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월드컵이라는 특수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국내 음료시장은 지난 해 대비 약 4.7%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일시적인 경기 활성화 조짐에 따라, 음료시장도 작년보다는 조금 나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벗어나 약 1조 6천 6백억 원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였다.

제품군별로 살펴보면, 우선 탄산음료 시장은 5% 줄어든 5,400억 원을 기록하였다. 특히 최근 4년간 감소세를 면치 못했던 콜라의 경우, 월드컵 특수로 ‘코카콜라’는 2%, ‘펩시콜라’는 1%의 신장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대비 2% 성장한 2,350억 원의 시장을 형성하였다.

사이다 시장은 1% 감소한 1,700억 원의 전년과 비슷한 상황으로, 롯데칠성의 ‘칠성사이다’가 2%의 신장세를 기록하여 업계 톱을 유지하였다.

상반기 음료시장 저조한 실적 기록

지난해 탄산음료 가운데 유일한 성장을 기록했던 플레이버 제품은 20% 가량의 큰 폭의 마이너스 실적을 거두면서 1,000억 원이 조금 넘는 시장을 형성하였다. 이는 주요 음료업체가 사이다와 콜라에 마케팅을 치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유성탄산 음료인 ‘밀키스’, ‘암바사’ 등도 지난해에 연이어 10%대의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 230억 원에 머물렀다. 또한 보리탄산음료인 일화의 ‘맥콜’도 20%가 넘는 마이너스 실적으로 60억 원을 기록하였다.

주스 시장 역시 4,300억 원의 시장을 형성, 12%에 달하는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100% 상온주스는 경기 침체로 20% 줄어든 1,080억 원을, 최근 성장을 거듭했던 50%주스는 대표 상품인 ‘제주감귤주스’와 ‘토마토주스’의 부진으로 30% 줄어든 700억 원을 기록하였다. 냉장유통주스 역시 470억 원으로 7% 하락했다.

한편, 지난해 열대과일주스 시장의 부진과 히트제품의 부재로 큰 폭의 마이너스 실적을 거두었던 저과즙 주스군은 롯데칠성의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의 빅히트로 12%가 넘는 신장세를 기록, 1,8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타 음료시장은 지난해와 비슷한 6,900억 원이 조금 넘는 시장을 형성하였다.

커피음료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 금년 상반기에도 5% 줄어든 1,230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커피음료 시장의 주력인 캔커피 시장이 10% 줄어든 890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컵커피 시장은 주력 업체인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의 선전으로 지난해에 비해 5% 성장, 34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스포츠음료는 월드컵과 맞물려 각 사가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였지만, 실적은 16%감소한 900억 원대의 실적을 올렸다. 롯데칠성의 ‘게토레이’는 다양한 판촉 전략으로 시장점유율 증대에 나섰으나, 전년과 비슷한 실적을 거두면서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월드컵 관련 광고를 적극적으로 실시했던 코카콜라의 ‘파워에이드’와 해태음료의 ‘네버스탑’는 큰 폭의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동아오츠카의 ‘포카리스웨트’ 역시 20%대의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미과즙 음료로 대표되던 니어워터 음료시장은 기능성 니어워터 음료인 아미노산 음료 등이 가세했지만, 30% 가까이 감소한 360억 원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였다. 롯데칠성의 ‘2%부족할 때DBH’는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2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였고, 아미노산음료는 현재 해태음료의 ‘아미노업’, 동아오츠카의 ‘아미노밸류’ 등 5개 제품이 생산 판매되고 있으나, 100억 원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거두었다.

차음료 시장 전년대비 70%의 높은 성장

상반기 음료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신장한 부분은 차음료 시장으로, 지난해에 비해 무려 70% 성장하여 72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차음료의 대표주자인 녹차는 롯데칠성의 ‘지리산생녹차’와 동원 ‘보성녹차’가 큰 폭의 신장을 보여 60%가 넘는 성장을 기록, 3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홍차는 170억 원으로 3% 가까이 성장했다. 특히, 남양유업의 ‘17차’ 등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른 혼합차 및 보리차는 220억 원이 넘는 실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차음료에 이어 두유음료 역시 10% 신장한 1,2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것은 우유업체인 매일유업의 병 두유제품인 ‘순두유’가 크게 성장한 영향으로 보인다. 두유의 선두업체인 정식품은 지난해보다 1% 감소했다.
곡류음료는 웅진식품이 1% 매출이 감소하면서 100억 원에도 못 미치는 시장을 형성했으며, 식혜와 같은 전통음료도 9%가 넘는 감소를 보이면서 약 200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건강 선호 현상으로 성장을 거듭했던 비타민음료, 콜라겐음료, 섬유음료 및 기타 기능성을 가미한 기능성 음료는 예상과는 달리 약 17% 줄어든 500억 원의 시장을 형성했다.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 및 식생활의 편리성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증가로 2000년 이후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먹는 샘물 시장은 금년 상반기에도 9%의 신장세를 기록하면서 1,700억 원이 넘는 실적을 기록하였다. 먹는 샘물시장은 20% 가까이 성장한 롯데칠성 ‘아이시스’를 비롯해 농심의 ‘삼다수’ 등 10여 개의 대표적인 제품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음료시장은 각 사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전년대비 약 5%에 달하는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는 하반기 역시 이러한 추세가 계속해서 이어져 2006년 한해 음료 시장 규모는 전년에 3~4% 감소한 3조 5,000억~3조 6,000억 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사는 기존 제품의 수성 노력, 신제품의 신 시장 창출, 적극적인 소비자 마케팅 활동 등을 통한 소비 확대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용기 디자인을 통한 매출 증가 주목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장 상황인 일본에서는 특히, 용기 디자인을 통한 매출 창출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음료회사들은 이제 더 이상 병 속에 든 내용물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이제는 병 자체, 좀 더 정확히 말해 병의 디자인이 매출 확대에 이용되고 있다. 제품 이미지를 병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다.

