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우리 제관산업의 발전은 무한경쟁 시대에 무한질주 할 수 없는 트릭이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도전정신은 늘 새롭게 생성하는 에너지이고 자원이 되어 왔다.

제관(製罐)이라는 이름으로 이 땅에 들어온 이래 수많은 업체들이 피었다 지고 또 다시 뿌리를 내리기를 반복해왔다. 우리 제관산업(캔)은 음료관, 통조림관, 미술관, 일반관(잡과), 에어로졸관·연료관(휴대용 부탄가스)페일 등 여러 장르를 통해 우리 산업 사회 요소요소에 뿌리를 내렸고 이젠 우리의 생활이 되었다.

새로운 경쟁 용기의 도전과 3피스 음료캔의 감소

그간 꾸준히 성장 발전해왔던 우리 제관산업은 1997년 들이닥친 IMF 외환위기에 식음료를 포함한 소비재 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한동안 답보(踏步)상태로 머물러야했다. 이러한 가운데 새로운 경쟁용기가 출현하면서 또 다른 위기와 도전을 받게 된다.

캔의 수요가 정체되고 원자재 가격은 계속 상승세임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수요 공급으로 동종 업체 간의 치열한 과당 경쟁이 벌어져 캔의 판매가격이 인하되는 등의 채산성 악화에 따른 위기 또한 간과할 수 없지만 그중 문제는 대체용기인 페트병이 캡의 밀봉기능의 편리성과 패션디자인을 통한 판매 경쟁력을 가지고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알루미늄 소재에 비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을 받을 수 있는 원자재로 알려져 왔던 스틸의 국내외 가격이 급등하는 불안정한 기조를 보이는데 있었다.

게다가 식품의 안전과 위생적 요건에 대한 소비자 단체의 요구와 행정당국의 규제가 엄격해지는 등 제관산업은 새로운 경쟁의 장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됐고 새로운 활로를 찾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현실로 드러났다. 기존의 페트병을 생산하는 ㈜두산테크팩BG와 롯데알미늄㈜에 이어 한일제관㈜도 2001년 2피스 캔을 생산하는 대전공장에 페트병 생산설비를 갖추었던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안들은 제관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기도 했다. 그간 업계에서는 레토르트 살균을 하여 진공을 유지하고 품질안전상 가장 적합한 제품은 3피스 캔이라고 판단했고 따라서 밀크커피와 차 캔은 3피스 캔을 사용해왔다.

그런데 ㈜두산테크팩BG에서 일본에서도 제한된 업체에서 부분적으로만 했던 2피스 캔을 상용화했던 것이다. 밀크커피와 차 캔에, 질소를 충전하여 2피스 캔으로 전환함으로써 그간 오랫동안 3피스 음료캔을 사용했던 국내 업체 대부분이 2004년부터 2피스 캔으로 전환하게 됐고 3피스 캔의 마지막 보루였던 캔커피와 차 캔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

3피스 캔 생산설비를 갖고 있던 ㈜두산테크팩BG는 이미 IMF 외환위기 때 가동을 중지했지만 이로써 롯데알미늄㈜과 삼광유리공업㈜, 한일제관㈜은 2005년 2006년에 걸쳐 3피스 캔 생산에 종사했던 사원들을 정리하여 구조조정을 하는 아픔을 겪었다.

오랫동안 제관산업의 발전과 성장의 중심에 있었던 3피스 음료 캔 생산은 현저히 줄어들어 이젠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판매촉진과 대체 용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2000년대는 우리 업계에서 새로운 도전과 각오를 요구하고 있다.

기술력 향상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기술력 향상은 꺼지지 않는 불꽃과도 같았다. 원가절감을 위한 기술 개발이 쉬임없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일제관(주)에서 알코아의 특허인 B143을 보완 개량하여 2005년 200이지오픈엔드를 동아오츠카 제품에 적용, 상용화한데 이어 (주)두산테크팩BG와 같이 OB맥주의 211구경 맥주 캔의 넥 구경을 206에서 202로 바꾸고, 202에도 경량화 이지오픈엔드를 적용했다.

