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이라는 낱말의 어원은 싸서 보기 좋게 꾸민다는 뜻으로 과학적이고 예술적이고 역학적·역동적 개념의 합성어이다. 포장은 상품을 싸서 보호·보존하고 필요에 따라 수송하고 그리고 내용물을 소비자에게 홍보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
상품을 생산하여 필요에 따라 수송하고 분배하고 저장하고 소매상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손에 이르기까지 그 상품을 포장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정이다.
포장이라는 낱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이렇다. 한자에서 유래된 문구이며 포(包 : 쌀 포) 장(裝 : 꾸밀 장)은 싸서 보기 좋게 꾸민다는 뜻이 들어 있다.
이 말을 조금 더 부연하면 포장에는 과학적이고 예술적이고 역학적·역동적 개념의 합성어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이른바 논란(論難)의 여지가 많은 단어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포장은 상품을 싸서 보호·보존하고 필요에 따라 수송하고 그리고 내용물을 소비자에게 홍보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포장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에서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발음은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일본은 “호-소-” 중국은 “파오지-엔” 우리나라는 “포장”으로 발음하고 있어서 포장의 뿌리로 말하자면 같은 셈이다.
이른바 한자문화권에서 이 포장이라는 낱말을 쓰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산업혁명 이후 200년이나 지난 19세기 말엽이라고 말할 수 있다. 포장이라는 낱말에는 근본적으로 소비자에 대하여 봉사의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동시에 시장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포장전문 기술사는 훌륭한 포장기법과 높은 수준의 과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시판 담당 전문인은 예술적인 소양과 구매충동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포장 담당 책임자는 시장성과 기술적인 욕망 양쪽을 함께 지니고 있어야 함과 동시에 사업경영에도 예민한 감각을 가져야 함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서 포장에는 기술적인 기능과 시장기능이라고 하는 두가지 기능이 내포되어 있다.
기술적인 기능 ← 포장 → 시장기능
용기, 측정, 보호, 정보교환, 물품증진, 진열,
보존, 저장, 분배, 대화, 구매충동, 판매
2.
상품의 포장은 어제 오늘에 시작된 일이 아니다. 태고적 인간의 삶과 함께 포장이 시작되었고 포장의 양상과 형태 그리고 규모와 분량은 사회의 변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인간은 유독 두 발로 서서 몸무게를 지탱하고 아울러 꼬리 없이 몸의 균형을 잡을 뿐만 아니라 등뼈를 꼿꼿하게 세워서 능히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기 때문에 두 손은 매우 자유로운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까닭으로 말미암아 사람은 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포장을 구사할 수 있는 이른바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 지식인)라고 인류학자들은 분류하고 있다.
가령 예를 들어 길 가는 나그네가 계곡을 지나다가 갈증을 느꼈을 때 두 손을 펴서 바가지 모양으로 오므려서 계곡에 흐르는 옥수를 받아 목을 축이는 행위 또는 호박잎으로 떡을 싸는 행위 따위는 두말할 것 없이 이 사실에 기인한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으로 말미암아 태고시대에도 물을 담아두는 토기가 있었고 또 식물의 잎을 가로세로 엮어서 이른바 파피루스(papyrus 종이의 원조)를 만들어서 그림과 문자의 기록 및 물품을 싸는 용도로 쓰였다.
BC 5000년경 고대중국의 황하유역이나 인더스강유역 혹은 메소포타미아 고원(지금의 이라크) 그리고 나일강유역에 있어서도 각기 독자적으로 토기가 개발되어 액체 혹은 분체를 담아두는 이른바 포장기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같은 맥락에서 가야토기 신라토기도 높이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오늘날 나날이 높아져가는 인간의 포장에 대한 욕망은 끝없는 포장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새로운 포장재의 출현은 새로운 포장방법을 낳게 하고 낡은 포장기법은 사라지기를 강요당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 1950년대 까지만 해도 자동차에 쓰이는 윤활유는 자동차 수리공장에서 필요한 분량만큼 됫박질로 덜어서 판매되고 있었던 것이 그 후로는 1ℓ짜리 유리병에 포장되어 판매되었고, 이것이 다시 금속관 포장으로 바뀌었다.
1960년대 까지도 널리 쓰이던 금속박/마분지로 구성되어 있는 이른바 컴포짓트(composite)관은 그의 결함으로 말미암아 금속관의 장점에 밀려서 대부분 교체되고 말았다. 그리고 1970년대에 이르러 플라스틱 병의 개발은 펄프섬유로 만들어진 지관(fiber can)의 수요를 크게 위축시켰다.
같은 맥락으로 우유는 유리병 포장에서 살균된 종이카톤 포장 또는 플라스틱병 포장 및 플라스틱 연포장으로 대부분 바뀌어서 각각의 장점을 십분 살리고 있다. 이들 윤활유와 우유의 포장방식들이 내일이면 또 어떻게 변경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새로운 방식은 반드시 환경친화적이어야 하고 포장폐기물은 최소화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장차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다소 간의 가격상승과 얼마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할 문제이다.
