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철 본부장

EU는 모든 화학물질 안전관리 책임을 제조·수입업체에게 부여하는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를 도입 추진하고 있다.

REACH는 지속가능한 화학물질관리의 기본축이 되는 법령으로서 현재 및 미래 세대의 건강과 환경을 보존하는 동시에 화학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EU의 신화학물질 통합관리제도이며 기존의 화학물질관리, 즉 기존화학물질과 신규화학물질을 별도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선하여 일관된 시스템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EU의 신화학물질 관리정책 법령집을 보면, 이 제도는 제조자, 수입자 및 하부사용자 자신들이 인체 또는 환경에 유해하지 않는 물질을 제조, 시장 출시, 수입 또는 사용할 것임을 보장할 책임을 진다는 원칙을 근거로 하고 있다.

REACH는 REGISTRATION(등록), EVALUATION(평가), AUTHORIZATION(허가)와 RESTRICTION OF CHEMICALS(화학물질 제한)의 약자로서 2003년도 초안이 발표된 후, 2006년 12월 18일 EU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제도이다.

이의 배경으로서는 화학물질의 생산량이 1940년 백만톤에서 2000년에는 4억톤 가량이 생산되는데, 전 세계의 31%는 미국에서, 29%는 유럽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에 따른 생산량의 증가에 따라 화학물질 노출에 의한 건강문제(석면에 의한 폐암, 중피종, 벤젠에 의한 백혈병, 내분비계 장애물질) 및 환경문제(DDT에 의한 조류의 생식독성, 다이옥신에 의한 환경 및 인간의 건강문제, POPs, PBT물질)가 증가하고 있어 인간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높은 수준의 정책과 사전예방원칙에 기본을 둔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 정책의 목적은 유해물질을 덜 위험한 물질로 대체하게 하며, 유럽내부시장을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화학물질업체가 청정물질 개발의 경쟁체제로 새로운 기술개발의 촉진과 투명성을 높이며, 환경, 사회, 경제가 지속개발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금년 6월 EU REACH제도의 발효는 우리나라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동향 및 문제점

REACH의 핵심은 등록과 허가이다. 1년간의 유예를 거쳐 내년 6월~11월 사이 제품에 사용된 모든 화학물질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 EU 화학물질청에 등록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우리 기업이 REACH에 등록하는데 약 2조 5천억 원의 비용이 들뿐만 아니라, 5~10%의 원가 상승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가상승요인은 그대로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치열한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대 EU 수출액은 연간 495억 달러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수출시장이다. REACH는 EU수출에 거대한 무역장벽으로 등장하여 발효를 앞두고 화학·전자·자동차 등 우리 수출주력 산업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REACH는 EU 역내에서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화학물질과 완제품에 포함된 화학물질에 대해 등록 및 승인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체 80%인 3만 여종의 화학물질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시행 중인 RoHS 등에 비해 더 강력하고 포괄적인 환경규제로 평가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REACH 시행에 따른 등록비용으로만 국내 화학 수출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화학제품 수출액만큼 등록비 부담이 발생,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수출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부(환경부)에서 REACH대응 추진기획단을 설립하고, 국내외 전문가 초청 설명회의 개최는 물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대응전략 마련하고 업계 애로 파악 및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내년 11월말까지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정보를 사전 등록하고, 2018년까지 화학물질별로 본 등록을 해야 하는지를 대기업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모르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또 유독성 화학물질이 0.1% 이상 포함된 완제품일 경우, 신고를 하지 않으면 수출이 안 된다. 하지만 중소 제조업체들은 이 같은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내에는 화학물질을 시험할 수 있는 연구기관과 이들 기관이 수행할 수 있는 시험가능 항목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다. 특히 필수 항목인 물리화학적 특성과 생태독성 분야를 시험할 수 있는 기관은 몇 개 안 되는 실정이다.

우리의 대응과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REACH와 같은 환경분야가 최대 이슈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07년 6월, REACH 법령이 발효되면 1년(~2008년 5월)간 시행 유예기간이 주어지며, 그 후 EU영내의 화학물질 제조자 및 수입자는 해당물질에 대해 6개월(2008년 6월~11월) 동안 사전등록을 마쳐야 된다.