이러한 이지오픈엔드와 넥인 캔의 기술향상으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고 이러한 원가 절감은 일본보다 앞서 구미선진 제관회사와 경쟁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그간 20여년 가까이 수입에 의존해온 알루미늄 사각 육가공 캔이 2005년 11월에 한일제관(주)와 덴마크의 Glud&Marstrand(G&M)사와 합작하면서 2007년 4월부터 국산화했다.

롯데알미늄(주)는 2002년 5월 삼화제관(주)를 전격 인수하면서 3피스 캔 라인과 2피스 캔 라인이 들어와 설비가 늘어났고 기존의 맥주캔을 생산했던 211구경의 스틸 캔 라인을 202구경의 슬림 캔 라인으로 교체하면서 음료관 생산에 본격 참여했다.

롯데알미늄㈜은 현재 과일 주스, 커피류, 건강음료, 전통음료용으로 사용되는 음료용 캔 제품을 담는 3피스 스틸캔과 탄산음료와 비 탄산음료, 맥주, 주스류에 사용되는 음료용 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2피스 스틸 캔 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산공장에서는 캔 뚜껑인 알루미늄 엔드를 생산하고 있다.

2006년에는 3피스 Shaped can을 출시하면서 판매촉진을 위한 패션디자인 캔 개발에 앞장서고 있고 2007년에는 200구경의 경량화를 위하여 그간 구미 지역을 중심으로 10여 년 전부터 경량화 되어 안전하게 사용해오던 이지오픈엔드(B64)를 타 제관회사와 같이 도입 전 업체에 상용화 했다.

한편 삼광유리공업㈜은 음료캔의 성수기와 비수기의 수요차를 극복하기 위해 2004년 일본에서 파스칼 캔 라인을 도입했다. 비음료(과자, 캔디, 분말커피 등)부분의 수요창출과 다양한 캔 디자인으로 마케팅화 하는데 주력하고, 2006년에는 영국 SENCON사로부터 ELTP End 검사기를 도입하여 고속 End Line의 품질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제관산업의 새로운 도약

제관산업발전의 흐름을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제관산업은 초창기에 비해 상당부분 급진적인 발전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황무지나 다를 바 없는 불모지에서 오늘날의 제관산업으로 발전해온 키워드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제관산업은 어려움 속에서 일어났고 그 위기에 맞서 극복해내는 힘을 갖고 있었다. 과당경쟁으로 산고를 치르기도 하지만 이러한 것이 때로는 성장의 필요한 영양소로 작용했다.

제관산업은 장치산업으로 기계설비가 관건이지만 소재사 및 필러사와의 공조와 소비자 경제도 외면할 수 없는 아주 디테일한 산업이다. 서로 경쟁하면서도 합일을 이뤄내야만 가능한 산업이다. 이러한 환경에서의 기술개발은 아주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다.

시작은 미미하였지만 나중에 창대하리라는 성경구절처럼 우리나라 제관산업은 뒤늦은 출발이었지만 현재 세계 제관사들과 크게 뒤떨어지지 않았다고 자부할 만큼 성장가도를 달려온 것도 사실이다.

미국에서 미적 디자인 감각을 지닌 캔이 부분적으로 출시된 것은 1990년대 무렵이다. 2000년에 접어들면서 Shaped can이 미국시장에 출하되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에서 국산화 된 것은 2006년이다. 롯데알미늄(주)에서 3피스 Shaped can을 출시하고 현재 수출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의 기술력이 상당부분 세계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캔의 기술개발은 나라를 불문하고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일본 대화제관에 의해 부활되어 일본과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NB캔(New Bottle Can)을 비롯한 캔의 응용상품들도 곧 국산화될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 제관산업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마케팅 전략과 제관산업의 새로운 미래

