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수 소장 DMI(Design Management Institute) 포장기술사/디자인학 박사

오늘날 기업조직의 핵심은 마케팅이며, 마케팅의 핵심은 상품의 포지쇼닝이고, 포지쇼닝의 핵심역할은 포장이 한다. 따라서 포장은 마케팅의 핵심이다. 논리의 비약으로 들리지 모르지만 적어도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 슈퍼마켓 상품)에서는 무리한 표현이 아니다.

마케팅의 핵심은 상품의 포지쇼닝

국내시장만 보더라도 포장을 통한 다양한 포지쇼닝의 예들을 살펴 볼 수 있다. 걸어 다니는 카페로 포지쇼닝 된 ‘까페라떼’를 보라.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건강주로 포지쇼닝한 백세주의 무광택 곡선의 병, 어린이에서 어른의 쭈쭈바로 리포지쇼닝한 한 ‘설레임’, 브랜드 밥 ‘햇반’, 맛으로 먹는 우유의 빙그레 바나나맛 항아리 우유(이것은 사실상 브랜드명 조차 없이 포장자체가 브랜드다), 섞어 먹는 ‘비요뜨’ 요거트, 위암까지 예방할 것처럼 의약품으로 포지쇼닝하는 요거트 ‘윌’의 사각병, 두고 먹는 간식스낵 ‘프링글스’ 튜브, 스낵이 아닌 땅콩과자 ‘맛동산’의 끈 묶음 등의 소비자 마음속에 자리 잡은 포지쇼닝은 그 기능과 편리성, 타상품과의 차별성 그리고 시각적 이미지로 소비자들을 더 이상 언어에 기반을 둔 브랜드를 생각하지 않게 만든다.

이들 모두 연 매출 수백억에서 천억이 넘는 대형 브랜드들이다. 물 한 모금에 1달러, 두 모금에 2달러를 받는 알프스판 봉이 김선달 ‘에비앙’을 포장 없이 한 번 상상해 보라. 또한 우리가 흔히 브랜드를 상품명으로 생각하거나 언어에 기반 한 마케팅의 결과로 보는데 한 번 제품명만 써 있는 슈퍼마켓 상품들을 상상해 보라. 포장과 디자인이 없는 브랜딩을 상상할 수 조차 없을 것이다.

시장을 세분화하고 목표를 정하여 마케팅 믹스의 경쟁적 전략적 우위를 점하여 포지쇼닝 하면 브랜드가 만들어진다. 이 때 차별화가 포지쇼닝의 핵심이다. 포장의 차별화가 소비자에게 인지되어 속성, 효용, 가치, 개성, 호감 등으로 소비자에게 브랜드로서 자리 잡게 되는데 포장은 차별화 시킬 수 있는 요소가 형태, 재질, 크기, 기능, 사용행위, 칼라, 디자인 등 다양하다.

우리의 뇌가 얻는 정보의 80퍼센트 이상을 시각에 의존한다. 포장이 비주얼이며 ‘비주얼브랜드’다. 따라서 패키징이 브랜딩이다. 공장은 낡아 허물어지고 기계는 노후되어 대체되지만 오직 살아남는 것은 브랜드다(Pettis, 1995). 상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브랜드는 포장에서 만들어진다.

The 5th P에서 5P 믹스로

오늘날의 쇼핑환경과 소비자 쇼핑행동에서 볼 때 신제품 런칭 후 브랜드 인지효율면에서 포장은 오랜 시간에 걸쳐 소비자에게 인지되지만 매체광고 보다 훨씬 지속적이며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브랜드 인지효과를 가져온다. 포장은 유통과 사용이라는 또 하나의 매체에서 기능한다.

‘포장은 말없는 세일즈맨’(James Pildich, 1961), Riton과 Neil (1972)이 ‘포장은 파는 것을 보호해야 하고 그 보호하는 것을 팔아야만 한다’고 한 말들은 차라리 포장에서 사라져 할 고전적인 말이다. ‘제품 + 포장 = 상품’이란 말도 포장인 스스로를 약하게 만드는 자위의 말이다. 마케팅 학자들에 의해 Packaging의 P가 4P에 이어 다섯 번째 P로서 일컬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다섯 번째라는 말의 뉘앙스에는 여전히 포장의 마케팅 믹스상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의미가 깔려 있어 떨떠름한 구석이 남는다. 포장은 이제 마케팅 전략요소의 Price, Place, Product, Promotion에 이은 The 5th P가 아니라 5P 마케팅 믹스전략의 하나로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현재의 Product와 Promotion에 속한 Packaging, Labeling, Trade Mark, Advertising, Promotion, Branding, Sales 기능 등을 Packaging의 새로운 마케팅 믹스 요소에 넣거나 4P와의 역할분담을 통하여 독립적으로 그 중요성을 인식하여야 한다.


주변인에서 중심인으로

포장인들이 포장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제조업에서 볼 때 컨버터들은 좋은 말로 협력업체, 사실은 납품업자에 불과하며 포장산업의 End User인 제조업체에서 분명하게 일 개 조직으로서 자리 잡고 있는 포장부서의 포장인들 역시 기업 내에서 마케팅이나 개발 혹은 생산의 지원업무 성격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포장인들 스스로 주변에서 차고 일어나 제조와 시장을 이어주는 중심위치 그리고 산업의 중심에 서야 할 때가 왔다. 이는 포장부서가 오래된 기업조직에서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각 분야의 컨버팅 포장인들이 마케팅적인 사고를 함으로써 가능하다. 그림과 같이 생산과 시장의 중심에 서기 위하여 생산과 개발의 기술지향적인 기존의 사고와 더불어 패키징마케팅을 해야 한다. 기업활동의 핵심은 마케팅이고 마케팅 전략의 핵심에 패키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