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무선주파수 인식) 시스템의 도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RFID란 마이크로 칩을 내장한 태그(tag), 레이블(label), 카드(card) 등에 저장된 데이터를 무선 주파수를 이용하여 리더(reader)에서 자동 인식하는 기술이다.

RFID는 기존의 바코드나 자기인식 장치의 단점을 보완하고 사용의 편리성을 향상시킨 차세대 핵심기술이며, 국방, 의료, 유통, 교통, 보안, 제조, 건설, 서비스, 행정 등 응용분야가 다양하다. RFID는 비접촉식으로 여러 개의 tag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고, 인식 시간이 짧고, 태그에 대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으며, 반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

RFID는 리더와 안테나가 부착된 소형 마이크로칩인 스마트 태그로 구성되어 있다. 이 태그는 우유 팩에서부터 병원 환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부착될 수 있다. 태그는 리더에 노출되면 칩에 있는 정보를 전송하게 된다. 전통적인 바코드와는 달리 RFID 칩은 태그가 부착된 제품에 고유의 ID를 부여한다.

기업들은 비행기와 로리, 배를 통해 항구, 창고, 가게 진열대, 가정, 사무실 등지로 매년 전 세계로 움직이는 수없이 많은 물건들을 추적하기 위해 이 RFID를 이용하고 있다. 물건을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게 되면 유통 개선과 도난 방지, 인건비 절감, 재고 감소 등을 통해 매년 수천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각국 정부에서도 위조 의약품 생산·유통 방지와 병참시스템 개선 등을 위해 RFID의 사용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스마트 태그를 물건에 부착해 왔다. 그러나 비용 문제 때문에 지금까지 패션의류나 컴팩트 디스크 등과 같은 비싸거나 도난 위험이 높은 제품에만 제한적으로 부착했었다.

美 메사추세츠州 캠브리지에 소재한 산학기관인 Auto-ID센터는 지난 2002년 전 세계의 물건에 고유번호를 부여하기에 충분한 96비트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RFID 칩의 표준을 만들어냈다.

태그 리더가 컴퓨터 네트워크에 연결되면 이 고유번호는 원산지, 제조년도, 유효기간 등 제품에 관련된 세부정보를 검색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Auto-ID센터는 이와 함께 제조업체들로 하여금 개당 5센트짜리 태그를 제작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Alien Technology and Matrics社를 포함한 일부 선발업체들이 여기에 동참했고 잠재력이 엄청난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의 소매업체인 Wal-Mart는 작년 6월 자사에 물품을 공급하는 100대 업체에게 북부 텍사스 물류센터로 보내는 물건의 팔레트와 케이스에 태그를 붙이도록 요구했다. 또 영국 최대의 소매업체인 Tesco도 이 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올 들어서는 독일 소매업체인 Metro와 미국의 소매업체 Target과 Albertsons도 자사에 물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에게 태그를 부착하도록 의무화했다. 금년 6월 17일 Wal-Mart는 한걸음 더 나아가 RFID 기술을 300대 물품공급업체로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정부도 이 새로운 태그의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작년 10월 美국방부는 물품공급업체들에게 케이스와 팔레트에 태그를 부착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국방부는 내년 1월에는 태그 부착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美식품의약국(FDA)도 위조 의약품과의 전쟁을 위해 의약품 생산업체와 유통업체, 소매업체들로 하여금 새로운 RFID 기술을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RFID 기술 도입 러시에 대해 물품공급업체들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소매업체들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이 대신 투자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RFID와 관련한 단일 하드웨어 표준이 아직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투자가 계속되면서 가격은 하락할 전망이다. 게다가 많은 기업들이 이 태그 기술이 조만간 정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RFID 기술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호주의 카지노업체인 Star City는 8만여명의 종업원 유니폼 세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 스마트 태그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또 미국 테네시州 멤피스 소재 Shelby County Regional Medical Centre의 응급실에서는 환자를 관찰하기 위해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Las Vegas 공항은 수화물의 추적을 용이하게 하고 분실물의 수를 줄이는 한편 보안을 향상시키기 위해 태그를 이용하고 있다.

RFID 관련 비용이 하락함에 따라 수요는 점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태그의 수는 2006년 수십억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2009년에는 수천억개, 그 이후에는 수조개에 달할 전망이다.

개당 비용이 불과 몇 센트로 떨어지게 되면 대부분의 업체가 이 새로운 태그를 사용할 것으로 보이며 언젠가는 Wal-Mart가 태그를 도입한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나올 것으로 보인다.

(The Economist / 한국무역협회)