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우리나라는 1100×1100㎜ 규격의 일관수송용 파렛트(T11형)를 도입한 이후로 파렛트 표준화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도출하였다.

하지만 현재 수출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가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유럽 등의 국가들과의 교역 시 상대 교역국이 자국의 파렛트 규격을 요구할 경우에 우리와 다른 규격을 사용하고 있어 대처하기가 곤란하다는 문제를 낳고 있다.

이에 국토해양부는 지난 9월 30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ULS 표준파렛트 합리화 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하고, 일관수송용 파렛트에 기존의 1100×1100㎜ 규격의 T11형 외에 1200×1000㎜ 규격의 T12형도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물류표준화연구단, 표준파렛트에 T12형 포함 주장

우리나라는 1995년 12월 ‘유닛로드시스템 통칙’을 제정하면서 일관수송용 파렛트로 가로 1100㎜, 세로 1100㎜ 규격의 T11형 파렛트를 일관수송용 파렛트로 선정하고, 상당한 성과를 이루어왔다.

국내의 T11형 파렛트의 사용률은 1997년의 30.5%에서 2006년에는 39.4%로 약 9% 증가하였으며, 이 수치는 일본의 표준 파렛트 사용률인 40%와 비슷한 수치이다. 이와 함께 한국은 일본과 함께 두 나라 공통의 일관수송용 파렛트 규격인 1100×1100㎜을 ISO 규격에 포함시키기 위해 국제적인 활동을 전개하여 T11형 파렛트의 ISO화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러나 T11형의 단일 규격으로 일관수송용 파렛트화의 추진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먼저, 우리나라의 일관수송용 파렛트 규격과 다른 규격을 사용하는 미국과 유럽 등의 주요 교역국과의 교역 시에 발생하는 정합성의 문제와 향후 국제적인 일관수송용 파렛트 규격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표준 파렛트의 규격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제품이 다종다양하여 T11형만을 사용하기에 적재 상에 애로사항이 있어 사용하는 못하는 경우에 정부 지원의 혜택을 받지 못해 T11형을 사용하는 경쟁 기업에 비해 경쟁력 상실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기업이 이용 가능한 규격에 대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가물류표준화연구단은 국가 연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ULS 표준 파렛트 합리화 방안(안)’을 통해 T11형 파렛트 외에 T12형 파렛트의 표준을 제안하였다.

트럭과 컨테이너 적재에 T12형 많이 사용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권용장 단장은 발표를 통해 일관수송용 파렛트의 규격 합리화를 위해 파렛트 활용도를 조사한 결과, 물류 보관에서는 T11형 파렛트가 T12형보다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운송 분야에서는 비슷한 사용량을 보이고 있으며, 수출과 수입에서는 T12형 파렛트가 T11형보다 더 많이 사용되고 있고, 트럭과 컨테이너 적재에서도 T12형 파렛트의 사용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발표하였다.

권 단장은 이러한 데이터를 가지고 5톤과 11톤 트럭, 그리고 컨테이너에 T11형과 T12형을 각각 적재해본 결과, T12형 파렛트가 T11형 파렛트보다 한 개씩 더 적재할 수 있어서 보다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였다.

권용장 단장은 “이번 조사 결과, 국내 트럭 적재함과의 정합성, 국제 해상용 컨테이너에 대한 적재 효율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T11형보다 1200×1000mm 규격의 파렛트가 더욱 효율적인 것으로 분석되었다”며, “특히, T12형 파렛트의 사용량이 국내 표준인 T11형 다음으로 많아서 범용성이 있으며, 주요 교역국의 T12형에 대한 사용량이 많으므로 T12형 파렛트를 포함한 듀얼 표준이 제정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하였다.

발표 후 진행된 토론회는 좌장인 인천대학교의 진형인 교수의 진행으로, 국토해양부의 구자명 과장, 한국파렛트컨테이너협회의 박은규 부회장, 우송대학교의 이용상 교수, 명지대학의 엄재균 교수, 국토연구원의 임영태 박사,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권용장 단장 등의 전문가가 참여하여 듀얼 표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다.

참석자들은 듀얼 표준에 대해 “유닛로드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한 개의 표준을 전제로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더욱이 T11형과 T12형의 듀얼 표준안은 표준이 2개라는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이는 곧 표준화가 아닌 비(非)표준화로 가자는 뜻”이라고 하였다.

이와 함께 T11형과 T12형의 파렛트 규격을 함께 쓰는 것은 물류 모듈의 정합성 문제를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기존의 T11형 파렛트에 맞춘 포장 모듈과 자동 창고 시스템에 큰 혼란이 생겨나 물류 효율화는커녕 운영 자체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밖에 “해상용 컨테이너에 T12형 파렛트를 적재할 때에 한 장을 돌려쌓으면 T11형보다 한 장 더 적재된다는 것은 40㎜의 공차를 무시한 것이다. 또한, 실제 현장에서 돌려쌓기는 굉장히 숙련된 노동자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고, 작업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실제로 실행되는 경우가 드물다”이라며,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일을 조사 결과로 제시하며 국가 표준을 듀얼로 하자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실제 작업 현장을 바탕으로 한 제대로 된 연구 결과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적합한 일관수송용 파렛트 표준 구축되어야

국내의 일관수송용 파렛트가 표준화된 지 10여년이 흘렀다. 현재의 국내외 물류산업의 환경 변화를 고려한 규격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T11만의 표준화이든지, T11과 T12의 듀얼 표준화든지 이용 효율성을 최대한 고려한,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일관수송용 파렛트 표준이 구축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안에 의견 조율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나리 기자/olivelina@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