이렇듯 캔의 기술개발은 곧 시장을 형성하고, 침체된 제관산업을 다시 일으키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의 활발한 기술개발은 제관산업의 제2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2007년 출시되어 현재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캔 라면은 기술력과 디자인 그리고 마케팅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캔이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즉 전자레인지에 사용할 수 없었던 점을 보완한 캔라면의 등장은 가히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라면 소비시장을 놓고 볼 때 더욱 관심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캔라면은 컵라면처럼 수프를 꺼내 넣고 뜨거운 물을 넣은 다음 기다릴 필요도 없다. 캔라면의 패키지 윗부분에는 접이식 포크가 들어있어 구입하자마자 뚜껑만 열면 먹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국물에 담긴 상태에서도 면이 불지 않도록 특별 제작됐으며 상온에서 3년간 보존할 수 있고 시원하게 또는 뜨겁게 데워먹을 수도 있다.

면이 밀가루가 아닌 곤약을 라면 형태로 만들어 쫀득하고 불지 않을뿐더러 건더기로 죽순과 고기 등이 들어있어 제대로 맛을 즐길 수가 있다. 무엇보다 다이어트가 대세인 요즘 저 칼로리 영양식이어서 다이어트 식사대용으로 인기 만점일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까다롭고 다양한 소비자의 입맛까지 존중하고 있다. 제품을 다양화해 간장으로 맛을 낸 캔 라면에서 일본된장을 넣은 캔 라면과, 유부, 카레 우동캔 등 갖가지의 맛과 다양한 디자인의 마케팅 전략도 돋보인다. 이러한 제품들은 자동판매기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편의점,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도 있는 이러한 상품들은 캔이 가진 특성과 특질을 잘 살려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기 때문에 대량 생산체제로 발전하게된 캔의 특성을 잘 살리는 마케팅전략이 더욱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캔의 상품 개발과 마케팅 응용은 무궁무진하다. 캔라면 뿐만 아니라 닭고기를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해서 넣은 닭꼬치캔이 있는가 하면 오뎅캔도 있다. 오뎅캔은 약 20년전 일본의 한 통조림회사에서 개발한 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캔빵도 출시되었다.

장기보존이 가능하며, 언제든 갓 구워낸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캔빵은 소설 딸린 통조림빵으로, 캔 측면에 단편소설이 인쇄되어 있다. 빵을 먹으며 우선 도입부를 읽고, 기재된 인터넷 주소에 접속하면 그 내용을 계속해서 읽을 수 있게 만든 상품이다. 여기에는 소비자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광고 컨셉이 한 몫 한다. 캔에 청소년들이 좋아할 팬시와 갖가지 그림 등 디자인으로 구매를 높였고, 재해시 비상식량으로도 최적격이다.

이 같은 캔 제품의 마케팅은 현대인들의 기호까지 꿰뚫고 있다. 최근 늘어나는 와인붐을 타고 호주에서 생산한 와인캔이 국내시장에 들어와 있다. 알코올도수가 13도로 제법 높다. 캔 하나에 담긴 와인은 250ml, 와인잔 2잔 분량이다. 와인캔의 장점은 원터치로 코르크를 뺄 필요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캔의 기술개발과 마케팅의 응용력은 여가를 즐기길 원하는 현대인들에게 언제 어디서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문화의 힘까지 실어주는 기쁨이 되고 있다. 나폴레옹 시대에 군인들의 식품 보존 용기로 창안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캔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와 무관치 않다.

자유 경쟁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총성 없는 산업의 전쟁터에서 적자생존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딛고 기술개발과 상품 마케팅이라는 신무기로 오직 제관산업발전을 향해 달려갈 뿐이다.

캔은 우리의 희망이다. 물도 불도 없는 비상시에 먹을 수 없고, 사용할 수 있는, 인류가 개발한 최고이자 최상의 장기보존 금속용기이기 때문이다.

(자료 : 한국제관공업협동조합사 / 한국제관공업협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