사전등록이란 REACH 규정에 의해 등록대상이 되는 화학물질의 기본정보를 유럽화학물질청(ECHA)에 제출하는 절차로 2009년 1월 1일 사전등록 결과가 공표되며, 이때부터 법령이 발표된지 3.5년 후인 2010년 11월 30일까지 1,000톤 이상의 물질, 1톤 이상 CMR물질, 100톤 이상의 환경유해성물질(R50/R53 해당물질)에 대해 등록을 완료하여야 한다.

나머지 100톤 이상의 물질도 2013년 5월 30일, 1톤~100톤까지의 화학물질은 2018년 5월 30일까지 각각 등록을 완료하여야 한다. 그리고 등록시 제출할 서류는 기술서류(Technical Dossier, TD) 및 화학물질안전성보고서(Chemical Safety Report, CSR)가 있으며, 주요내용은, 다음의 표 ‘TD 및 CSR의 주요 내용’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TD 및 CSR의 주요 내용

기업과 연계하여 우리 정부에서 마련한 EU REACH 대응전략을 제시하자면, 첫째로 REACH 제도의 파악 및 대응방안 마련이 급선무이다. 법안 및 REACH-IT 등의 제도를 파악하고 EU 및 비 EU 국가(미국, 일본, 중국 등)의 대응준비 상황 파악을 해야 한다.

둘째로 REACH 대응 산업계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계 REACH 대응 포럼(협의체)을 구성하여 운영 및 교육, 홍보를 추진하며, 업종별 정보공유와 대처안 검토, 지원방안도 마련해야 하며, 고위급 CEO포럼을 운영하여 REACH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셋째로 REACH는 등록 주체가 기업이고 무역 문제와 관련된 제도이므로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산업계 사전등록 및 등록 지원체계를 마련하여 산업계 스스로 등록 시기를 파악하고 서류 등을 준비할 수 있도록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하며, 사전등록 지원프로그램 개발 등 등록 단계별 맞춤식 산업체 지원이 필요하다.

네 번째로 요소기술 및 인프라 확충과 개선이다. 기술서류(TD), 화학물질 안전성 보고서(CSR) 등 등록서류 작성기법을 개발하고, 업종별, 수출물질별 시범사업 및 DB생산 확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QSAR(Quantitative Structure Activity Relationships) 등 선진적 유해성 예측프로그램 개발 및 활용방안을 연구하며, 국내에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GLP(Good Laboratory Practice)기관을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다섯째로 국내 화학물질 관리제도 개편을 위한 법·제도·조직확대·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모든 대응과제들을 참고하여 단기적으로 산업체의 원활한 등록, 평가 지원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중·장기적으로는 REACH 수준의 화학물질관리가 가능한 개선책을 확립시켜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에서는 유사 이래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인 REACH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환경부 REACH 대응 추진기획단, 국제공인 GLP기관 및 관련협회 등과 연계하여 공동 대응함으로서 광범위하고 복잡한 REACH시스템을 헤쳐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정부와 업계의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 필요

국내 화학산업 생산규모는 약 88조원(총 제조업 생산액의 약 14%)으로 세계 7위 수준으로, 화학산업 비중은 GDP 대비 약 8.7%이며 OECD 16개 회원국 중 3위에 해당하는 커다란 규모이다. REACH 대응은 앞에서도 말한바와 같이 국내 관련 업계에는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매우 큰 시련을 가져다 줄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에는 시험(GLP시험)의 부담, 영업 기밀 보호의 문제가 있지만, 앞으로 EU의 REACH시행은 점차적으로 전 세계에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므로 인류의 건강과 환경보호를 위하여 생산자가 책임을 지는 제도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개선된 위험한 물질을 대체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관련 업체의 능력배양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기회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업계는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여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획기적인 수입창출과 함께 국제적인 제도에 대한 대응 전략을 발 빠르게 진행하여 세계시장에서의 우리나라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