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훈 회장

친환경 포장에 대한 국제적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유럽의 선제 공세에 아시아권이 적극 대응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럽은 2003년에 EN code로 친환경포장규격을 공포하고 이를 국제 표준규격화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EN 친환경포장규격은 일반지침(General Guide Line)을 비롯하여 Reduce, Reuse, Recycle, Recovery 등 총 5개의 세부 규격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 수많은 EN 규격들이 별다른 수정 없이 국제표준규격(International Standard)이 된 바 있다. 유럽 발 친환경포장규격도 다른 대륙의 별다른 이의가 없으면 그대로 국제표준으로 굳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포장기술이 앞선 유럽의 친환경포장규격에는 우리가 따라가기 힘든 높은 수준의 내용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포장재의 4대 중금속 용출량이 100ppm 이하이어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이다. 우리의 경우 각 포장재의 4대 중금속 용출량이 어느 정도 되는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지도 않았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도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다.

단지 100ppm이라는 기준이 우리에게는 너무 낮지 않은가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하고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우리 환경부에서는 유럽의 안을 이미 받아들여 포장재 4대 중금속 용출량을 100ppm 이하로 하는 권고안을 예고하고 있다.

환경보전이 일차적인 임무인 환경부의 입장에서는 당연할 수 있겠으나 우리 포장산업계에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메가톤급의 위력을 지닌 내용이다.

유럽 친환경포장규격안 전문을 살펴보면, 포장기술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에게는 도처에 지뢰가 깔려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은 EN규격 내용의 심각성을 일찍 인식하고 2004년도 유럽을 방문, 내용을 입수하여 자세히 분석한 바 있다.

이후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05년도에 일본의 친환경포장 현황을 조사, 분석하고 EN 규격에 대응하는 일본친환경포장규격 안을 완성하였다.

2006년도 초에는 한국과 중국 등을 방문하여 아시아 지역이 공동 대응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 결과 작년 10월 4일 동경에서 한국, 일본, 중국, 태국의 4개국이 모임을 갖고 2007년 말 까지 단일 규격을 마련한다는 데에 합의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포장기술사회와 자원순환포장기술원이 중심이 되어 대응하게 되었는데 일의 성격상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포장기술종합지원센터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국내 포장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한 사항은 국내 친환경 포장 실태와 기술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여 우리의 주장이 친환경포장 국제표준 규격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단계적인 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

첫째, EU 및 일본의 친환경 포장 규격 안을 정밀 분석한다.

둘째, 우리나라의 친환경포장 현황 및 기술 발전 추세를 정확히 조사, 분석한다.

셋째, 분석자료를 토대로 우리 나름의 독자적인 친환경포장 규격 안을 작성한다.

넷째, 일본 및 아시아 각국의 규격 안을 포함한 아시아 친환경포장 규격 안을 만들 때 우리의 안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한다.

다섯째, 아시아 규격과 유럽 규격이 함께 ISO 무대에 공식적으로 상정되도록 한다.

여섯째, 아시아 지역 국가가 공동 대응하여 친환경포장 국제표준 규격 작성에 우리 측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한다.

현재 ISO의 TC122(포장기술 분과위)의 의장국이 일본이기 때문에 위의 다섯번째 내용인 ISO 무대 상정은 별 이상 없이 올해 말 혹은 내년 중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7일에 우리 실무진이 일본을 방문하여 이 문제에 공동 대응할 것을 합의한 바 있다.

일단 ISO 무대에 신규규격 안이 제안되면 통상 3~5년간 각 지역의 치열한 투쟁과 물밑 현상을 거쳐 최종안이 완성된다. 위의 마지막 여섯번째 과정에 해당하는 국제 표준규격화는 전례에 비추어 볼 때 한국과 일본이 끝까지 공조할 전망이다.

상황이 워낙 긴박하여 일의 순서를 바꿔 대응하게 되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우리의 현황파악과 독자 안 마련은 예산상의 문제와 홍보부족으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표준협회로부터 이 문제에 장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원을 확보하게 되었으며 포장기술지원센터가 적극 대응을 약속하고 있어서 늦게나마 강력한 추진력을 갖추게 된 점은 다행으로 생각된다.

사실 이 문제에 있어서 직접적인 당사자는 우리 포장산업계이다. 따라서 포장산업계가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마땅하나 여러가지 이유로 그렇게 되지 않았다. 앞으로 포장재 생산업계를 포함하여 포장산업계 전체가 공동대응을 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8월부터 착수되는 친환경포장에 대한 국내실태 조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동 대응체제가 이루어질 것이다. 포장기술인단체에서는 실태조사, 분석을 거쳐 우리의 안을 만들고 포장생산자단체에서는 각 분야에 대한 조사, 분석에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모양새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단계별 진행과정을 포장산업계에 실시간으로 알리고 지혜를 모아 대응하게 될 것인 만큼 우리 포장인들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통한 공동대응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