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 발행인

과대·과잉 포장은 사라져야 한다. 그럼에도 상품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아직도 상존하고 있음 또한 현실이다.

자원순환연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포장재를 줄입시다 - 그린마일리지 캠페인’은 이러한 과대·과잉 포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면 도움이 되리라 본다.

하지만 이 캠페인에 사용되는 몇 가지 용어와 포장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로 인하여 포장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어 몇 자 적어본다.

자원순환사회연대와 공동으로 이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지난 6월 3일자 첫머리의 기사를 보면 “환경에 유해한 포장을 줄이기 위해 유통·제조업체와 시민단체, 정부가 손을 잡았다.”고 적고 있다. 포장이 환경에 유해하다는 전제를 먼저 내세운 것이다.

이 캠페인의 주요 내용을 보면 현재 유통·제조업체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만들어진 판매촉진용 프로모션 패키지를 줄이자는 것이 취지다. 불필요한 패키지가 폐기물을 양산하고 이는 환경에 이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포장이 환경에 유해하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상품의 유통과 보존을 위한 포장의 필수 불가결한 기능적 측면은 잘 보이지 않는다. 또한 사용 후 폐기되어야만 하는 숙명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사)자원순환포장기술원 등 여러 단체, 학계, 연구기관을 위시하여 포장 전문가들이 친환경 포장의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적은 포장재의 사용(원천 감량), 재활용, 재사용 가능한 기술의 적용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최근 이 캠페인의 내용을 보면 포장은 환경에 나쁜 영향만 주는 불필요한 존재로만 그려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프로모션 패키지와 2차포장의 차이

프로모션을 위한 패키지를 이야기 하는 ‘2차포장’이라는 말도 오해를 낳기 쉽다. 포장분야에서는 ‘2차포장’에 대해 운송이나 저장을 위한 포장으로 규정하고 있어 프로모션을 위한 묶음상품용 패키지와는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환경부에서 정한 ‘제품의 종류별 포장방법에 관한 기준’에도 음료, 의류 등의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 제품의 포장횟수 기준을 2차 이내로 한정하고 있어 법적으로도 2차포장을 허용하고 있다. 캠페인을 위한 용어 사용에 대한 세심한 선택을 해주면 좋겠다.

‘2012년까지 총 80%의 포장재를 줄여나간다’는 부분도 프로모션 패키지를 줄이는 것이 아닌 전체 포장을 줄여나간다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문제다. 전체 포장의 80%를 줄인다는 것은 결국 포장을 사용하는 제품 또한 80%가 줄어든다는 것일 테니 말이다.

또한, ‘그린마일리지 캠페인’의 목적인 프로모션 패키지의 사용을 줄이자는 것으로 인해 애꿎은 피해를 포장재 생산업체가 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프로모션 패키지가 지금과 같이 많아지게 된 원인의 1차적 책임은 제품 생산자와 대형 유통업체들에 있다.

국내 유통환경이 변화되면서 가격 할인을 내세운 대형 유통업체들 간의 경쟁이 심해지자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유통업체들이 지나치게 제조업체에 프로모션 제품을 요구한데서 프로모션 패키지의 증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1과 같은 프로모션 행사를 위해 사용되는 패키지는 결국 대형 유통업체들에 의해 만들어 졌고 이에 맞춰 제조업체에서 어쩔 수 없이 프로모션 패키지를 사용하기에 이른 것이다.

프로모션 패키지, 묶음상품 포장이 불필요하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다만 이 불필요한 프로모션 패키지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는 대형 유통업체의 요구에 여기에 호응한 제조업체가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프로모션 패키지는 유통업체에서 만든 것

하지만 지금 진행하고 있는 ‘그린마일리지 캠페인’의 내용에서는 대형 유통업체나 제조업체는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는 주최로 불필요한 포장재를 없애는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포장은 없애야 되는 것, 불필요한 것으로 그려지면서 포장재를 생산하는 기업의 이미지가 퇴색하고 있다.

이번 ‘그린마일리지 캠페인’의 시작은 지나친 프로모션 활동 요구에 시달리던 생활용품 업계에서 환경시민단체에 제안을 하면서 추진된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프로모션 패키지가 많아진 배경이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포장재를 줄이자는 캠페인에서 대상이 되는 포장재료 생산업체는 빠져있다.

하지만 포장재를 줄이자는 캠페인을 통해 그동안 생산해 놓았던 프로모션 패키지를 납품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기업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애꿎은 포장재 생산업체에 피해가 가고 있는 것이다.

‘포장을 줄입시다 - 그린마일리지 캠페인’의 취지와 환경을 위해 포장의 사용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에는 포장재를 사용하는 업체뿐만 아니라 포장재를 만드는 업체도 모두가 공감하고 동의할 것이다.

다만, ‘그린마일리지 캠페인’의 불똥이 엉뚱하게 튀어 피해를 보는 기업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포장을 줄이기’위한 노력은 프로모션 패키지뿐만 아니라 전체 패키지 산업에서도 연구되고 효과적인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음 또한 알려야 할 부분이다.

단지, 포장이라는 것으로 인해 없애야 하고 배척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생각하고, 환경 포장을 위해 지금도 관계자들이 땀 흘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주기 바란다.

아울러 ‘그린마일리지 캠페인’이 또 다른 형태의 프로모션 캠페인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포장 줄이기 방법으로써 포장을 연구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추진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