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계산대 앞의 장사진은 피할 수 없을까? 카트의 물건들을 일일이 계산대에 올렸다가 다시 담는 번거로움은 피할 수 없을까? 카트에 담은 물건을 계산대에 모두 올려놓느라 다른 사람들에게 굳이 보이고 싶지 않은 물품들까지 공개해야 하는 프라이버시 침해는 불가피한 것일까?

무인 탐사 로봇을 이용해 화성에 직접 사람이 가지 않고도 조사를 하는 시대에 이런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다니... RFID 기술을 이용하면 카트를 밀고 계산대를 통과하기만 해도 계산이 척척 될 것 같은데 이는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까?

늘 붐비는 대형마트 계산대. 소비자는 카트 속 물건을 일일이 꺼냈다 담고 계산원은 상품의 바코드를 하나하나 기계에 갖다 대느라 지체돼 늘 장사진을 이룬다. 무선인식기술(RFID)이 대형마트 계산시스템에 도입되면 카트를 밀고만 지나가도 계산이 척척 이뤄져 길게 줄을 서거나, 구입한 상품을 남들에게 보일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대략 10년 후 쯤 이렇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선인식(RFID: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은 안테나와 칩으로 구성된 태그에 사용 목적에 맞는 정보를 저장, 제품에 부착한 후 판독기를 통해 정보를 인식·처리하는 기술이다.

RFID는 현재 대형마트에서 채택하고 있는 바코드방식 보다 진일보한 자기인식(Self-Identification)장치다. 교통카드에서 주차·도서관리, 출입통제, 물류창고관리시스템, 농산물이력관리, 고속도로 전자요금 징수시스템, 타이어이력관리, 항공화물처리, 의약품 위변조방지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 곳곳에 활용되는 편리한 기술이다.

앞서 언급한 ‘불편한 대형마트 계산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RFID기술이다. 대형마트 계산대에 RFID 기술이 적용되면, 카트를 밀고 계산대 앞을 통과만 하면 계산이 끝나게 된다. 카트에서 물건을 꺼냈다 담았다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는 것이다.

카트 째 계산대 통과 방식은 언제쯤?

그렇다면, ‘카트 째 계산대 통과’를 하는 방식은 언제쯤 가능할까? 안타깝게도 그 기술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유통물류진흥원 RFID사업팀 김성렬 책임연구원은 2015년 이후로 예상했다. RFID를 선도적으로 도입, 전 세계적으로 RFID 붐을 일으켰던 미국 월마트의 사이먼 랭포트 이사는 “앞으로 10~15년은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RFID가 실생활 곳곳에서 이용된다는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문제는 ‘돈’이다. 대형마트는 몇 백원에서 몇 백만원짜리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판매한다. 이런 대형마트 계산대에 RFID 방식이 적용되려면 바코드 방식이 전자태그로 바뀌어야 한다.

바코드 제작비용은 현재 개당 10원 미만이다. 반면, 전자태그는 물품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나 최소 200~300원, 비싼 것은 500~600원 수준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서 몇 백원이나 몇 천원 하는 제품에 200~300원의 태그를 부착하는 것은 수지가 안 맞는다. 태그 비용이 최소한 100원미만으로 떨어져야 대중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점들

제품에 부착된 태그를 읽을 수 있는 리더기의 품질 향상, 각 유통업체의 리더기 설치비용 부담 등도 시간을 갖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인식 거리가 수십 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바코드에 비해 RFID는 100미터 떨어져서도 인식할 수 있어 식별가능 범위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RFID방식을 도입할 겨우, ‘마트 계산대를 통과하기 전부터 내 카트 속 물건들이 여러 번 중복 계산되는 경우는 없을까?’ ‘다른 사람 카트 물건이 내 카트 물건과 섞여 계산되는 경우는 없을까?’ 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우선, 동일한 물품의 중복 인식을 차단하는 프로그램(ALE: Aflication Level Event)은 이미 개발돼 있다. 문제는, 옆 계산대 줄에 서있는 다른 사람의 카트 속 물건과 내 물건이 뒤섞여 계산될 위험성이다. 이는 중요한 연구개발과제로 계산대와 계산대 사이 방어벽 설치 노하우 등 다양한 방식이 현재 개발 중에 있다.

(자료 : 산업자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