오늘날, 포장쓰레기 뒤처리 문제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포장전문가들이 가까운 장래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불가불 포장용기의 리필(Refill 재사용)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3.
태고적 끝없이 펼쳐져 있는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을 말 달리던 민족 이른바 맥족(貊族)은 주로 수렵과 목축으로 삶을 영위하였다고 한다. 그 일부는 한반도로 유입되었으나 바다로 가로 막혀서 앞으로 더 나아가지를 못하고 농부로 변신하여 이 땅에서 나는 소산으로 생활을 이어 가게 되었다.
이 부족을 일컬어 백의민족이라고 불렀으며 이 민족은 본시 유목민족인 만큼 매사에 매우 역동적이고 진취지기상(進取之氣像)이 뛰어난 민족원형(民族原型)을 가진다고 식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생활수단의 변경은 많은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다. 농작물을 수확한 후에도 적절한 저장수단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는 더구나 그렇다. 따라서 부(富)의 축적을 꾀할 수 없었으며 언제나 등짐 이상의 분량은 필요치 않았다.
가령 여자는 머리위에 이고 남자는 어깨에 멘다고 하여도 담는 그릇이나 자루 같은 것 또는 싸기 위한 이른바 싸개감(포장재)이 필요한 것은 부득이한 일이다.
싸개감으로는 주로 나뭇잎이나 동물의 가죽이 이용되었을 것이고 담기 위한 용기로는 큰나무 열매의 외피 또는 바가지 종류 혹은 속이 파진 나무조각 등이 적재적소로 이용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할 때 불씨는 무슨 방법으로 옮겨졌는지는 여전히 미궁으로 남는다.
기원전 5000년으로 소급해 올라가 보기로 한다. 그때는 이미 농사일도 있었고 가축도 길렀다고 한다. 삼삼오오 모여서 생활하는 마을이 형성되었으며 기회 있을 때 마다 사냥도 행해졌다. 한정된 범위내에서 식량의 물물교역과 가축용 사료의 준비는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원시시대에 비하면 매우 혁신적인 진보가 있었다고 하여도 그래도 그 당시에 생산되는 우유, 꿀, 곡식씨앗 각종 열매 그리고 말린 고기를 담기위한 용기는 저장이나 운반에 있어서 불가결한 필수품이었다.
그 당시의 포장 목록으로는 식물재료로 짠 소쿠리, 가죽 조각을 이리저리 엮어서 만든 자루 또는 작은 주머니 등을 꼽을 수 있다. 진흙을 빚어서 용기모양으로 성형하고 햇볕에 말려서 물품을 담는 용도로 쓰였다.
신석기시대의 어느 천재적인 재간을 가진 사람은 추측컨대 빨리 건조시키고자 햇빛 대신 불 위에 올려놓았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결과 그 용기에 물을 담아도 무방한 그릇이 되어서 쾌재를 불렀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이 오늘날의 질그릇과 도자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4.
한 전설에 의하면 고대 폐니키아(Phoenician 지금의 시리아 사람) 뱃사람이 지중해 연안 백사장에서 불을 지피고 암염 덩어리를 둘레에 쌓아 바람을 막았다고 한다.
그런즉 재 속에서 유연히도 오늘날의 유리조각 같은 일종의 불활성 물질을 발견하였다고 전하여지고 있다. 그 후 BC 2500년경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 오늘날의 이라크의 중심부) 고원지대에서는 이미 유리로 만든 구슬과 그림이 상품으로 출시되었다.
특히 그 일부는 유리 그릇 혹은 병 모양으로 만들어져서 포장에 크게 이바지 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같은 시기에 이집트에서 생산되는 유리병 혹은 유리컵은 매우 독특한 공법을 가지고 있었다.
토기로 만들어진 막대에 가열된 유리를 노끈같이 길게 늘여서 이것을 막대기에 칭칭 감은 후 다시 표면을 평탄하게 고르고 냉각시킨다. 식으며 토기막대를 뽑아내고 유리용기를 완성시킨다. 옳게 말해서 오늘날의 유리용기의 성형 방법도 그 당시의 공법에 비해서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종이나 플라스틱 제품에 비하면 금속용기와 유리용기는 매우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BC 250년경에 이르러 그리스 도시국가에서는 이미 포장에 관한 법령이 공포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놀랄만한 일이다.
즉 올리브기름을 시판할 때 손잡이가 달린 질그릇 용기의 밑바닥에 정부가 실시하는 품질검사 및 용량검사를 필한 스템프가 찍혀 있지 않으면 출시가 허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실은 동명왕이 고구려를 건국하기보다 실로 200년을 소급한 때의 일이라고 역사는 전하고 있다.
5.
