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아는데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 스타는 없다. 반대로 얼굴은 떠오르는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는 많다. 사물에 대한 정보의 80% 이상을 시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름은 아는데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 스타가 있다. 수출이든 내수든 매출액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최고의 식품 스타브랜드인 동양제과 초코파이다.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에서는 제조기술평준화로 이제 개별브랜드만이 의미가 있다. 카페라떼면 카페라떼지 매일유업인지 남양유업인지 소비자는 관심이 없다. 관심 없는 제조업체명을 ‘빙그레-바나나맛 우유’와 ‘오리온-초코파이’에서 지워보자. ‘바나나맛 우유’는 비주얼이 그대로 남는 반면 ‘초코파이’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미지 때문이다.

‘바나나맛 우유’는 상품의 속성일 뿐이지만 항아리 형태의 시각적인 이미지가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남는 반면 ‘초코파이’는 보통명사로만 남는다. Aaker(1992)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제품, 조직, 개인, 상징의 네 가지 관점에서 파악한다. 조직으로서나 개인으로서의 관점은 의사결정의 저관여 상품인 FMCG와 관련이 없다.

초코파이의 패키지 디자인 변천과정

제품명 초코파이는 어느 회사라도 쓸 수 있는 일반명사일 뿐이다. 그렇다면 상징으로서의 아이덴티티, 즉 포장이나 디자인 이미지가 남아야 되는데 그 마저 없으니 초코파이라는 브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지나친 비약이 될까?

초코파이는 제품의 특성상 포장에 특색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평범한 파우치인 새우깡이나 일반적인 케이스인 카멜, 켈로그, 연양갱을 보라. 머리에 이미지가 강하게 그려진다. 그 밖에도 프링글스, 킷캇, 백세주 등은 이름과 동시에 포장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미지를 먼저 떠 올린 경우에 이름을 떠올리지 않아도 사고와 쇼핑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시각물이 더 많은 어의적 코드를 보유하며 더 빨리 어의적 정보인출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Nelson et al., 1977; Pavio, 1976).

새우깡의 패키지 디자인 변천과정

초코파이의 문제는 첫째는 디자인에 킷캇의 칼라나 맛동산의 끈과 같은 상품인지의 결정정인 요소인 드라이버가 없다는 것과 둘째는 디자인이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스니커스나 프링글스처럼 포장과 디자인이 브랜드 요소로서 브랜드 가치를 크게 향상시킬 수도 있었던 기회를 놓쳐버렸고 지금도 놓치고 있다.

FMCG의 충동구매와 비계획 구매가 80%까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과자를 사러 슈퍼마켓에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생선이나 야채를 사고 나오는 길에 카트에는 대개 과자가 담긴다. 바로 유통업체가 소비자의 동선을 유도하여 의도하지 않은 상품을 사게 만드는 ISM(In-store Merchandising) 전략 때문이다.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에서는 제조기술평준화로 이제 개별브랜드만이 의미가 있다. 카페라떼면 카페라떼지 매일유업인지 남양유업인지 소비자는 관심이 없다. 관심 없는 제조업체명을 ‘빙그레-바나나맛 우유’와 ‘오리온-초코파이’에서 지워보자. ‘바나나맛 우유’는 비주얼이 그대로 남는 반면 ‘초코파이’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미지 때문이다.”

초코파이는 이처럼 소비자를 자석처럼 끌어서 구매를 유도하는 자석진열(Magnetic Display) 상품에 해당한다. 미국 POPAI의 조사에 의하면 POP물로 상품이 진열되어 있음을 알려 주었을 경우 과자는 6배 맥주는 4배 카메라 필름은 47배가 증가하였다. POP물은 비용과 관리상의 문제 그리고 유통업체의 전체적인 매출에 기여하지 못하는 이유로 사라지고 있다. 이제 포장이 POP 광고를 대체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합리적으로 사고하거나 그 결과로 구매하지 않는다. 이성적인 언어로 표현하려는 뇌의 영역은 사고가 이루어진 다음에야 활성화 된다. 그들의 사고의 90% 이상이 무의식 차원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소비자 행동이나 인지심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리고 무의식적인 사고가 발단이 되어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시냅스를 발화시킨다. 4만 아이템이 넘는 복잡한 진열대에서 비주얼로 브랜드화 되지 않은 상품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는 아는 만큼 본다. 아는 것은 의식하든 안 하든 우리에게 보여지고 보여지는 것은 의지와 상관없이 기억된다.
그리고 기억된 것은 다시 쉽게 보여진다.