지난 5월 30일 산토리社가 출시한 ‘세이류 나나차 일본차’의 500ml PET 병은 제품명인 세이류(淸流)의 뜻인 맑은 물결을 표현하기 위해 물결무늬 표면을 가지고 있다. 물결과 차를 투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라벨도 다른 제품에 비해 아래쪽에 붙어 있다.

특히, 병의 물결은 병의 상단 우측에서 하단 좌측으로, 대각선으로 흐르고 있다. 이는 심리적인 효과를 고려한 것이다. 사람의 눈은 우측 상단에 가까울수록 가벼움을 인지하고, 반대로 좌측 하단에 가까울수록 무거움을 인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측 상단에서 좌측 하단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동작을 최상으로 느끼도록 만든다”고 산토리社 디자인부의 최고 책임자 요시호 가토씨가 설명하였다.

위스키 또는 와인의 경우, 병의 디자인이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맛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사는 청량음료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또 다른 녹차 음료인 레몬 차 음료의 병을 대나무 통 모양으로 디자인하여 이 제품이 대성공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고 밝혔다. 이 음료는 교토의 오랜 차 생산업체인 후쿠지엔사와 제휴하여 지난 2004년 출시되었다.

지난 해 동사는 또한 우롱차의 병 디자인을 단순한 직사각형 모양에서 수정이 곁들여진 모양으로 바꾸었다. 스포츠 음료인 ‘다카라’의 병 또한 지난해에 물약 병처럼 보이도록 모양이 바뀌었다. 이들 두 음료의 매출은 디자인을 바꾼 후에 내용물이 똑같은 데도 불구하고 약 20% 늘어났다.

PET병 경량화로 다양한 디자인 가능

코카콜라재팬은 새로운 허브 차 음료인 ‘카라다 메구리차’의 410ml 병을 허브약 전문점 운영업체인 니혼도사와 공동으로 개발하여 출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동사는 업계 표준인 500ml 병을 버리고, 가전제품을 주로 디자인하는 소니디지털디자인社에 병 디자인을 의뢰하였다.

좌측부터 산토리사의 세이류 나나차, 일본 코카-콜라의 카라다 메구리차, 환타와 기린 음료의 포스트 워터

독특한 병 디자인은 매장에서 다른 음료들과 한데 섞여 있을 때 돋보이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소비자 입장에서 편하게 느끼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카라다 메구리차’ 병은 PET 병으로는 잘 사용되지 않는 흰색으로, “고품질의 이미지”를 창출한다.

“흰색은 그 자체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나, 많은 제품이 선반에 한데 놓여져 있을 경우에는 다른 색상에 비해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고 코카콜라재팬의 임원이 밝혔다.

‘카라다 메구리차’ 410ml 병은 기존의 500ml 병에 비해 용량이 20%정도 작다. 그러나 병의 높이는 같으면서 갸름해서, 이 음료의 주요 타깃인 20대 이상의 여성들이 쉽게 집을 수 있고, 가방에 넣기 쉽다.

지난 3월 회사는 또한 ‘환타’의 병 모양을 바꾸었다. 새로운 “버블 병”은 탄산음료의 물방울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구(球)의 연속체 모양으로 디자인되었다. 이 병은 또한 힘과 기쁨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코카콜라사재팬은 타깃 고객층인 10대들을 붙잡기 위하여 비주얼에 크게 호소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린음료社는 지난 5월에 출시한 스포츠 음료인 ‘포스트 워터’에 “다이아몬드-컷 병”을 채택하였다. “이 병은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여서 물의 차가움을 시각적으로 표출한다”고 회사 관계자가 밝혔다. 얼어붙은 유리창처럼 투명한 라벨과 상표명에 사용된 블루 잉크 또한 내용물이 차갑게 보이도록 의도한 것이다.

회사에서는 같은 병을 곧 출시될 ‘기린 라이트 오렌지’의 병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디자인은 물처럼 벌컥벌컥 마실 수 있는 가벼운 청량음료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포스트 워터’가 이 범주에 속한다.

청량음료 업체들은 기술적 발전으로 인해 열처리를 가하지 않고도 상온에서 무균상태로 병에 내용물을 주입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창조적인 전환을 할 수 있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병들이 더 가벼워지면서 다양한 디자인 변화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하였다.

일본에서는 매년 1,000개의 청량음료가 출시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년 후에도 시중에 남아있는 것은 단지 몇 개에 불과하다. 또한 계속되는 경기 악화로 기존 제품의 매출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음료 회사들이 병의 내용물 외에도 병의 디자인까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조나리기자/olivelina@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