지 않는 폐해가 발생, 공정위는 주류납세병마개 지정요건의 완화 및 제조자 지정 확대를 추진하도록 제안하였다.

공정위는 지난해 제17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주류납세병마개 제조자를 확대 지정하는 방침을 결정하고, 지난 6월 주류납세병마개 제조업체로 CSI코리아(주)를 추가하여 주류납세병마개시장이 기존의 2사 독과점체제에서 3사 경쟁체제로 전환했다. 또한, 2011년 중 납세병마개 제조업체 추가 지정 후, 탈세 등의 부작용여부를 평가하여 지정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009년 납세병마개 시장규모는 698억 원이다.

주정원료 및 생산량 배정제의 개선
국세청장은 매년 주정제조업체별로 주정생산량 및 주정의 국산원료 사용량을 업계와 협의해 결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업자의 핵심적인 사업활동 내용이 제한되고, 업체 간 자율경쟁이 저해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정원료 및 생산량 배정제의 개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공정위는 제안하였다.

먼저, 주정회사별 주정생산량 배정제도는 폐지하되, 국산원료 배정제도 및 국산원료 배정과 연계한 수입 조주정 배정제도는 현행체계를 유지하도록 한다. 그러면 주정업체는 수입원료(타피오카)를 이용한 발효주정의 생산량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어 주정업체간 경쟁이 활성화 된다.

다만, 일부 주류에 주정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등 주정남용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국가차원의 주정관리는 필요하다. 이와 함께 중국과의 FTA체결 등 농산물 개방 여건변화 등에 맞춰 국산원료 배정제도의 폐지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주정가격 신고제의 개선
현재, 주정의 출고가격 또는 판매가격의 변경을 국세청장에 신고할 때에 제조(판매)원가계산서와 소관 주류업단체장의 출고(판매)가격에 대한 검토의견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사업자단체가 주정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는 것은 사업자단체를 통해 주정업체간 가격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주류업단체장의 검토의견 첨부제도를 폐지하거나, 객관성 있는 전문연구기관 등의 검토의견을 첨부하도록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류의 첨가물 사용제한 완화
현재 주류제조에 필요한 첨가물의 허용품목을 열거하여 첨가물의 임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탁주의 경우, 첨가할 수 있는 재료를 당분, 과실, 자일리톨 등 15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또한, 첨가물의 사용제한은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주류의 개발 및 주질 향상을 저해한다. 따라서 사용가능한 첨가물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천마, 옻, 음양곽(삼지구엽초) 등 한방약재의 첨가 허용을 검토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막걸리 취급 및 판매용기 제한의 완화
종합주류도매업자의 일반탁주(생막걸리) 취급을 금지하고, 막걸리 판매용기의 크기를 2 ℓ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반탁주의 취급이 가능한 특정주류도매업자는 대형제조사의 특정제품만을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신규제조사 제품의 유통 활성화가 어려웠다.

한편, 용기제한으로 포장·물류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대용량 막걸리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약됐다. 길흉사 및 농어민 등 실수요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경우에는 10 ℓ이상의 용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일반 판매용은 캔제품(350 mL), 페트병제품(750 mL, 1000 mL) 등 2 ℓ이하로만 유통이 가능하다.

따라서 유통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막걸리 유통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합주류도매업자의 일반탁주 취급을 허용하면 일반탁주의 유통경로가 다양해짐에 따라 유통업체간 경쟁촉진 및 신규 탁주제조사의 판로가 확대될 것이다. 또한, 막걸리 판매용기 크기 제한을 완화하여(예: 2 ℓ이하 ⇒ 10 ℓ이하) 대용량 막걸리의 유통으로 포장·물류비용 절감 및 다양한 용량의 막걸리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될 수 있다.

종합주류도매업 면허기준 및 면허 수 제한 완화
현재 종합주류도매업 면허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 자본금 및 창고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종합주류도매업 면허수를 해당지역(시, 군)의 인구 수, 주류소비량 및 판매장 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필요 이상 규모의 시설 및 자본금 요건에 따른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소규모 업체의 신규 진입이 곤란한 상황이다.

또한, 면허수 제한제도는 주류도매업 시장으로의 신규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면허수가 제한됨에 따라 지역별로 유통마진을 10~25%로 담합해 유흥업소 및 일반소매점과 거래하거나, 기존 종합주류도매업체에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종합주류도매업 면허기준을 최소 수준(예: 자본금 5천만 원, 창고시설 66 ㎡)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종합주류도매업 지역별 면허 수 제한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주출고가격 변경에 대한 사전 행정지도 개선
국세청은 특정업체의 소주 출고가격 인상률 등에 대해 행정지도를 통해 사전에 승인하고 있다. 이는 주류출고가격을 사전신고제에서 사후신고제로 변경한 규제개혁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주류출고가격 신고방식은 1999년까지 사전신고(변경일 2일전까지 신고) 방식이었으나,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에 의해 1999년 9월 1일자로 사후신고(변경 후 2일 이내 신고)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러한 제한은 주류제조업체의 가격결정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며, 주류제조업체의 담합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소주출고가격 변경 시 행정지도는 주세보전상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후적·제한적으로 실시하도록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류의 유통 기한표시 등 소비자 정보제공 확대
유통기한 미비 등으로 변질된 주류를 음용함으로써 소비자 위해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5~2007년까지 맥주피해사례 161건 중 변질에 따른 부작용(장염, 구토, 복통, 설사 등)이 61건(37.9%)이다.

주류의 원료 함량, 원산지 표시, 첨가재료 명칭 표시 등 소비자에 대한 정보제공이 미흡하다. 예컨대 특정원료를 제품명으로 사용하는 경우, 전체 원료 가운데 특정원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표시되지 않고, 원산지 표시도 업체 자율에 맡겨져 있어 수입쌀로 막걸리를 제조하는 업체들도 극히 일부만 수입산임을 표시하였다.

이에 올 7월부터 유통기한 표시 등 소비자에 대한 정보제공을 확대했다. 주류의 유통기한 표시 및 주류의 원료 함량, 원산지 표시, 첨가재료 명칭 표시 등을 법적으로 의무화하였다. 또한, 맥주, 탁주, 약주의 경우에는 유통기한 또는 품질유지기한(선택), 주류의 원료 명칭 및 원료 함량, 원산지, 첨가재료 명칭 등의 표시를 의무화했다.

공정위는 “‘주류산업과 경쟁정책’ 보고서를 관계부처에 전달해 주류산업의 규제개선과 경쟁촉진을 유도할 계획”이라며, “또한 관련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 전문가 등에게 배포하는 한편, 홈페이지에도 게재해 일반 국민들의 주류산업 발전방향에 대한 이해를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나리 기자/olivelina@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