소비자가 지각하는 품질은 상품에 대한 시각적인 인지도에 비례한다.

감각 메모리에 들어오는 정보가 단기 메모리에서 사고하고 그리고 장기 메모리로 보내지고 다시 장기 메모리에 기억된 요소가 감각 메모리를 점화시켜 단기 메모리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기억의 활성화와 사물의 시각적인 인지과정은 장소나 칼라, 형태, 크기, 깊이, 윤곽, 방향 등 기능이 각기 다른 무수히 많은 뇌 영역간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훌륭한 포장과 디자인들은 반복되는 노출을 통해 뇌세포간의 시냅스 네트워크를 반복해서 활성화 시켜 소비자 머릿속에 무의식적으로 뇌 영역간 ‘브랜드 생체회로’가 만들어지도록 훈련시키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은 합리적으로 사고하거나 그 결과로 구매하지 않는다. 이성적인 언어로 표현하려는 뇌의 영역은 사고가 이루어진 다음에야 활성화 된다. 그들의 사고의 90% 이상이 무의식 차원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소비자 행동이나 인지심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FMCG에서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빼고 상품인지도를 말할 수 없다. 브랜드의 시각적인 인지도는 지각품질에도 기여한다. Kapferer(2004), Keller(1998) 등은 상품인지도를 브랜드 연상, 친근성, 고품질, 신뢰성, 구매고려 대상군, 높은 시장 점유율로 파악한다.

초코파이라는 브랜드의 성벽이 부실하다. 적이 사다리를 놓고 접근하지 못하도록 성 주위에 해자를 파거나 외성을 겹겹이 쌓아야 한다. 코카콜라 병의 웨이브, 로고 그리고 붉은 칼라의 ID요소들은 삼중의 방어벽이다.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를 소비자에게 시음을 시키면 펩시콜라 맛이 우월하게 나온다고 펩시는 주장한다. 그러나 펩시 찰렌지에서는 눈을 감고 맛을 보게 한다.

그라스 옆에 각각의 병을 갖다 놓고 눈을 뜬 상태에서 시음을 시켜보면 결과는 다르게 나올 것이다. 우리는 혀로만 맛을 보는 것이 아니다. 코카콜라 맛과 향에 대한 기억, 추억과 이미지에 대한 기억이 지금 현재의 미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정 마케팅’을 자랑스레 이야기 한다. 혹시 마케팅이 디자인을 희생시킨 것은 아닐까? 유통이 변하고 유통은 소비자와 시장을 바꾸고 있다. 고전적인 마케팅이 말을 듣지 않는다. 늙어가는 마케팅의 중년위기다. 소비자들이 왜 구매하는지 소비자 스스로도 모르고 있다.

무의식을 강조하는 하버드 대학의 마케팅 교수인 Zaltman(2004)은 ‘How customers think’라는 저서의 첫 장 첫 줄을 이렇게 시작한다. ‘소비자는 더 이상 언어에 기반하여 사고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여전히 표현되는 언어에만 집착한다.’

References

AAKER, A. (1992) Advertising Management, New Jersey, Printece-Hall.
KAPFERER, Jean-Noel (2004), “The New Strategic Brand Management: Creating and Sustaining Brand Equity Long term,” 3rd ed., Kogan Page Ltd.
KELLER, K L_(1998), “Strategic Brand Management: Building, Measuring, and Managing Brand Equity,’ NJ: Prentice-Hall.
NELSON, D. L., REED, V. S., and MeEVOY, C. L. (1977) Learning to order pictures and words: A model of sensory and semantic encoding,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Human Learning and Memory, 3(5), PP. 494-495.
PAIVIO, A. (1976) Imagery in recall, and recognition, In: J. Brown ed., Recall and recognition, New York, Wiley.
노규형 옮김, 제럴드 잘트먼 지음(2004), “How customers think” 21세기북스. P.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