세계 문화사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BC 250년에서 로마제국이 멸망한 AD 450년까지 7세기 동안은 유럽과 아세아 대륙에 있어서 매우 활기차고 역동적인 변화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와중에 있어서도 강자는 약자를 제압하고 부를 강탈하는 일은 계속 되었으며 격변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문물의 출현은 삶의 질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포장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포장에 관한 신소재의 등장은 새로운 포장 기법을 낳게 하였다.
이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몇가지 포장기법을 살펴보면 이렇다.
BC 50년 로마 사람에 의해 개발된 유리용기의 신공법을 들 수 있다. 이미 알려져 있는 유리를 가열하여 한 덩어리로 만들고 인절미 떡같이 물렁물렁한 유리에 금속파이프의 한쪽 끝을 꽂고 다른 한쪽을 입으로 힘차게 불면 유리덩어리는 팽창하여 풍선같이 구형으로 성형되어 속이 비어 있는 그릇이 만들어진다. 이 새로운 유리공법은 그 당시로서는 대단한 발명이었으며 오늘날 까지도 큰 변동 없이 계승되어 내려오고 있다.
오늘날 유럽 혹은 아세아 지역에서의 위스키, 포도주, 맥주 또는 약주를 빚는 양조장에서 널리 쓰이는 나무로 만들어져 배가 나온 술통(桶 Barrel)도 이 시대의 소산물이며, 알프스산맥 기슭에서 사는 나무꾼에 의해서 최초로 만들어진 귀중한 포장재(包裝材) 중의 하나이다.
간혹 스텐레스 강판으로 만들어진 탱크가 술통으로 대체되어 있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쓰기에 편리한 만큼 술맛은 나무통만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양조장 술통이 플라스틱으로 바뀌었다는 말은 아직 들은 적이 없다.
AD 450년 로마제국의 멸망으로 말미암아 유럽은 많은 군소국가로 전락하여 서로 다투는 일에 영일(寧日)이 없었으며 사회질서는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AD 1000년까지의 600년 동안을 가리켜 역사가들은 암흑시대(Dark Ages)라고 일컫는다.
이것과는 대조적으로 아세아에 있어서는 사회, 문화, 교육 그리고 공장(工匠) 전반에 걸쳐서 장족의 발전이 있었다. 그 중에 특이할 만한 사실은 세계 최초의 종이의 출현이며 이 사실은 포장 측면에서 볼 때 일대 변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금 더 부연하면 이렇다.
즉 AD 105년 중국 후한(後漢) 사람으로 채륜(蔡倫)은 뽕나무 속껍질을 잘게 분해하여 물에 풀어서 초지(抄紙)하여 세계 최초로 종이다운 종이를 만드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이 기법은 후일 유럽으로 전달되어 종이 발전에 크게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6.
포장에는 정보전달(Communication)이라고 하는 중요한 역할이 지워져 있기 때문에 포장과 인쇄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에 있다. 고대 누구에 의해서 최초로 개발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동양에서는 일찍이 나무판자에 글자나 그림을 새겨서 먹물을 가지고 잉크삼아 인류최초의 인쇄술이 개발되었다.
이 인쇄술은 유럽으로 전해지고 이른바 목판 판화의 밑거름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4세기 후반 르네상스 직전의 유럽에서는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학문의 연구가 활발하여져서 책의 욕구가 많아지기 시작할 무렵 1345년 독일 태생의 구텐베르그(Johann Gutenberg 1398-14968)가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어서 목판인쇄에 대체되었다고 유럽 사람들은 주장하는 모양인데 무엇을 깊이 알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이것보다 실로 169년이 앞선 1234년 고려조(고종 21년)에 구리를 사용한 금속활자로 “고금상정예문(古今詳定禮文)” 50권을 인쇄하였다는 사실이 유감스럽게도 기록으로만 남아 있어서 유물로 입증을 할 수 없음은 두고두고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AD 1100년에 이르러 유럽사회는 암흑시대라고 하는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많은 뱃사람들이 꿈을 안고 부랴부랴 오대양으로 나갔으며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은 인쇄술의 발전을 촉진시켰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악덕 성주 같은 지배계급은 많은 농노(農奴)를 거느리고 혹사와 착취를 일삼아 유럽봉건주의의 뿌리가 강인함을 알리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유럽의 사회 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 없었으며 농노들의 생산품은 일차적으로 상전에 대한 공물(貢物)로 상납되어야 했고 나머지는 농노 상호간에 물물로 교환되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소용돌이 속에 있어서도 생존 자체를 감사하여 이른바 인두세(人頭稅)를 바쳐야 했다.
그 당시는 오늘날과 같이 상품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상점이 없었다. 그러나 물품의 매매를 위해 화폐가 발행되어 있었다고 하나 대부분의 농노와 서민층은 돈을 보지 못했다. 이러한 사회구조 속에서 포장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였고 당장은 여명기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계속...)
이종각 회장 / LEEP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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