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단계의 식품이력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식품사고 발생 시 신속한 원인규명 및 회수·폐기 등의 안전조치를 위한 ‘식품이력추적제도’는 소비자, 식품업계, 정부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평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12월 식품위생법을 개정하여 식품이력추적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는 식품이력추적관리제도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9월말까지 정보화전략계획(ISP)수립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지난 4월 25일 발표했다.

아울러 올해 24억을 투입해 영·유아용 식품인 이유식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을 오는 6월부터 12월까지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해당 업계에서는 당장 올 6월부터 실시되는 식품이력추적제도의 시범사업에 있어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 지원과 표준 가이드라인의 마련이 선행되지 않는 한 시행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30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원장직무대행 김진수)이 개최한 ‘식품산업의 RFID 도입방안’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술적 뒷받침이 부족한 상태로 RFID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입을 모았다.

동국대학교 이종태 교수의 ‘식품산업의 RFID 도입방안에 대한 전망’, CJ시스템 이재웅 팀장의 ‘식품이력관리 시스템 적용을 위한 요소 기술 소개 및 생산이력 시스템 적용 사례’ 등의 주제 발표 후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지식경제부 표준기술원의 정민화 연구관,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의 이창훈 선임연구원, 남양유업의 이창원 차장, 한국소비자 모임 문은숙 처장 등 관련업계를 대표하는 전문인들이 참여하여 열띤 토론을 진행되었다.

여러 차례 시범사업을 진행해온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의 이창훈 선임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전 과정 RFID 시스템의 운용은 비용적인 면에서나 제조 프로세스상의 면에서나 무리다. 바코드와 병행한 RFID 시스템이 현재의 상황과 가장 맞는 시스템”이라고 소개하며, “올해 식품 분야를 비롯한 유통 등 RFID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산업을 찾아서 빠른 시일 안에 확산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식품은 RFID 태그를 부착하는 대상이 아이템(item)이 아닌 패키징(packaging)으로, 패키징 재질별 태그 부착 방법, 태그 부착 위치 등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시범사업을 비롯한 현장 적용이 어렵다고 하였다.

또한, RFID 시스템의 수분과 금속에 대한 인식률 부족, 인식 속도의 저하, 고가의 태그 비용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RFID 시스템을 현장에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이와 함께 RFID의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혜택 등의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해야만 업계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지금의 바코드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에 RFID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추가 비용이 드는 것은 자명한 일. 따라서 기업이 그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RFID 시스템을 도입할만 한 확실한 동기를 제시해 주어야만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월마트나 독일의 메트로와 같은 RFID 사업을 주도하는 기업이 없는 국내에서는 그러한 동기 부여가 더욱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계속되는 식품안전사고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원인규명과 관련제품 회수 등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RFID 시스템의 적용에 의한 신뢰할 수 있는 식품 관리, 효율적인 유통 관리 등으로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소비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조나리 기자/olivelina@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