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자인진흥원으로 전담기관이 이관되어 시행되고 있는 포장기술개발사업이 참여를 신청하는 업체가 없어 모집기간이 연기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올해 포장기술개발사업의 사업기간이 올해 12월 31일까지로 다시금 신청을 받고 사업을 진행한다 해도 3개월 만에 모든 사업이 이루어져야 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의 의문도 제시되고 있다.

시스템이 문제다

그동안 한국포장개발연구원에서 총괄주관기관으로 시행되어온 포장기술개발사업에 대한 사건이 올해 초부터 불거져 아직 마무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운영의 투명성 부족이나 운영 시스템의 불합리한 부분들로 인해 포장관계 인사들이 구속되고 실형이 선고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기본적으로 포장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한 일부 개인들의 잘못에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포장기술개발사업 자체의 운영시스템의 문제점에서 기인한 부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참여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높다는 점이나, 참여 주관기관에서 정상적인 운영으로는 가져갈 수 있는 대가가 너무 미미하다는 점은 그동안의 포장기술개발사업을 파행적인 운영으로 이끄는 단초가 되었다.

물론 이 사업의 총괄주관기관이었던 한국포장개발연구원의 전체 사업에 대한 운영미숙은 물론, 운영 관계자들의 안이한 대응으로 인해 사건이 더 커진 감도 없진 않다.

이번 사건이 조금씩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지만 이러한 법의 판결 못지않게 해결 되어야 할 부분은 포장산업계가 그나마 정부와 연결되어 있었던 포장기술개발사업을 앞으로 어떻게 유지해 나가야 하는가가 중요한 문제다.

일부에서는 전체 지원액이 10억이라는 적은 액수를 가지고 이렇게 큰 문제가 불거진 만큼 아예 폐지를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는 입장을 말하기도 한다. 반면에 취약한 포장기술을 육성하기 위하여는 그나마 지원되는 것을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야 앞으로 더 큰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시스템의 변경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포장기술개발사업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업체의 참여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을 새롭게 갖추어 나가야 한다.

포장기술개발사업에 관한 운영요령을 보면 이 사업의 목적을 ‘무역 및 환경규제 대응한 포장기술개발을 지원함으로써 우리나라 상품의 수출경쟁력을 제고하고, 포장표준화 및 적정포장설계에 의한 물류비용 절감 및 유통합리화를 촉진하고자 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참여하는 기업의 수출경쟁력과 유통합리화를 이루기 위한 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대 3천만원이라는 지원금액으로는 이러한 목적을 갖추는 새로운 것을 개발해 낼 수 없다.

결국 소품(小品)의 개발에 그치거나 기존 개발품을 보완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규모를 갖춘 큰 기업이라면 이러한 적은 지원액을 받으면서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도 자신들의 제품 개발에도 투자하기 어려운 판에 제품 포장 개발을 위해 총 지원금의 1/3을 투자해야 하고, 거기에 성공으로 평가된 개발과제는 지원금의 20%를 기술료라는 명목으로 다시 징수한다는 점에 포장기술개발사업에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기업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원 금액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참여효과를 높이기 위해 참여에 대한 부담율을 대폭 줄여 주어야 한다.

기업 스스로가 포장기술개발사업에 대한 참여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렇게 될 때 앞서 이야기한 목적에 맞는 포장기술개발사업이 가능해질 것이다. 기업에서 먼저 참여를 위해 경쟁적으로 신청을 하고 이들 신청을 바탕으로 선정된 기업에는 적합한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포장업체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포장기술개발사업은 정부가 그나마 포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포장분야에 지원해주는 유일한 제도이다. 이것이 없어져서는 안된다. 앞으로 더 많은 지원을 받아 내는 노력을 하기 이전에 포장이 국내 산업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관계부처에 제기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연결고리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포장업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시스템의 변경은 제도가 존속되어 있어야만 이야기 될 수 있다. 포장기술개발사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먼저 참여하는 기업이 있어야 하며, 그 다음 운영상 불합리한 부분들은 지속적으로 검토되어져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금년도 과제가 3개월 만에 모든 것을 진행되어야 하는 것도 다시 한번 검토하는 기회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1년 단위로 시행되는 사업기간을 3년 이상으로 하는 장기 과제를 만들어 가는 것도 필요하다. 업계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부분이 가장 기초적인 재료와 데이터의 구축 등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대기업에서도 하기 힘든 부분으로 국가적인 과제로 다뤄야 한다.

비온 뒤에 더욱 땅이 굳어진다고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포장계 스스로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며, 또한 관계기관에서는 합리적인 운영시스템을 갖추어 실질ㅈ거으로 포장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국가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포장산업의 발전이 뒤따라야만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말이 우리 포장산업 내부에서만 이야기 되어서는 안된다. 전반적인 사회가 포장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포장업계 스스로가 먼저 나서는 참여의 모습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